삼성전자가 세계 그래픽칩(GPU) 2위업체인 AMD에 이어 1위업체인 엔비디아를 신규 고객사로 확보하며 시스템반도체 위탁생산사업에서 TSMC와 맞설 경쟁력을 증명했다.
김기남 삼성전자 반도체총괄 겸 시스템LSI사업부 사장이 최대 과제로 꼽던 삼성전자 시스템반도체사업의 비중확대에 탄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 엔비디아를 위탁생산 고객사로 확보
이순학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18일 “삼성전자의 엔비디아 그래픽칩 수주는 위탁생산사업에서 강력한 전환점”이라며 “협상력을 높여 향후 고객사를 지속적으로 확대할 수 있는 기반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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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젠슨 황 엔비디아 CEO(왼쪽)와 리사 수 AMD CEO. |
외신들이 공개한 정보에 따르면 엔비디아는 올해부터 삼성전자의 14나노 공정으로 그래픽칩 신제품 ’파스칼’ 시리즈를 위탁생산하기로 결정했다.
PC와 게임기기 등에 사용되는 시스템반도체인 그래픽칩시장에서 미국 엔비디아가 80%, AMD가 20% 가까운 점유율로 세계시장 점유율을 양분하고 있다.
엔비디아와 AMD는 그동안 모두 대만 TSMC에 위탁생산을 맡겨왔다. 하지만 AMD가 올해부터 삼성전자의 14나노 공정을 활용해 고성능 그래픽칩 신제품을 생산하며 삼성전자의 위탁생산 고객사 기반이 확대됐다.
엔비디아도 삼성전자에 위탁생산을 맡기려 한다는 소식이 알려지며 삼성전자가 TSMC의 물량을 빼앗아오게 돼 시스템반도체사업에서 강력한 성장계기를 마련하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 연구원은 “엔비디아의 그래픽카드 신제품이 최근 심각한 공급부족에 시달리고 있다”며 “TSMC의 생산성이 안정화되지 않아 삼성전자가 위탁생산을 새로 맡게 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 연구원은 엔비디아가 그동안 TSMC와 강력한 협력관계를 맺어 삼성전자가 수주를 따내기 쉽지 않은 상황에서 TSMC와 위탁생산 기술격차를 빠르게 좁힌 성과를 낸 것이라고 평가했다.
삼성전자는 2014년부터 엔비디아와 스마트폰용 그래픽카드의 특허권을 놓고 법정공방을 벌여왔다. 하지만올해 5월 모든 분쟁을 끝내고 특허공유계약을 맺으며 관계를 회복했다.
게임기기의 보급확대와 가상현실시대 개막을 대비한 PC업체들의 그래픽성능 고사양화로 세계시장에서 그래픽칩의 수요가 빠르게 늘고 있다.
그래픽칩의 구조적 특성은 한꺼번에 여러 정보를 처리하는 인공지능과 빅데이터 분야에서 사용하기 적합하다. 따라서 AMD와 엔비디아는 인텔이 독점하던 서버용 반도체분야에도 시장을 빠르게 확대하고 있다.
경제전문지 포브스는 “페이스북과 마이크로소프트 등 IT기업들이 인공지능 등 신산업 발전을 주도하며 이른 시일 안에 엔비디아 등 업체의 그래픽칩 수요가 급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 삼성전자 위탁생산 얼마나 수혜 볼까
엔비디아의 고성능 그래픽칩을 탑재한 그래픽카드 ‘GTX1080’은 국내에서 100만 원 이상의 가격에 판매될 정도의 고가 제품이다. GTX1070 등 하위 제품도 웬만한 노트북 한 대에 맞먹는 가격이다.
삼성전자가 이런 고성능 그래픽칩을 위탁생산해 벌어들이는 수익은 기존에 주로 수주했던 스마트폰용 AP 등 단가가 낮은 제품보다 훨씬 클 것으로 추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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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기남 삼성전자 반도체총괄 겸 시스템LSI사업부 사장. |
김기남 사장은 삼성전자 반도체사업에서 D램과 낸드플래시 등 메모리반도체의 비중을 낮추고 시스템반도체를 키우는 데 온힘을 쏟고 있다.
기술적 진입장벽이 낮은 메모리반도체의 경우 경쟁사의 진입과 수요에 따른 업황 변화가 커 안정적인 수익원으로 자리잡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김 사장은 세계 위탁생산시장에서 54%의 점유율을 차지한 TSMC와 맞서기 위해 더 앞선 미세공정기술을 확보하며 삼성전자의 고성능 시스템반도체 위탁생산에 집중하고 있다.
애플이 지난해 출시한 아이폰6S에 탑재된 AP ‘A9’에 이어 퀄컴의 올해 신제품 ‘스냅드래곤820’이 모두 삼성전자의 14나노 미세공정으로 생산된다.
삼성전자는 이런 노력에도 그동안 위탁생산 고객사 기반이 제한적이라는 약점을 안고 있었다. 애플이 올해 아이폰7의 AP 위탁생산을 모두 TSMC에 맡기며 고객사 다변화의 필요성이 더욱 높아졌다.
하지만 김 사장이 엔비디아 위탁생산 수주를 계기로 세계 양대 그래픽카드 업체들을 모두 고객사로 확보하며 사업기반을 넓혀 마침내 시스템반도체 비중확대에 탄력을 받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 연구원은 “삼성전자는 세계 대형 시스템반도체기업을 연이어 고객사로 확보하며 기술력을 효과적으로 입증했다”며 “내년부터 애플의 아이폰 AP 수주를 재개할 가능성도 다시 열리게 됐다”고 분석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