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홍준 기자 hjkim@businesspost.co.kr2023-08-10 11:4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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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법무부 사면심사위원회가 재계 인사 중심의 광복절 특사 명단을 윤석열 대통령에게 올렸다.
정치권 인사가 대부분 배제된 가운데 김태우 전 강서구청장의 이름이 사면 명단에 포함되면서 이에 따른 논란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 법무부 사면심사위원회가 8월9일 광복절 특별사면·복권대상자 심사 결과를 윤석열 대통령에게 보고하기로 결정한 가운데 명단 확정엔 윤석열 대통령의 결심만이 남았다. 사진은 8월9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독립유공자 및 유족 초청 오찬에서 환영사를 하고 있는 윤 대통령. <연합뉴스>
10일 정치권 및 법조계에 따르면 전날 법무부 사면심사위원회가 심의한 광복절 특별사면대상자 명단에 김태우 전 강서구청장이 이름을 올렸다.
김 전 구청장은 문재인 정부에서 청와대 특별감찰반 비리 의혹을 폭로했으나 사법부에서 ‘공직제보자가 아니다’라고 판단해 올해 5월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3개월 만에 대통령이 김 전 구청장의 사면을 확정하게 되면 ‘대통령이 삼권 분립을 무시한다’는 비판을 피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송기헌 더불어민주당 원내운영수석부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정책조정회의에서 “(김 전 구청장은)3개월 전 대법원에서 공무상 비밀누설로 유죄판결을 받은 사람”이라며 “(김 전 청장 사면은) 대법원 판결을 부인하는 행위이자 삼권분립인 우리나라에서 반헌법적 행동”이라고 비판했다.
김태우 전 강서구청장이 사면되면 10월11일 열리는 강서구청장 선거 양상은 혼돈에 빠질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 당규에 따르면 선출직 공직자 귀책으로 발생한 보궐선거에는 후보를 공천하지 않도록 돼있다. 하지만 여당 일각에서 윤석열 정부가 김태우 구청장에게 잘못이 없다고 판단했다면 강서구청장 후보를 공천해 여론의 평가를 받아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본인들의 인식과 판단이 맞다면 무조건 후보를 내고 선거에서 성적표를 받아봐야 된다”라며 “(후보를) 안 내는 건 그냥 질까봐 안 내는 것밖에 안 된다.”고 말했다.
앞서 법조계에서는 이번 광복절 특사가 정치권 인사보다 경제계 인사를 중심으로 진행될 것이라는 예상이 나왔다. 실제로도 사면심사위가 결정한 명단엔 이중근 부영그룹 창업회장을 포함해 박찬구 금호석유화학그룹 회장,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 이장한 종근당 회장 등 재계 인사들의 이름이 많았다.
반면 2016년 박근혜 정부 국정농단 사태에 연루돼 2021년 징역 2년6개월을 확정 받았다가 지난해 3월 가석방된 최지성 전 삼성전자 미래전략실장, 장충기 전 미래전략실 차장의 이름은 목록에 없었다.
안종범 전 대통령실 정책조정수석비서관, 김종 전 문화체육관광부 2차관 등도 사면 대상에서 제외됐다. 김 전 구청장의 명단 포함이 더욱 관심을 받는 이유다.
역대 대통령들의 특별사면에는 정치적 판단이 많이 작용했다.
▲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8월9일 광복절 특별사면 심사위원회 주재를 위해 정부과천청사로 출근하고 있다. <연합뉴스>
특별사면은 대통령이 가진 고유 권한으로 한번 결정이 내려지면 현행법상에서는 이를 무효로 돌릴 수 있는 수단이 없어 대통령이 행사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정치적 수단 가운데 하나로 분류된다.
정일영 서강대학교 사학과 교수는 논문 ‘국가폭력 이후의 사면: 가해자의 관용과 피해자의 용서’에서 “한국사회에서 사면은 법의 한계를 바로잡는 이상적인 목적으로 시행하기보다 정치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수단으로 사용한 경우가 많았다”고 말하기도 했다.
대한민국의 첫 특별사면이 이뤄진 것은 한국전쟁이 한창이던 1951년 1월1일이다. 이승만 전 대통령은 환도 신년을 기념해 1901명을 사면하고 1259명을 감면했다. 이 전 대통령의 ‘환도 신년 특사’는 이른바 ‘부역자’를 처단하는데 활용된 ‘비상사태하의범죄처벌에관한특별조치령’의 부작용을 해결하기 위해 사용됐다.
올해 광복절 특사를 제외하면 현재까지 대통령 특별사면이 진행된 횟수는 105회다. 이 가운데 광복절 특사는 27회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전두환 전 대통령은 임기 동안 14회의 특별사면을 진행했는데 그 가운데 4번이 광복절 특사였다.
1987년 민주화 이래로는 모두 48번의 특별사면이 있었는데 광복절 특사가 14번이었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김대중·노무현·이명박 정부에서 3번, 박근혜·김영삼 정부에서 2번, 윤석열 정부에서 1번이다. 노태우·문재인 정부에서는 광복절 특사가 한 번도 진행되지 않았다.
광복절 특별사면이 논란을 빚는 상황도 잦았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취임 첫해인 2008년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명예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등이 포함된 광복절 특사를 발표했다. 이 가운데 국민 여론이 좋지 않았던 김승연 회장의 사면을 두고 말이 많았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2016년 광복절 특사도 논란이 됐다. 이재현 CJ그룹 회장이 광복절 특사를 앞두고 갑자기 재상고를 취하했기 때문이다.
이 회장의 재상고 취하를 두고 형이 확정된 사람만이 특사의 대상이 되기 때문에 이재현 회장이 특사와 관련해 청와대로부터 미리 언질을 받은 것이 아니냐는 주장이 나왔다. 김홍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