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에게 지급해야 하는 재산분할액 9440억 원을 낮추기 위해 대법원에 재상고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온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
[비즈니스포스트]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이 늦어도 14일 자정까지 9440억 원에 이르는 재산분할 판결과 관련해 대법원 재상고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최 회장은 보유하고 있는 SK실트론 지분 29.4%를 매각하더라도 1조 원에 육박하는 재산분할금을 마련하기 어려운 만큼, 재상고에 나설 가능성이 큰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재상고를 한다면 최 회장 측은 SK 기업가치 상승에 노 관장이 기여한 부분이 적다는 것을 증명하는 데 초점을 맞춰, 재산분할액을 최대한 낮추려 할 것으로 예상된다.
10일 재계와 법조계 취재를 종합하면 오는 14일 자정까지 최 회장과 노 관장 모두 재산분할 파기환송심 판결을 두고 재상고하지 않는다면, 최 회장이 노 관장에게 재산분할금 9440억 원을 지급해야 한다는 판결이 최종 확정된다.
지난 7월24일 서울고등법원 가사1부(이상주 부장판사)는 최 회장과 노 관장의 재산분할 소송 파기환송심 선고 공판을 열고 "반소 피고(
최태원 회장)가 반소 원고(노소영 관장)에게 재산분할로 9440억 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재상고 기한은 판결서를 송달받은 8월1일부터 14일 동안으로, 8월14일 자정까지다.
재계 안팎에서는 최 회장이 재상고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9440억 원은 국내 법원 판결로 결정된 재산분할금 가운데 최고 액수로, 이를 모두 지급하는 것이 쉽지 않은 만큼 재산분할액을 더 줄이기 위한 추가 법리 다툼을 이어갈 것이란 분석이다.
최 회장이 재산분할금을 마련할 가장 유력한 방안은 SK실트론 개인 지분 29.4%를 매각하는 것이다.
SK그룹 지주사 SK는 지난 7월31일 SK실트론 지분 70.6%를 두산에 약 2조3천억 원에 매각하기로 결정했다. 이번 거래 대상에서 최 회장의 SK실트론 지분은 제외됐지만, 두산은 SK실트론 잔여 지분 29.4%도 인수하기 위해 현재 최 회장 측과 협의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주형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보고서를 통해 "두산의 SK실트론 인수에 따른 추가 자금 조달 부담은 매우 제한적일 것"이라며 "두산은
최태원 회장이 보유한 SK실트론 지분 29.4%도 가격과 인수 시기를 협상 중인 것으로 파악된다"고 분석했다.
SK실트론 지분 70.6%가 약 2조3천억 원에 거래됐다는 점을 감안하면, 단순 계산으로 최 회장이 보유한 지분 29.4%의 가치는 약 9570억 원으로 평가된다. 하지만 경영권 프리미엄이 없는 지분인 데다가 총수익스와프(TRS) 운용 수수료, 세금까지 고려하면 최 회장이 실제 손에 쥐는 현금은 5천억 원 수준에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
| ▲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SK실트론 지분 29.4%를 매각해도 9440억 원에 달하는 재산분할금을 마련하기는 어려운 것으로 분석된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
최 회장이 보유한 SK 지분 17.9%를 담보로 대출을 받는 것도 가능하지만, 이 방법은 이자를 감당하기에 부담이 클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이에 따라 최 회장 측은 재상고를 통해 재산분할 금액을 더 낮추려 할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또 재상고를 하면 현금을 마련하기 위한 시간을 벌 수 있다. 재상고하면 대법원의 최종 판단은 약 1년 뒤에 나온다.
최 회장이 재상고한다면 노 관장이 재산 형성에 기여한 부분이 어느 정도인가를 두고 법리 다툼을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파기환송심 재판부는 SK 주식을 분할 대상에 포함해 재산 분할 비율을 최 회장 3분의 2, 노 관장 3분의 1로 결정했다. 노 관장이 30년 넘게 가사와 자녀 양육을 맡아 최 회장의 경영 활동을 뒷받침한 점을 고려하면 기업가치 상승에 기여한 부분이 있다는 판단이다.
이는 당초 노 관장의 분할 비율이 20%대에 그칠 것이란 법조계 다수의 예상과 비교해 큰 폭으로 늘어난 것으로 평가된다.
하지만 최 회장 측은 가사·양육이라는 내조만으로 노 관장이 재산 형성의 3분의 1을 기여했다는 파기환송심 재판부의 판결이 법리적으로 다툴 여지가 있다고 판단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 회장 측 법률대리인은 7월24일 법원의 선고 직후 입장문을 통해 "판결에 대한 구체적 입장은 판결문을 면밀히 검토한 뒤 말씀드리겠다"고 밝혔다.
한편 일각에서는 노 관장 역시 파기환송심의 SK 주식가치 산정 기준 시점이 2024년 2심(항소심) 판결 시점으로 설정된 것에 대해 반발하고 있으며, 이를 최종 판결 시점으로 변경해야 한다며 재상고를 신청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SK 주가는 2024년 4월 주당 약 16만 원이었지만, 최근엔 주가가 50만 원을 넘고 있다.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