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정림 KB증권 대표이사 사장이 계열사 사장단 가운데 유일하게 1차 숏리스트에 이름을 올렸다. |
[비즈니스포스트]
박정림 KB금융지주 총괄부문장 겸 KB증권 대표이사 사장이 계열사 사장단 가운데 유일하게 KB금융그룹 회장 선임을 위한 1차 숏리스트(최종 후보군) 6명 안에 들면서 그룹 내 입지가 더욱 단단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박 사장이 내친 김에 8월 말 결정되는 2차 숏리스트에도 이름을 올린다면 이번 KB금융그룹 회장 선임 과정의 최대 다크호스로 떠오를 수도 있다.
9일 KB금융그룹 안팎의 말을 종합하면
박정림 사장은 전날 발표된 1차 숏리스트에 포함된 내부인사 4명 가운데 가장 예상밖 인물로 꼽힌다.
박 사장은
양종희 이동철 허인 부회장 3명과 함께 1차 숏리스트 내부인사 4명 안에 들었다. 나머지 2명은 외부인사로 공개되지 않았다.
KB금융이 오랜기간 경영승계 프로그램을 가동해 온 만큼 애초부터 부회장 3명은 1차 숏리스트에 포함되는 것이 기정사실처럼 여겨졌다. 이에 따라 금융권에서는 남은 내부인사가 더 있을지, 있다면 누가될 것인지 관심이 몰렸다.
박 사장은 비록 3명의 부회장과 함께 KB금융의 4개 비즈니스그룹 가운데 한 축을 맡고 있지만 1차 숏리스트 포함을 장담할 순 없는 상황으로 평가됐다.
6일
윤종규 KB금융 회장의 용퇴 결정이 있기 전까지는 윤 회장 역시 1차 숏리스트의 유력 후보였을 뿐더러 그동안 KB와 신한, 하나, 우리 등 4대 금융지주 회장 선임 숏리스트에는 예외 없이 은행장이 포함됐기 때문이다.
4대 금융지주가 사외이사를 중심으로 한 회장후보추천위원회(회추위) 체제를 갖춘 뒤 현직 은행장이 숏리스트에 포함되지 않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KB금융 내부적으로는 KB증권 대표가 숏리스트에 이름을 올린 것도 이번이 처음이다. KB증권은 2016년 KB금융이 인수한 현대증권과 통합해 2017년 출범했다.
현대증권이 2016년 KB금융 품에 안길 때만 해도 시장에서는 승자의 저주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많았다. 하지만 현대증권과 통합한 KB증권은 현재 KB금융의 비은행사업을 대표하는 계열사로 확고히 자리매김했다.
박 사장은 2017년 1월 통합 KB증권 출범 때부터 WM부문 부사장으로 합류한 뒤 2019년 1월부터 대표를 맡아 KB증권의 안착과 성장을 이끈 1등 공신으로 평가된다.
박 사장은 1차 숏리스트에 이름을 올린 만큼 2차 숏리스트도 욕심을 낼 수 있는 상황으로 보인다.
KB금융 회추위는 전날 1차 숏리스트를 알리는 보도자료를 통해 “내외부 후보자 모두 국내 최고 수준의 금융그룹 회장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전문성과 경험이 충분한 후보자들”이라며 6명 모두 다음 회장으로서 자질이 충분하다고 판단했다.
회추위는 이번 회장 선임 과정에서 지속해서 공정성과 투명성을 강조하고 있다. 이에 따라 향후 면접이 2차 숏리스트 포함 여부의 주요 변수가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박 사장 역시 면접을 잘 치른다면 금융권의 예상을 깨고 부회장 중 한 명을 대신해 2차 숏리스트에 포함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셈이다.
박 사장이 2차 숏리스트에 들지 않더라도 1차 숏리스트에 이름을 올린 것만으로 다음을 기약할 수 있는 바탕을 충분히 다졌다는 평가도 나온다.
박 사장을 제외하고 1차 숏리스트에 포함된 내부인사 부회장 3명은 1961년생 동갑내기다. 이에 따라 금융권의 예상대로 셋 중 한 명이 회장으로 뽑히면 나머지 두 명의 거취는 불투명한 상황에 놓일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박 사장의 상황은 조금 다른 것으로 평가된다.
▲ 박 사장과 함께 1차 숏리스트에 오른 부회장 3인. (왼쪽부터) 허인 이동철 양종희 부회장. |
박 사장은 현재 숏리스트에 포함된 유일한 사장급 인사일뿐더러 1963년생으로 부회장 3명보다 2살 아래다.
양종희,
이동철,
허인 등 부회장 3명이 과거 숏리스트에 이름을 올린 뒤 순차적으로 부회장으로 승진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박 사장이 회장 후보에 선임되지 않더라도 부회장 승진 가능성이 열려 있다고 볼 수 있다.
박 사장이 향후 부회장으로 승진한다면 KB금융은 국내 금융지주 가운데 처음으로 여성 부회장을 배출했다는 타이틀도 더할 수 있다.
KB금융은 이미 박 사장을 1차 숏리스트에 포함하면서 국내 금융지주 최초로 여성 CEO를 회장 최종 후보군에 올렸다는 상징성을 얻었다.
박 사장은 올해 1월 포브스가 선정한 아시아태평양지역 50세 이상 여성 50명에 들 정도로 국내를 대표하는 여성 CEO로 꼽힌다.
금융권의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경영 흐름이 나날이 강화하는 상황에서 회장 선임 숏리스트에 이름을 올릴 정도의 여성 CEO를 보유하고 있다는 점은 임직원의 다양성 측면에서 ESG경영에 충분한 가점 요인이 될 수 있다.
KB금융 회추위는 8월29일 1차 숏리스트 6명을 대상으로 면접을 진행한 뒤 최종 후보자를 3명으로 압축하고 9월8일 2차 면접을 통해 최종 후보 1명 확정한다.
회추위 관계자는 전날 보도자료를 통해 “내외부 후보 간에 공정한 경쟁이 이뤄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한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