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애플이 TSMC 3나노 파운드리를 독점하며 자신들에 유리한 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파악된다. TSMC가 3나노 반도체를 생산하는 대만 제18공장. < TSMC > |
[비즈니스포스트] 애플이 대만 TSMC의 3나노 첨단 미세공정 생산라인을 1년 가까이 독점하기로 하며 가격 책정에도 특혜를 요구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TSMC가 만약 이러한 조건을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애플이 다른 파운드리 업체와 협력을 추진할 수 있다는 전망도 고개를 든다.
8일 미국 경제전문지 디인포메이션 보도에 따르면 현재 TSMC 3나노 미세공정 반도체의 수율은 70% 안팎으로 추정되고 있다.
반도체 수율은 전체 생산 물량에서 사용할 수 없거나 성능이 떨어지는 불량품의 비중을 뺀 수치를 의미한다.
일반적으로 TSMC 등 기업에 반도체 위탁생산을 맡기는 고객사는 수율과 관계 없이 전체 생산량을 기준으로 가격을 책정해 비용을 지불한다.
그러나 디인포메이션에 따르면 애플은 TSMC가 생산하는 3나노 프로세서 가운데 정상적으로 생산된 반도체에만 비용을 지불하는 형태의 특수한 계약을 맺은 것으로 파악된다.
애플이 TSMC 파운드리 사업에서 최대 고객사일 뿐만 아니라 3나노 반도체 생산라인을 독점하고 있어 이러한 계약을 체결할 수 있었다는 해석이 나온다.
디인포메이션에 따르면 애플은 TSMC의 3나노 공정을 약 1년 가까이 독점한다. 다른 고객사들은 당분간 TSMC의 최신 미세공정 파운드리를 활용할 수 없다는 의미다.
애플 아이폰15 프로에 사용되는 A17 프로세서와 차기 맥북 및 아이패드 프로 신제품에 사용될 M3 프로세서가 모두 3나노 기반으로 생산되는 반도체에 해당한다.
디인포메이션은 “애플이 TSMC에 맡기는 반도체 물량이 상당하기 때문에 양품에 대해서만 비용을 받는 구조가 가능한 것”이라며 “애플이 원가 절감에 효과를 볼 수 있다”고 보도했다.
지난해 TSMC 전체 매출에서 애플 반도체 위탁생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23%, 금액으로는 720억 달러(약 94조6천억 원) 규모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IT전문지 아스테크니카는 TSMC가 삼성전자와 인텔 등 경쟁사보다 파운드리 분야에서 수 년 정도 앞선 기술력을 확보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삼성전자는 이미 3나노 미세공정 반도체를 생산하고 있으며 인텔은 이른 시일에 상용화를 앞두고 있다. 하지만 아스테크니카는 업체별로 기술 측면에서 차이가 있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아스테크니카는 TSMC가 이러한 경쟁사들에 기술적 우위를 계속 유지하지 못한다면 애플이 언제든 다른 파운드리업체를 활용하려 할 가능성도 있다고 바라봤다.
TSMC가 최대 고객사인 애플의 반도체를 독점적으로 생산하기 위해서는 3나노 공정에서와 같이 애플에 유리한 계약 조건을 계속 유지해야 할 수도 있다는 의미다.
만약 TSMC가 불리한 계약을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애플이 삼성전자나 인텔에 반도체 위탁생산을 맡길 여지가 남아 있다는 것이다.
아스테크니카는 “TSMC는 애플과 협력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반도체 불량품의 손실을 떠안고 있다”며 “하지만 지금은 애플의 주문 물량이 이를 만회할 만큼의 수준”이라고 바라봤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