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주류 출신 최고경영자(CEO)임에도 최 회장은 포스코 역대 회장들이 이루지 못했던 성과를 2번에 걸친 임기 동안 이뤘다.
코로나19 뒤 찾아온 철강업황 회복기에 재무책임자(CFO) 출신다운 비용 절감과 경영 효율화로 2021년 연결기준 영업이익 9조2381억 원을 거두며 역대 최고 기록을 새로 썼다.
친환경 미래소재 그룹이라는 비전을 위해 포스코의 물적분할을 통한 지주사 체제 전환을 추진해 2022년 3월 포스코홀딩스를 출범했다. 이를 통해 2차전지 소재업체 포스코퓨처엠을 필두로 원료분야까지 투자를 확대해 단단한 수직계열화 구조를 구축했다.
이 덕분에 올해 포스코그룹은 공정거래위원회가 자산 기준으로 발표하는 5대그룹 반열에 13년 만에 다시 올라서기도 했다.
기업가치 측면에서 성과는 더욱 두드러진다. 최 회장은 2018년 7월 취임 뒤 기업가치 극대화를 궁극적 목적으로 하는 경영이념인 기업시민을 내세웠다.
그 뒤 5년 동안 포스코그룹 6개 상장사의 시가총액이 3배 이상 커졌다. 포스코홀딩스와 포스코인터내셔널, 포스코퓨처엠, 포스코DX, 포스코엠텍, 포스코스틸리온 등 6개 상장사 시가총액은 2018년 7월 약 35조 원에서 올해 7월 기준 115조 원가량으로 뛰었다.
최 회장은 지난해 3월 지주사 체제를 출범하면서 2차전지 소재를 비롯한 신성장사업의 가치를 높여 2030년까지 포스코홀딩스 기업가치를 3배 이상 키우겠다는 목표를 내놨다.
그 뒤 1년이 조금 지난 7월 말 현재 포스코홀딩스 주가는 출범 전과 비교해 2배 이상 상승했다.
최 회장은 자산규모뿐 아니라 기업가치 측면에서도 명실상부한 5대그룹의 위상을 다지며 철강업에서 벗어나 친환경 소재기업의 주춧돌을 놓았다.
이런 성과 덕분에 최 회장은 특별한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다면 민영화 뒤 취임한 역대 회장 가운데 처음으로 2번째 임기를 완주할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포스코그룹은 정경유착 논란에 시달렸던 어두운 과거 때문에 민영화된 뒤에도 정권 교체기에 역대 회장들이 외풍에 휩쓸려 2번째 임기를 제대로 마치지 못하고 중도하차했던 아픈 역사를 갖고 있다.
최 회장이 내년 3월까지 남은 기간을 차질 없이 마무리한다면 민영화된 이후 처음으로 임기를 마친 첫 사례가 돼 포스코그룹 역사에서도 의미가 크다.
▲ 2022년 3월2일 포스코홀딩스 출범식에서 최정우 회장이 회사깃발을 흔드는 모습. <포스코홀딩스>
포스코그룹의 관행을 고려할 때 차기 회장 인선 작업은 이르면 오는 10월에서 11월 사이에 시작될 것으로 예상된다.
다음 회장으로 과거 포스코그룹의 주류였던 철강 전문가가 다시 등장해서는 안 된다는 시각이 많다.
포스코그룹이 기존의 철강기업 이미지에서 벗어나 친환경 소재기업으로 닻을 올린 만큼 신사업을 안정적으로 성장시킬 역량을 가진 경영자가 발탁돼야 한다는 것이다.
정치권 외풍에 시달리며 차기 CEO를 선출하지 못한 채 올해의 절반 이상을 날린 KT의 전철을 밟지 말아야 한다는 목소리도 거세다.
KT는 뛰어난 경영 성과를 거둔 구현모 전 대표이사 사장이나 그 뒤를 이어 차기 CEO로 내정된 윤경림 사장이 모두 정치권 압박을 견디지 못하고 중도 사퇴했다. 그럼에도 투명하게 절차를 다시 밟아 정치권 출신 인사를 배제하고 디지털 분야 전문가 3인을 차기 CEO 후보자로 뽑았다.
포스코그룹 역시 차기 회장을 뽑는 과정을 투명하고 공정하게 진행해 친환경소재 그룹이라는 미래 비전을 구현할 인물을 다음 CEO로 내세워야 할 필요성이 크다.
포스코그룹이 어떤 인물을 다음 CEO로 뽑느냐는 미래 기업가치에 있어 가장 중요한 변수가 될 수 있다. 박창욱 산업부장·부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