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그룹의 한진이 한진해운의 알짜 자산을 계속 매입하고 있다.
유동성 위기에 빠진 한진해운을 지원하기 위한 측면이 강하지만 한진해운의 법정관리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알짜 자산을 사들이고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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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
12일 한진에 따르면 한진해운이 추진하는 미국 롱비치터미널 유동화에 한진이 참여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롱비치터미널은 한진해운이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 운영하는 대형 터미널이다. 한진해운이 보유한 터미널 10여 곳 가운데 가장 핵심으로 꼽힌다.
이 터미널은 미국 서부항만 전체 컨테이너 물동량의 30% 이상을 담당할 정도로 규모가 크다. 롱비치항만에서 1만TEU급 이상의 초대형 선박이 접안할 수 있는 터미널은 롱비치터미널을 포함해 2곳뿐이다.
한진해운은 이에 앞서 채권단에 제출한 자구계획안에서 롱비치터미널 유동화를 통해 1천억 원의 자금을 마련하기로 했다.
한진해운은 롱비치터미널의 지분 54%를 보유하고 있는데 올해 연말까지 경영권을 매각할 수 없도록 캘리포니아 주정부와 계약을 맺은 상태다. 이 때문에 직접 지분을 매각하는 방법 대신 다양한 방안을 두고 검토하고 있다.
한진은 한진해운으로부터 6월 아시아 8개 항로에 대한 영업권을 621억 원에 인수한 데 이어 7월 베트남에 위치한 터미널 지분 21.3%를 230억 원가량에 사들였다.
한진은 지난해 말 한진해운이 보유하고 있던 한진해운신항만 지분 50% 전량도 1355억 원에 인수했다.
한진이 매입한 한진해운 자산들은 대부분 알짜로 평가받는다.
김충현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한진이 한진해운으로부터 비교적 우량한 자산을 적절하게 매입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분석했다.
한진해운신항만은 2007년 9월에 설립됐는데 2009년부터 지금까지 꾸준히 흑자를 내고 있다. 한진해운신항만의 영업이익은 2009년 108억 원에서 지난해 536억 원으로 5배 가까이 늘었다. 지난해 영업이익률은 35.3%에 이른다.
아시아노선 영업권 인수도 긍정적으로 평가받는다. 한진해운의 아시아노선에서 나오는 매출은 2015년 기준으로 전체 컨테이너사업에서 나오는 매출의 17.5%에 그치지만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베트남 터미널도 마찬가지다. 한진은 5월 베트남법인을 설립했는데 베트남 터미널과 시너지를 기대할 수 있다.
한진이 한진해운의 알짜 자산을 계속 사들이는 것을 두고 일각에서 한진그룹이 한진해운의 법정관리행 등 최악의 상황을 앞두고 이에 대비하고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한진해운은 채권단의 자율협약이 종료되는 9월4일까지 용선료 협상, 사채권자 채무 재조정, 선박금융 만기 연장, 부족자금 지원방안 등의 결과물을 내놓아야 한다.
채권단은 한진해운이 그룹 차원에서 7천억~9천억 원에 이르는 운영자금을 해결하지 않을 경우 자율헙약 기한이 만료되는 9월4일 이후 법정관리 절차를 밟겠다는 입장을 여러 차례 밝혔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은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