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소니가 신사업 중심으로 체질개선에 속도를 내면서 전 세계적으로 시장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는 스마트폰용 이미지센서와 카메라모듈사업에서 점차 손을 뗄 가능성이 제기된다.
삼성전자와 삼성전기, LG이노텍 등 소니와 경쟁하고 있는 한국 부품업체들이 소니의 고객사 물량을 확보하며 수혜를 입을 것으로 보인다.
◆ 소니, 스마트폰 부품사업 축소
8일 외신을 종합하면 소니가 스마트폰 부품사업에서 벗어나 신사업분야에 집중하기 위한 체질개선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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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히라이 가즈오 소니 CEO. |
전자전문매체 디지타임스는 “소니가 현재 세계시장에서 40% 정도의 점유율로 독주하는 이미지센서 생산량을 대폭 축소하기로 결정하며 신사업분야에 투자를 집중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디지타임스는 소니가 성장전망이 점점 어두워지고 있는 스마트폰 부품사업에서 벗어나 자율주행차와 로봇, 의료기기 등으로 이미지센서의 주요 공급처를 바꿔내고 있다고 진단했다.
스마트폰용 이미지센서 시장은 2014년부터 2020년까지 연평균 4% 정도 성장하는 데 그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자동차와 의료기기용 이미지센서는 같은 기간 연평균 27%의 성장세가 예상된다.
디지타임스는 소니가 이미지센서의 자체 기능과 관련 소프트웨어를 강화해 보안과 게임분야에서도 쓰임새를 넓히겠다는 목표를 두고 기술개발을 지속하고 있다고 밝혔다.
소니는 지난해 TV와 PC 등 완제품사업을 분사하거나 매각하며 스마트폰 부품사업에 역량을 집중하는 강도높은 조직개편을 이어왔다. 하지만 스마트폰의 수요둔화로 최근 실적에 큰 타격을 받고 있다.
소니는 올해 2분기 이미지센서 등 반도체부문에서 영업손실 435억 엔을 내며 지난해 2분기 영업이익 327억 엔에서 큰 폭으로 적자전환했다. 카메라사업부문 영업이익은 75억 엔으로 58%나 줄었다.
애플 아이폰 등 소니의 이미지센서와 카메라모듈을 공급받는 주요 스마트폰 제조사의 판매량이 급감하며 악영향을 받은 것으로 분석된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소니는 최근 일본 지진으로 인한 생산차질과 엔화가치 상승 등으로 이중고를 겪고 있다”며 “카메라모듈사업을 일부 중단하는 등 수익성을 높이기 위한 구조조정이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 국내 부품업체 점유율 확대
스마트폰 부품시장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갖춘 소니가 실적부진에 대응해 구조조정을 가속화하면서 삼성전자와 삼성전기, LG이노텍 등 한국 부품업체가 수혜를 볼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는 시스템반도체사업에서 이미지센서를 미래 성장동력으로 삼고 연구개발을 지속하며 세계시장에서 20% 가까운 점유율로 소니를 추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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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기남 삼성전자 반도체총괄 겸 시스템LSI 사업부 사장(왼쪽)과 박종석 LG이노텍 사장. |
삼성전자는 소니와 같이 고성능 스마트폰에 사용되는 이미지센서를 주로 개발하고 있다. 소니가 스마트폰 부품사업의 비중을 낮추기 위해 주력하고 있는 만큼 삼성전자가 소니의 기존 고객사를 확보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삼성전기와 LG이노텍 등 소니와 카메라모듈분야에서 경쟁하고 있는 업체들도 수혜가 예상된다. 특히 LG이노텍의 경우 애플 아이폰에 공급하는 카메라모듈을 당분간 독점할 가능성이 높다.
이순학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소니는 카메라모듈부문에서 강력한 경쟁사였지만 사업 자체를 완전히 중단할 가능성이 높아졌다”며 “LG이노텍이 단숨에 애플 등에 1차 공급사로 올라서며 지위를 확보할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국내 부품업체들도 결국 자동차용 이미지센서와 카메라 등 전장부품을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육성하고 있는 만큼 소니의 체질개선에 따른 수혜가 단기적으로 그칠 수밖에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소니는 2분기 실적발표에서 “이미지센서를 소니의 중장기 성장동력으로 유지할 계획에는 변함이 없다”며 “자동차업체들과 협력을 강화해 차량용 이미지센서에서 입지를 강화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소니가 기술력을 앞세워 급성장하는 자동차용 카메라시장을 선점한다면 국내업체들이 후발주자로 진입하기 어려워질 것”이라며 “단기적인 수혜만 기대할 것이 아니라 전장부품에서 장기적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