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한재 기자 piekielny@businesspost.co.kr2023-06-30 10:3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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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국내 ETF(상장지수펀드) 100조 원시대가 열렸다. 국내 증시에 첫 ETF 상품이 상장된 지 21년 만이다.
개인 퇴직연금시장을 중심으로 국내 ETF시장 더욱 빠르게 커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국내 자산운용사의 점유율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 29일 국내 ETF시장 운용자산 규모가 처음으로 100조 원을 넘어섰다. 자산운용업계에서는 ETF시장이 앞으로 10년 내 300조 원까지는 무난히 성장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3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날 국내 ETF시장 운용자산(AUM) 규모는 100조312억 원으로 집계됐다. 28일보다 0.5% 늘면서 사상 처음으로 100조 원을 넘겼다.
국내 ETF시장이 열린 2002년 10월14일 3552억 원이던 자산 규모는 2005년 처음으로 1조 원을 넘겼고 2011년 10조 원, 2019년 50조 원을 거쳐 시장 개화 21년 만에 100조 원 돌파했다.
2002년 2개 운용사가 4개 상품을 출시했던 국내 ETF시장에는 현재 23개 운용사가 733개 상품을 운용하고 있다.
자산규모가 가장 큰 상품을 살펴보면 삼성자산운용의 ‘Kodex200’이 6조220억 원으로 부동의 1위를 지키고 있다.
Kodex200은 한국거래소의 코스피200지수를 추종한다. 2002년 국내 ETF시장에 처음으로 출시된 상품으로 상장 이후 지금껏 단 한 번도 자산 규모 1위를 놓치지 않았다.
2위는 미래에셋자산운용의 ‘TIGER CD금리투자KIS(합성)’, 3위는 ‘Kodex KOFR금리액티브(합성)’이 차지했다. 두 상품은 각각 5조1943억 원, 3조7286억 원 규모로 운영되고 있다.
TIGER CD금리투자KIS(합성)과 Kodex KOFR금리액티브(합성)은 각각 2020년 7월, 2022년 4월 출시됐다. 운용 시기가 길지 않지만 고금리시대 안전한 파킹통장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알려지며 빠르게 자산이 늘었다.
29일 기준 국내 ETF시장에선 운용자산 규모 2조 원 넘는 상품이 8개 운용되고 있다. 2021년 6월 4개에서 2년 사이 2배 증가했다.
자산운용사별로 자산규모를 살펴보면 국내 ETF시장을 연 삼성자산운용이 40조4천억 원(28일 기준)으로 1위를 지켰다. 시장점유율은 40.6%이다. 삼성자산운용은 2002년부터 지금껏 한 번도 1위를 내준 적이 없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이 운용자산 36조4천억 원으로 2위에 올랐다. 시장점유율은 36.6%에 이른다. 삼성자산운용과 미래에셋자산운용의 합산 점유율은 77.3%로 80%에 육박한다.
3위는 KB자산운용으로 8조5677억 원 규모의 자산을 운용해 시장점유율 8.6%를 차지했다. 그 뒤를 한국투자신탁운용(4.7%), 키움투자자산운용(3.1%), 한화자산운용(2.4%), NH아문디자산운용(1.6%), 신한자산운용(1.6%) 등이 잇는다.
다만 국내 ETF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만큼 어느 자산운용사도 지금의 순위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으로 여겨진다.
올해만 보더라도 미래에셋자산운용은 꾸준히 삼성자산운용의 왕좌를 위협하고 있고 키움투자자산운용과 한화자산운용은 5위를 놓고 엎치락뒤치락하고 있다. 올해를 6위로 시작했던 NH아문디자산운용은 신한자산운용의 빠른 성장세에 현재 7위도 안심 못하는 상황에 놓였다.
자산운용 규모가 1조 원이 넘는 8개 주요 자산운용사의 올해 ETF시장 성장률을 보면 중소형운용사가 시장 전체 성장률을 크게 웃도는 모습을 보였다.
올해 들어 28일까지 신한자산운용의 자산규모가 115.2% 확대되며 가장 많이 늘었고 키움투자자산운용(64.8%), 한화자산운용(61.7%), 한국투자신탁운용(53.9%) 등도 시장 성장률 26.5%를 훌쩍 뛰어 넘었다.
같은 기간 삼성자산운용과 미래에셋자산운용은 각각 22.6%와 23.1% 성장했다.
시장을 양분하고 있는 삼성자산운용과 미래에셋자산운용의 안정적 뒷받침 속에서 중소형 자산운용사가 전체 시장 성장을 이끌었다고 볼 수 있는 셈이다.
자산운용업계에서는 자산운용사의 경쟁 심화가 신상품 출시로 이어지고 이를 통해 시장 파이가 커지는 선순환 구조가 확보된 만큼 국내 ETF시장이 앞으로도 빠른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고 있다.
▲ (왼쪽부터) 홍순욱 한국거래소 코스닥시장본부장, 이병성 미래에셋자산운용 대표, 서봉균 삼성자산운용 대표, 손병두 한국거래소 이사장이 29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 서울사옥에서 열린 '코스닥글로벌 ETF 상장' 기념식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한국거래소>
전날 ETF시장 자산규모가 100조 원을 넘긴 것도 같은 날 출시된 600억 원 규모의 삼성자산운용과 미래에셋자산운용의 코스닥글로벌 신상품이 큰 역할을 했다.
Kodex 코스닥글로벌과 TIGER 코스닥글로벌이 상품이 없었다면 전날 국내 ETF시장 운용자산규모는 99조700억 원 수준으로 100조 원 시대 개막은 하반기로 밀렸을 수밖에 없다.
한국거래소와 금융투자협회가 ETF시장 확대에 지속해서 힘을 싣는 점도 긍정적이다.
한국거래소는 이날 오후 서울 여의도 서울사옥에서 ETF 100조 원 시대 개막을 기념하는 행사를 열기로 했다.
행사에는 손병두 한국거래소 이사장과 서유석 금융투자협회장을 비롯해 서봉균 삼성자산운용 대표, 이병성 미래에셋자산운용 대표, 배재규 한국투자신탁운용 대표, 김성훈 키움투자자산운용 대표 등이 참석할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첫 ETF상품 출시를 이끌어 ‘국내 ETF의 아버지’로 불리는 배재규 한국투자신탁운용 대표는 최근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미국은 ETF 규모가 주식시장 시총의 12% 정도 되는데 한국은 현재 4% 정도에 그친다”며 “2030년에 300조 원까지는 무난히 성장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한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