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국금속노동조합 조합원들이 26일 서울 중구 전국금속노동조합 사무실에서 열린 '7·12 정권 퇴진 총파업 선언 기자회견'에서 노조법 2·3조 개정과 노조 탄압 중단 등을 요구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
[비즈니스포스트] 현대자동차가 올해 임단협(임금 및 단체협약) 협상 타결까지 가는 길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차 노조가 상급 단체인 민주노총 전국금속노동조합(금속노조)에 동조해 5년 만에 파업을 벌이면서 그 기세로 정년 연장, 정년 퇴직자 대상 찻값 할인 같은 요구사항을 밀어부치려 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27일 현대차 노조에 따르면 이날 회사 측과 4차 교섭을 진행하면서 올해 임단협 요구안과 관련한 협상을 이어가고 있다.
현대차 노사가 13일 올해 임단협 상견례를 한 이후 협상 타결을 위한 초반 단계를 밟고 있는 것인데 올해는 지난해 협상과는 분위기가 사뭇 다를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차 노조는 지난해까지 4년 동안 파업 없이 단체 교섭을 끝냈다. 하지만 올해는 임단협 협상 초반 상급 단체인 금속노조 총파업에 동참하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다.
금속노조는 26일 기자회견을 열고 7월12일 총파업한다는 방침을 중앙집행위원회에서 결정했다고 밝혔는데 현대차도 이 파업에 함께 하기로 한 것이다. 금속노조는 총파업 이유로 정부의 노조 적대시 정책을 들었다.
이에 따라 현대차 노조는 7월12일 모두 4시간 부분 파업을 벌인다. 오전조와 오후조가 출근 시간을 2시간씩 늦추는 방법으로 진행된다.
현대차 노조가 파업에 들어가는 것은 2018년 이후 5년 만이다.
안현호 현대차 노조 지부장은 “현대차 내부 노사 간의 문제가 아닌 이유로 파업을 선언한다”며 “노동자를 짓밟고 있는 정권에 맞서 힘차게 투쟁하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물론 현대차 노조는 노사교섭과 총파업을 별개로 진행한다는 계획을 세웠지만 올해 임단협이 출발부터 순조롭지 못하게 된 셈이다.
현대차로서는 임단협 문제가 아닌 정치적 이유로 노조가 파업을 벌이며 생산차질을 겪게 됐다.
이뿐 아니라 올해 임단협의 쟁점으로 꼽히고 있는 정년 연장, 장기 근속자 찻값 할인 등 쟁점사안을 놓고도 노사 간에 팽팽한 줄다리기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현대차 노조는 올해 임단협에서 기본급 18만4900원 인상, 전년도 순이익 30%를 성과급으로 지급, 상여금 900%, 각종 수당 인상 등을 임금 관련 요구안에 포함했다.
이와 함께 25년 이상 장기 근속한 정년 퇴직자에게 주어지던 2년마다 신차 25% 할인 혜택의 모든 정년 퇴직자 대상 확대 적용, 정년을 국민연금 수령 시기와 연동해 최장 64세로 확대, 전기차 신공장 관련 인력 운영 방안 및 기존 파워트레인 고용 변화 대응 등도 요구하고 있다.
이 가운데 특히 정년 확대는 현대차 노조가 이전 임단협에서도 꾸준히 주장하던 안건이나 올해는 정년 연장을 핵심 요구안으로 꼽는 만큼 이와 관련한 협상이 장기화될 여지가 큰 것으로 분석된다.
또 모든 정년 퇴직자에게 신차 할인 혜택을 달라는 요구안은 사회적 비판여론이 적지 않아 협상 타결이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최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에 "현대차 노조가 모든 정년 퇴직자를 대상으로 2년마다 차값을 25% 할인해줄 것을 회사에 요구하고 나섰다"며 "모든 부담을 고스란히 부담해야만 할 소비자들을 바보로 취급하지 않고서야 어떻게 이런 생각을 하는지 정말 어처구니 없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자동차업계 한 관계자는 “올해 현대차 임단협은 초반부터 노조의 파업으로 순조롭지 못한 상황”이라며 “지난 4년 동안과 달리 정년 연장 문제가 주요 쟁점으로 떠오른 만큼 합의안 도출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장은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