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이 소멸시효를 넘긴 자살보험금을 지급하지 않은 삼성생명과 교보생명 등에 대한 압박의 수위를 높이고 있다.
삼성생명과 교보생명은 관련된 대법원 판결 이후 지급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입장을 지키고 있다.
4일 생명보험업계에 따르면 금감원은 삼성생명과 교보생명에 대한 자살보험금 관련 현장검사를 최근 끝내고 제재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금감원은 두 회사에 대해 6월27일부터 검사를 진행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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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웅섭 금융감독원장. |
금감원의 검사결과에 따라 삼성생명과 교보생명에서 지급하지 않은 자살보험금 규모가 급증할 가능성도 있다. 금감원은 주계약에서 자살을 재해사망으로 보장한 상품 규모를 살펴본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생명은 2월 말 기준으로 자살보험금 607억 원(877건), 교보생명은 265억 원(338건)을 지급하지 않았다고 금감원에 보고했다. 이는 특약에서 자살을 재해사망으로 보장한 상품만 집계한 것이다.
금감원은 삼성생명과 교보생명에서 자살보험금의 지연이자를 제대로 계산했는지도 살펴봤다. 보험회사들은 약관에 따라 지급을 미룬 자살보험금에 대해 연 10% 내외의 지연이자를 포함해 고객에게 내줘야 한다.
삼성생명은 전체 자살보험금에서 지연이자의 비중이 11.9%에 불과하다. 교보생명(45.9%)은 물론 ING생명(49.9%)이나 알리안츠생명(35.6%)보다도 훨씬 낮다. 이 때문에 이자율을 제대로 적용하지 않은 것 아니냐는 의문도 나온다.
금감원은 이번 현장검사를 통해 삼성생명과 교보생명에서 보험 청구권 소멸시효 2년을 넘긴 자살보험금도 지급하도록 압박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소멸시효를 넘긴 자살보험금을 금액별로 살펴보면 삼성생명 431억 원(619건), 교보생명 213억 원(254건)이다.
삼성생명과 교보생명은 소멸시효를 넘긴 자살보험금 지급에 대한 대법원의 판결이 나오기 전까지 자살보험금의 지급 여부를 결정할 수 없다는 입장을 완강하게 지키고 있다. 대법원은 이 소송의 판결을 이르면 8월 말에 내놓는다.
삼성생명 관계자는 “법적 판결은 굉장히 중요한 사회적 합의”라며 “자살보험금을 무조건 지급하지 않겠다는 것이 아니라 명확한 근거가 될 대법원의 판례를 보고 나서 판단하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보험업계의 한 관계자는 “대법원이 자살보험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판결했지만 소멸시효를 넘긴 자살보험금에 대해서는 반대되는 결과를 내놓을 확률이 더 높다고 생명보험회사들은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금감원은 대법원의 판결과 관계없이 삼성생명과 교보생명 등에서 소멸시효를 넘긴 자살보험금도 지급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진웅섭 금융감독원장은 7월 말 기자간담회에서 “대법원이 향후 내릴 판단을 존중하겠지만 민사적인 책임 면제와 별개로 보험업법 위반에 대한 행정적인 제재를 하겠다”며 “소비자의 피해구제에 최선을 다하는 것이 금감원의 책무”라고 밝혔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금감원은 소멸시효를 넘긴 자살보험금을 보험회사에서 지급하지 않는다면 향후 연금 지급 등에서 안 좋은 선례로 작용할 가능성을 감안하고 있다”며 “삼성생명과 교보생명을 시작으로 다른 생명보험회사에 대한 압박도 더욱 거세질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규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