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철 기자 dckim@businesspost.co.kr2023-06-14 13:4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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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올해 하반기에 경기가 둔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수출 부진이 장기화하는 가운데 소비마저 위축되면서 2023년 경기가 '상저하저'(상반기와 하반기 모두 저조)로 귀결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기도 한다.
▲ 하반기 경기회복이 더딜 것이라는 전망에도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현재 경제운용 기조를 유지하겠다는 뜻을 밝히고 있다. 사진은 6월14일 국민의힘 의원모임 '열린공감'에서 경제상황을 설명하는 추경호 장관. <연합뉴스>
하지만 윤석열 정부의 경제사령탑을 맡고 있는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하반기 경기 회복에 자신감을 드러내며 경제운용 기조를 바꿀 뜻이 없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대표적 재정건전론자인 추 부총리가 어려운 상황에서 정책 소신을 지켜나갈지 여부에 관심이 집중된다.
추경호 부총리는 14일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의원모임 ‘열린공감’ 초청 강연에서 “최근 여러 지표를 보면 위기의 터널 끝이 보이는 게 아닌가 싶다”며 “터널의 끝을 향해 달려가는 게 아니라 뒤로 달려가면 터널은 멀어진다”고 말했다.
상반기 경제상황이 좋지 않지만 하반기에는 경기가 회복될 것으로 보는 ‘상저하고’ 인식에 변함이 없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하지만 최근 들어 추 부총리의 발언과 상반되는 부정적 경제지표와 예측들이 이어지고 있다.
통계청이 이날 발표한 5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취업자 수는 27개월 연속 증가세를 나타냈으나 증가 폭이 두달째 감소했다. 제조업 취업자수는 5개월 연속, 건설업 취업자수는 6개월 연속 감소세를 보이면서 경기회복세 둔화 조짐도 나타났다.
통계청이 5일 발표한 4월 ‘전 산업 생산지수’는 2020년을 100으로 놨을 때 109.8로 전달보다 1.4% 감소했다. 이는 2022년 2월(-1.5%) 이후 14개월 만에 최대 감소폭이다. 특히 제조업 생산이 3월 대비 1.2% 줄면서 전반적인 생산 감소를 주도한 것으로 나타났다.
소비 동향을 보여주는 4월 소매판매 역시 전달보다 2.3% 줄어들어 1분기(1월~3월)에 호조를 보였던 소비도 다시 위축됐다. 소비판매 감소폭 역시 2022년 11월(-2.3%) 이후 최대치다.
국내외 기관들도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하향 조정했다.
한국은행은 5월25일 발표한 ‘수정 경제전망’에서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1.6%에서 1.4%로 낮췄다. 같은 달 11일 한국개발연구원(KDI)도 ‘2023년 상반기 경제전망’에서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1.8%에서 1.5%로 내렸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도 7일 내놓은 경제전망 보고서에서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2.3%에서 0.2%포인트 낮춘 2.1%로 수정하면서 한국 경제의 회복 속도가 느릴 것으로 봤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 4월 펴낸 세계 경제전망(WEO)을 통해 한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종전 1.7%에서 1.5%로 바꿨다.
IMF와 OECD가 다른 세계 주요국들과 달리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을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탓에 하반기 경기회복을 의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IMF는 미국(0.2%포인트), 영국(0.3%포인트), 유로존(0.1%포인트) 등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상향 조정됐다.
박시동 경제평론가는 8일 CPBC 라디오 김혜영의 뉴스공감에서 “OECD의 경제성장률 전망에서 우리나라는 하향조정 됐지만 러시아를 제외한 상위국가(G20)를 보면 세계경제성장률 전망치인 2.7%보다 높은 2.8%다”라며 “즉 세계적으로 경제성장률이 상승흐름을 타고 있는데 우리만 동떨어지게 하향 전망이 계속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추 부총리는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 전망치가 낮아지는 것을 두고 지나친 걱정을 할 필요가 없다는 견해를 보였다.
추 부총리는 이날 강연에서 “지금 세계 경제성장률 자체가 가장 낮은 시기로 한국은행이 전망한 게 1.4~1.5%인데 쉽게 말하면 상반기 굉장히 어렵다는 것”이라며 “지금 굉장히 안 좋은 시기를 국민들이 잘 참고 이겨내는데 하반기로 갈수록 점점 좋아지고 내년에는 더 좋아진다는 흐름이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야당이나 엉터리 경제학자 전문가란 사람들이 함부로 아무렇게나 비판하는 것에 주눅이 들 필요가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추 부총리는 정부의 경제운용 비판을 반박하는 근거로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개선된 고용지표를 제시하기도 했다.
그는 “문재인 정부 때 추경 등으로도 (일자리를) 21만 명 증가시켰는데 윤석열 정부는 출범 후 62만 명을 늘렸다”며 “해외에선 우리 경제를 강하게 보고 있고 정책 기조도 일관되게 잘하고 있다고 이야기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추 부총리의 시각과 달리 전문가들 사이에선 경제상황이 호전될 기미가 보이지 않음을 지적하며 정부가 경기활성화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이 존재한다.
현대경제연구원은 13일 내놓은 ‘2023년 한국 경제 수정 전망 보고서’에서 우리의 경제상황이 경기회복과 경기침체 국면의 갈림길에 서있다는 평가를 내놨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보고서에서 정부가 적절한 경기활성화 대책을 내놓지 않는다면 지금까지 그나마 경기하락을 방어해오던 소비도 하반기에 위축될 수 있다고 예상했다.
주 연구실장은 정부를 향해 “국내 경기는 내수 회복 모멘텀의 상실 우려가 커지면서 하반기에도 경기침체가 지속되는 ‘상저하저’의 경착륙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경제 철학이나 경제 이론에 대한 ‘집착’보다 경제 현실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실용적이고 유연한 경제 정책 기조를 구축해야한다”고 조언했다.
정부가 할 수 있는 경기활성화 대책으로 추가경정예산(추경)이 우선적으로 거론된다.
더불어민주당은 올해 초부터 정부를 향해 꾸준히 추경편성을 요구하고 있다. 세수부족이 심각한 상황이기는 하지만 국채를 발행해서라도 추경에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경제 회복의 마중물을 하루라도 빨리 부어야한다”며 추경관련 논의를 위해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와 비공개 만남도 가질 수 있다는 밝혔다.
하지만 추 부총리는 자신의 소신인 ‘건전재정’을 내세우며 추경은 절대 없을 것이라 선을 그었다.
추 부총리는 이날 강연에서 “기존 재원을 박박 긁어서라도 민생예산은 차질 없이 집행할 테니 걱정 안 해도 된다”며 "좌우지간 추경 없이 빚 더 안 내고 살림을 꾸릴 복안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기획재정부의 '4월 국세수입 현황'에 따르면 올해 4월까지 국세수입은 134조 원으로 전년 대비 33조9천억 원이 감소했다. 올해 4월을 기준으로 예산대비 세수진도율은 33.5%인데 이는 2000년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김대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