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채널Who] 삼성전자가 파운드리 부문에서 굳건한 세계 1위인 TSMC를 ‘기술적’으로 따라잡겠다는 원대한 계획을 세우고 있다.
그걸 가능하게 할 무기로 꼽고 있는 기술이 바로 GAA(게이트 올 어라운드) 기술이다.
GAA가 어떤 기술이길래 삼성전자는 이 기술을 TSMC를 따라잡을 수 있고 더 나아가 굳건한 1위를 왕좌에서 끌어내릴 수 있는 ‘게임 체인저’로 보고 있는 것일까? 그리고 GAA는 파운드리 시장에 현실적으로 어떤 영향을 미치는 것일까?
반도체 소자 가운데 '장 효과 트랜지스터'(Field Effect Transistor, FET)라는 것이 있다. 그리고 FET는 ‘게이트’와 ‘채널’을 통해 동작한다. 채널은 전류가 이동하는 길, 게이트는 전류가 흐르면 안될 때 전류의 흐름을 막는 일종의 관문 역할을 한다.
기존에 삼성전자와 TSMC가 주로 사용하던 핀펫 공정은 채널의 세 개 면이 게이트와 맞닿아 있다.
하지만 GAA는 게이트 올 어라운드라는 이름처럼 게이트가 채널의 모든 면, 그러니까 4면을 감싸고 있다. 따라서 GAA 방식으로 만들어진 FET는 핀펫 방식으로 만들어진 FET보다 게이트가 강하게 채널을 통제할 수 있다.
채널에 대한 게이트의 통제력이 강화되면 결과적으로 전류가 흐르면 안 될 때 흐르는 전류, 즉 누설 전류가 줄어들게 된다. 불필요한 전류의 흐름이 줄어들면 당연히 반도체가 동작할 때 필요한 전력도 줄어든다. ‘전성비(전력 대 성능비)’가 개선되는 것이다.
파운드리는 우리에게 친숙한 CPU(중앙처리장치), GPU(그래픽처리장치), AP(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 등을 팹리스의 주문을 받아 생산한다. 그리고 이렇게 생산된 CPU, GPU, AP를 팹리스가 받아가서 그들의 고객들에게 판매한다.
반도체들의 성능은 정말 빠른 속도로 발전해왔다. 하지만 그 반대급부로 반도체들이 필요로 하는 전력 역시 계속 커지고 있다.
10년 전까지만 해도 모니터만 꺼두면 컴퓨터는 24시간 내내 계속 켜놓아도 전기세가 별로 나오지 않는다는 이야기가 많았다. 하지만 최근 그래픽카드 등의 성능이 빠른 속도로 발전하면서 디스플레이 없이도 컴퓨터 자체가 동작하면서 사용하는 전력도 굉장히 커졌다.
이러다 보니 소비자들도 예전에 ‘가성비’를 찾던 것에 더해 ‘전성비’를 요구하기 시작했다. 컴퓨터 조립해서 사용하는 누리꾼들이 많이 활동하는 인터넷 커뮤니티를 살펴보면 컴퓨터 부품의 전성비를 묻는 질문이 눈에 띄게 늘어나고 있다.
또한 환경, 기후와 관련된 위기감이 커지면서 신재생 에너지가 주목받고 같은 맥락에서 환경 보호를 위해서라도 전성비가 중요하다는 인식도 퍼지고 있다.
전력 소모가 그대로 수익성과 직결되는 산업용 반도체에서는 전성비의 중요성은 오히려 더 말할 필요도 없다.
지금까지 이야기를 정리하면 반도체의 ‘소비자’들이 전성비 좋은 제품을 원하고 있다는 결론이 나온다. 팹리스들은 당연히 소비자들의 요구에 맞춰 전성비 좋은 제품을 만들어내라고 파운드리에 요구하게 된다. 삼성전자의 GAA가, 팹리스들의 요구를 충족시켜줄 수 있는 최적의 기술이 될 수 있다는 이야기다.
경계현 삼성전자 사장은 최근 카이스트에서 한 강연에서 “5년 내에 기술력으로 TSMC를 따라잡겠다”고 선언했다.
5년이라는 구체적인 시간도, ‘기술력’이라는 구체적인 범위도 명시하고 있는 만큼 이 말을 단순히 선언적 의미로만 받아들이기는 어렵다. 삼성전자가 상당히 구체적 목표를 제시한 셈이다.
그렇다면 여기서 의문이 생길 수 있다. 경계현 사장의 이야기에 따르면 현재 삼성전자의 기술력은 TSMC보다 약 1~2년 정도 뒤쳐져 있다. 그런데 왜 TSMC는 삼성전자보다 GAA 기술을 빨리 도입하려는 시도를 하지 않는 것일까? TSMC에게 GAA를 도입할 기술력이 부족해서일까?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TSMC는 지금 GAA를 도입해봤자 좋을 게 없다는 전략적 판단을 내린 것이라고 할 수 있다.
TSMC가 GAA를 일찍 도입하지 않으려 하는 이유, 그리고 삼성전자와 TSMC의 파운드리 전략의 차이와 관련된 이야기는 다음 영상에서 계속 이어가도록 하겠다. 윤휘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