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상품 비교 서비스는 현재로서는 핀테크 기업의 고유한 업무 영역으로 여겨지는 만큼 당장 금융권은 신한은행의 결정을 ‘도전’으로 바라보고 있다. 정상혁 신한은행장은 대출상품 비교 플랫폼에서 성과를 낸다면 신한은행의 디지털 경쟁력 강화에 큰 보탬이 될 것으로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 정상혁 신한은행장(사진)은 6월 말 대출 비교 플랫폼 출시를 앞두고 중개 수수료 할인 등 다양한 전략 방안을 고민할 것으로 보인다.
31일 신한은행에 따르면 6월 말부터 모바일앱 ‘쏠(SOL)’ 내 마이데이터 서비스 ‘머니버스’에서 대출 비교 플랫폼을 출시한다.
신한은행은 지난해 11월 금융위원회로부터 온라인 예금상품 중개 서비스 사업자로 지정됐는데 대출 비교 서비스와 함께 예금 비교 및 중개 서비스도 제공할 것으로 알려졌다.
신한은행이 대출 비교 플랫폼을 출시하는 것을 두고 금융권은 다소 이례적이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자사 대출상품을 판매하는 게 1순위일 수밖에 없는 은행이 사실상 다른 은행의 대출상품을 금융소비자에게 소개하고 이를 연결해준다는 것은 실리를 최우선으로 추구하는 기업 논리 측면에서 앞뒤가 맞지 않기 때문이다.
더욱이 대출비교 시장은 카카오페이, 네이버파이낸셜, 토스, 핀다 등 핀테크 기업이 꽉 잡고 있다. 신한은행은 사실상 대출 비교 시장의 후발주자인 데다 플랫폼 접근성이 낮은 만큼 핀테크 기업과의 대결에서 승리할지 장담하기 어렵다.
하지만 정상혁 신한은행장은 금융 플랫폼 경쟁에서 카카오와 토스 등 핀테크 기업을 따라잡으려면 대출비교 시장에서도 이들과 정면 대결이 불가피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정 행장은 취임 뒤 신한은행의 미래 모습으로 ‘은행이 고객의 삶에 녹아드는 에브리웨어 뱅크(Everywhere Bank)’를 강조하고 있다.
이에 신한은행은 모바일앱뿐 아니라 TV 등으로 고객과 소통 창구를 확대하고 있는데 TV 등 채널은 아직 은행 업무를 처리하는 주요 수단으로 자리매김하지 못한 만큼 당장 모바일앱의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게 중요하다.
정 행장은 최근 TV로 은행업무를 처리할 수 있는 ‘신한홈뱅크’ 서비스를 출시하며 “미래 신한의 모습은 은행이 고객의 삶에 녹아드는 에브리웨어 뱅크(Everywhere Bank)”라며 “디지털화로 서비스를 개선하는 수준을 넘어 은행이 다양한 플랫폼에서 금융서비스를 제공하는 형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핀테크 기업들은 사용 편의성과 서비스 확장성 등 플랫폼 경쟁력을 무기로 디지털 금융시장에서 은행에 크게 앞서고 있다. 신한은행을 비롯한 시중은행들은 이에 맞서 다양한 서비스를 한곳에 모으는 방식으로 플랫폼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는데 대출비교 서비스 탑재도 이런 전략의 하나로 풀이된다.
신한은행이 모바일앱에서 제공하는 서비스 가짓수가 늘어날수록 고객들이 신한은행 모바일앱을 찾을 이유도 늘게 된다.
금융권 일각에서는 신한은행이 고객 기반과 신뢰도 등을 바탕으로 핀테크와 정면 대결에서 어느 정도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 보는 시선도 나온다. 신한은행이 대출 비교 서비스를 출시하면서 핀테크보다 낮은 중개 수수료를 앞세울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정 행장에게 디지털 플랫폼 역량 강화는 주요한 과제 가운데 하나다. 은행들은 카카오, 네이버, 토스 등 이른바 ‘빅테크’와도 경쟁하게 되면서 고객을 플랫폼에 얼마나 많이, 얼마나 오래 붙들어 둘 수 있는지를 핵심 과제로 안게 됐다.
특히 정 행장은 모바일앱 ‘쏠(SOL)’의 ‘월간활성사용자 수(MAU) 1천만 명’을 서둘러 달성할 필요도 크다.
금융권에서는 ‘월간활성사용자 수(MAU) 1천만 명’을 플랫폼으로 유의미한 수준으로 보는데 시중은행 가운데 이 수치를 넘어선 것은 KB국민은행뿐이다. 올해 3월 말 기준으로 신한은행의 모바일앱 ‘쏠’ MAU는 940만 명이다.
정 행장은 올해 2월6일 한용구 전 신한은행장이 건강상의 이유로 사임한 뒤 신한은행장에 발탁됐으며 2월15일 별도의 취임식이나 취임사 없이 공식 업무를 시작했다. 차화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