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주주 적격성 심사제가 1일부터 시행에 들어갔다.
대주주 적격성 심사는 대기업 금융계열사를 대상으로 하는데 순환출자 등으로 지배구조가 복잡한 경우 최대주주를 도출하기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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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동주 전 일본롯데홀딩스 부회장(왼쪽)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
실질적인 지배주주와 최대주주가 동일하지 않을 경우 관련 규정이 구체적으로 마련돼 있지 않아 혼선이 불가피할 것이란 말도 나온다.
1일부터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의 적용범위가 넓어지면서 대기업 금융계열사 64곳이 금융당국의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받게 됐다. 그동안 은행.저축에만 적용되던 심사범위가 보험.증권.금융투자.비은행지주회사로 확대된 것이다.
대주주 적격성 심사대상은 최대 주주 1인이다. 최대주주가 법인이라면 해당 법인의 최다 출자자인 개인이, 순환출자형 지배구조 아래 있는 금융회사는 총수가 적격성 심사를 받게 된다.
하지만 실제 최대 주주를 가리기 어려운 경우도 있는데 롯데캐피탈이 대표적이다.
롯데캐피탈의 경우 최대주주가 지분 92.60%를 보유한 호텔롯데인데 호텔롯데의 대주주는 일본 롯데홀딩스다. 일본 롯데홀딩스의 대주주는 광윤사이며 광윤사의 최대주주는 지분 50%+1주를 보유한 신동주 전 일본롯데홀딩스 부회장이 최대주주다.
이 경우 롯데캐피탈에 대한 대주주 적격성 심사는 신 전 부회장이 받게 되는데 사실상 롯데캐피탈을 지배하고 있는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적격성 심사를 피하게 되는 모순이 발생한다.
금융위원회는 롯데캐피탈과 롯데카드 등 롯데그룹 금융계열사의 경우 지배구조가 복잡한 점을 감안해 롯데그룹의 출자구조를 분석한 뒤 심사대상을 정하기로 했다.
삼성생명의 경우 개인 최대주주가 이건의 삼성그룹 회장(특수관계인 포함 지분 20.76% 보유)으로 심사대상은 명확하다.
하지만 삼성생명의 지분구조를 살펴보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적격성 심사를 받아야 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된다.
삼성생명 지분은 삼성물산이 19.34%, 삼성문화재단이 4.68%, 삼성생명공익재단이 2.18%를 보유하고 있다. 삼성물산 최대주주는 이 부회장인데 이 부회장은 삼성문화재단과 삼성생명공익재단 이사장도 겸직하고 있다. 정리하면 이 부회장 개인이 행사할 수 있는 의결권이 26.2%가량으로 이 회장보다 많다는 얘기다.
법의 실효성을 살리려면 이 부회장이 실질적인 심사 대상이 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금융위는 앞으로 금융회사의 최대주주 1인을 찾기 어려운 경우에 대비해 구체적인 기준을 만들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현대캐피탈의 경우 최대주주는 지분 56.47%를 보유한 현대자동차인데 현대차의 최대주주는 현대모비스다. 현대모비스의 최대주주는 기아자동차인데 기아차의 최대주주에는 다시 현대차가 이름을 올리고 있어 개인 최대주주가 도출되지 않는다.
이 경우 공정거래법상 총수를 심사대상으로 삼는다는 원칙에 따라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이 심사대상으로 간주될 가능성이 높다.
대주주 적격성 심사는 금융당국이 금융사 대주주의 위법사실 등을 파악해 주주의 자격을 심사하는 제도다. 금융당국은 대주주가 공정거래법 등 금융 관련 법령을 위반해 벌금형 이상을 받으면 대주주가 보유하고 있는 금융사 주식에 대한 의결권을 제한할 수 있다.
금융회사 지배구조법은 10월 말까지 3개월 동안 유예기간을 둔 뒤 본격적으로 집행된다.
금융회사들은 올해 말을 기준으로 적격성 심사대상 최대주주가 누구인지 파악해 내년 2월 말까지 금융감독원에 자료를 제출해야 한다. 금감원은 3개월의 심사기간을 거쳐 내년 5월께 첫 심사결과를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 적격성 심사는 2년마다 이뤄진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재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