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반도체산업협회가 상무부의 반도체 지원법 관련 가드레일 조항을 비판하는 성명을 냈다. 삼성전자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 반도체공장. |
[비즈니스포스트] 미국에서 영향력 있는 로비단체인 반도체산업협회(SIA)가 미국 바이든 정부의 반도체 지원법을 두고 엄격한 ‘가드레일’ 조항을 철회해야 한다는 주장을 내놓았다.
삼성전자와 같은 해외 반도체기업이 미국에 공장을 설립하는 과정에서 정부 지원에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것이다.
반도체산업협회는 현지시각으로 23일 홈페이지를 통해 “미국 상무부의 반도체 지원법 가드레일에 대응하는 내용의 성명을 제출했다”고 밝혔다.
상무부가 정부 지원금을 조건으로 일부 반도체기업에 지나치게 까다로운 조건을 요구하는 것은 법안의 취지에 맞지 않고 공급망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상무부에서 정부 보조금을 받는 기업이 중국과 같은 일부 국가에서 반도체 시설 투자를 제한하도록 규제하는 방안을 두고 비판이 나왔다.
반도체산업협회는 중국이 세계 반도체 공급망 생태계에서 중요한 역할을 차지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중국이 글로벌 반도체 매출의 약 3분의1을 책임지며 반도체 생산 과정에 필요한 전공정 및 후공정을 다수 책임지고 있다는 상황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반도체 지원법 시행과 관련한 실무를 담당하는 상무부가 미국 의회에서 동의한 것보다 더 엄격한 기준을 세우고 있다는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미국 의회는 글로벌 반도체기업이 중국 투자를 자제하도록 하겠다는 방향을 두고 있었는데 상무부는 이를 넘어 기업들에 당장 피해가 갈 수 있는 조치를 도입하고 있다는 것이다.
반도체산업협회는 반도체 지원법이 대상 기업들에게 현재 사업활동을 유지하면서도 미국의 반도체 안보에 기여할 수 있는 쪽으로 추진되어야 한다는 주장을 내놓았다.
상무부의 엄격한 보조금 지급 정책은 삼성전자의 미국 투자에 큰 변수로 꼽히고 있다.
삼성전자는 현재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에 170억 달러(약 22조3천억 원)를 들여 반도체 파운드리공장을 신설하며 반도체 지원법 시행에 따른 보조금 및 세제혜택을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상무부가 제시한 조건을 받아들이면 중국에서 운영하는 낸드플래시 메모리반도체 공장 투자에 제약을 받아 수요 대응에 한계를 맞고 실적에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있다.
이외에 미국 공장에서 예상치를 넘어서는 실적을 낼 때 미국 정부에 지원금을 일부 반환해야 한다는 조건과 미국에 사업 기밀정보를 공유해야 한다는 조건 등이 포함되어 있다.
삼성전자는 이런 조건에 난색을 표시하면서도 정부 지원을 포기할 수 없어 딜레마를 안고 있었다.
반도체산업협회가 삼성전자의 이해관계를 반영하는 내용의 성명을 내고 상무부를 압박하면서 힘을 실어주고 있는 셈이다.
1977년에 설립된 반도체산업협회는 미국 반도체기업을 대변하는 대표적 이해단체로 꼽힌다. 정부에 정책적 자문과 로비활동 등을 벌이고 있으며 상당한 영향력을 인정받고 있다.
반도체 지원법이 의회를 통과하는 과정에도 반도체산업협회가 상당한 수준의 로비활동을 벌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인텔과 마이크론, 엔비디아와 AMD, IBM과 퀄컴 등 미국 주요 업체는 물론 삼성전자와 TSMC, SK하이닉스 등 해외 반도체기업도 반도체산업협회 회원사로 참여하고 있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