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케미칼이 앞으로 업황둔화로 실적 하락세로 돌아설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망됐다.
허수영 롯데케미칼 사장은 사업다각화로 실적이 업황에 따라 변동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힘을 쏟고 있는데 이를 위해서라도 투자의 기회를 놓쳐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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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허수영 롯데케미칼 사장. |
이도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29일 "롯데케미칼은 일회성 호재들이 소멸되기 시작했다”며 “일시적 반등이 사라지고 하락세가 재개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롯데케미칼은 상반기에 영업이익 1조1675억 원을 냈다. 업계 라이벌인 LG화학 영업이익 1조735억 원을 제쳤다.
롯데케미칼은 상반기에 매출 6조1256억 원으로 LG화학(10조907억 원)에 크게 못 미친다.
그런데도 롯데케미칼이 더 많은 영업이익을 거둘 수 있었던 것은 롯데케미칼의 사업구조가 에틸렌 위주의 범용제품에 집중돼 있기 때문이다.
롯데케미칼은 폴리에틸렌 제품 비중이 50% 이상을 차지해 에틸렌 의존도가 높다. 저유가 상황에서 에틸렌 제품 마진이 커지면서 롯데케미칼이 그만큼 더 많은 수혜를 누린 것으로 분석됐다.
이 연구원은 롯데케미칼이 거둔 2분기 실적호조에 대해서도 “6월 초부터 수요가 회복되고 예기치 않은 설비 가동중단이 발생해 기술적 반등을 보였다”고 평가했다.
문제는 롯데케미칼이 누리고 있는 에틸렌 호황이 언제까지 지속될지 불확실하다는 점이다. 이미 에틸렌 업황이 최고점을 찍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 연구원은 “에틸렌 사이클은 2분기를 고점으로 하락세에 접어들었다”며 “3분기 재가동하는 설비 생산능력이 2016년 세계 수요 증가분을 상회하며 신규설비 3기도 상업가동에 돌입할 예정”이라고 내다봤다.
이 연구원은 “수요 둔화와 함께 신규 설비 및 재가동 물량이 나오면 하반기 에틸렌 수익성은 40% 이상 하락할 것”이라며 “미국을 포함해 대량의 신규 설비 가동이 시작되면서 향후 2년간 전망은 어두울 것”이라고 분석했다.
물론 에틸렌 사이클에 대한 이런 전망이 과도하다는 시각도 있다.
한승재 동부증권 연구원은 “롯데케미칼은 대표적인 사이클산업을 하는 만큼 계속해 실적 고점 논란이 나온다”며 “하지만 2018년 미국 에탄분해시설 증설 전까지 저유가와 저공급 기조는 변한 게 없고 2017년까지 이익증가 기조 역시 유효하다”고 파악했다.
한 연구원은 “롯데케미칼은 계절성으로 하반기 들어 실적둔화가 나타나고 있지만 기존 사업의 이익증가 기조 등 연간 이익성장에 초점을 맞춰 봐야 할 것”이라고 바라봤다.
하지만 롯데케미칼이 장기적인 성장을 위해 에틸렌 의존도를 낮춰야 할 필요가 있다는 데에서는 한목소리가 나온다.
허수영 사장도 롯데케미칼의 에틸렌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서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삼성그룹으로부터 인수한 롯데첨단소재는 올해 2분기에 영업이익 886억 원을 내며 롯데케미칼의 실적에 크게 힘을 보탰다.
롯데케미칼은 여수에 고부가소재인 C5 모노머 분리시설을 짓기 위헤 1400억 원을 투입한다. 현대오일뱅크와 혼합자일렌(MX) 합작사업, 이탈리아 베르살리스와 특수고무 합작사업 등에도 1천억 원이 넘게 투자했다.
하지만 롯데케미칼이 자칫 새로운 성장동력 확보 시기를 놓칠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검찰이 롯데케미칼을 조세포탈과 비자금 조성 혐의로 수사하면서 투자확대에 발목이 잡힐 수 있기 때문이다. 허수영 사장도 조만간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에 소환된다.
롯데케미칼은 6월 북미 에틸렌 합작사업 파트너인 액시올 인수를 추진했다가 검찰수사가 본격화되자 철회했다. 만약 인수에 성공했다면 매출증가는 물론이고 시장확대로 글로벌 화학기업으로 도약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됐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디모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