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한국타이어)가 1분기 호실적을 거뒀음에도 웃을 수 없는 처지다.
조현범 한국앤컴퍼니그룹 회장이 비리 혐의로 구속기소되면서 경영 공백 우려가 커 주력 타이어사업 확장뿐 아니라 신사업 발굴에도 동력이 크게 떨어질 수밖에 없어서다.
▲ 조현범 한국앤컴퍼니그룹 회장(사진)의 구속 기소로 경영 공백 우려가 커지면서 한국앤컴퍼니그룹이 신사업 발굴에 차질을 빚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15일 타이어업계에 따르면 한국타이어는 양호한 실적과는 별개로 조 회장의 '오너 리스크'가 장기화해 자칫 경영 상 어려움에 빠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시각이 나온다.
조 회장이 횡령과 배임 혐의 등으로 구속기소된 상태인데 법적 공방으로 재판이 길어질 수 있고 자칫 실형까지 받게 된다면 경영 공백이 장기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조 회장은 그룹 지주사인 한국앤컴퍼니의 대표이사를 맡고 있으며 한국타이어에서도 사내이사로 재직하고 있다.
구속기소 이유가 200억 원대 횡령·배임 등으로 취득한 재물이나 재산상 이익이 5억 원 이상에 해당한다는 점에서 추후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에 따른 취업제한까지 걸릴 수도 있다.
검찰은 조 회장이 회삿돈을 지인에게 빌려주거나 개인 집수리, 외제차 구입 등으로 약 200억 원 규모의 돈을 유용했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조 회장측은 4월21일 열린 첫 공판준비기일에서 대부분의 혐의를 부인해 치열한 법적 공방이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조 회장의 재판은 5월17일 두 번째 공판준비기일에 이어 6월 초부터 본격적 심리를 시작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에는 이 법을 위반해 유죄판결을 받은 사람은 범죄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기업체에 취업할 수 없다고 명시돼있다.
조 회장이 실형을 받게 되면 형 집행종료 이후 5년, 집행유예를 받더라도 기간이 끝난 이후 2년까지 한국앤컴퍼니와 한국타이어 등에 취업이 제한되는 만큼 경영 공백이 장기화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특히 주력 계열사 한국타이어는 오너경영인 조 회장의 장기적 경영 공백 우려에 따라 타이어 사업 확장과 신사업 추진 동력이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조 회장은 올해 3월 구속기소됐는데 한국타이어는 1분기까지 양호한 실적을 거뒀다.
한국타이어는 2023년 1분기 연결기준으로 매출 2조1040억 원, 영업이익 1910억 원을 거뒀다. 2022년 1분기와 비교해 매출은 17.5%, 영업이익은 51.4% 증가했다.
하지만 조 회장의 경영 공백이 장기화될수록 전방산업인 자동차사업의 업황 회복세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할 가능성이 커질 수밖에 없다.
한국타이어는 2026년 상반기까지 모두 2조1천억 원을 투자해 미국 테네시 공장의 증설을 추진하기로 결정했다. 오너 경영인의 부재는 천문학적 증설 투자 진행에 지장을 줄 공산이 크다.
더구나 오너 경영인의 부재로 신사업 발굴이 사실상 멈출 가능성도 높다.
조 회장은 형인 조현식 전 한국앤컴퍼니 부회장과 함께 그룹을 이끌던 시절부터 기존 타이어사업보다는 신사업을 통해 성장동력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해왔다.
조 회장은 자동차 관련 분야에서는 자율주행, 커넥티비티, 전기차 관련 사업에 진출하는 방안을 검토해 왔으며 타이어와 관련이 없는 분야 기업들도 인수합병 대상으로 검토한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 조 회장은 2020년에도 개인비리로 구속됐다가 집행유예로 풀려난 뒤 같은해 11월 지주사인 한국앤컴퍼니 대표이사로 경영에 복귀해 한국앤컴퍼니그룹의 신사업 발굴을 진두지휘 해왔다.
조 회장이 복귀한 이후 이전까지 순수지수사였던 한국앤컴퍼니가 계열사인 한국아트라스BX를 흡수합병해 사업형 지주사로 변화를 꾀하면서 타이어 외 사업 확장에 속도를 냈다.
한국아트라스BX는 납축전지 사업을 운영하던 회사로 한국앤컴퍼니는 이를 통해 자동차 배터리 관련 사업에 뛰어들겠다는 청사진을 내놓은 바 있다.
이뿐 아니라 조 회장은 2021년 5월 그룹 중장기 성장 전략인 '스트림(STREAM) 전략'을 기반으로 미래 성장 동력 마련에 적극적으로 나서겠다는 의지를 강조하기도 했다.
스트림은 △친환경 배터리와 신재생 에너지(Smart Energy) △타이어 관련 핵심산업(Tire & Core biz) △미래 신기술 활용 사업 다각화(Rising Tech) △전동·전장화부품, 기술, 솔루션(Electrification) △로봇, 물류 등 자동·효율화(Automation) △모빌리티(Mobility)를 의미한다.
이런 전략에 따라 한국타이어는 한국앤컴퍼니와 함께 2021년 11월30일 캐나다 초소형 정밀기계(MEMS) 설계 업체인 프리사이슬리 마이크로테크놀로지(프리사이슬리) 약 60%를 2045억 원에 인수했다.
프리사이슬리는 △5세대(5G) 이동통신 △자율주행 솔루션 △의료영상장비 △메타버스(AR·VR) △항공우주 등의 핵심 부품으로 폭넓게 활용되고 있는 광학 초소형 정밀기계 설계업체다.
조 회장은 2022년 3월 한국앤컴퍼니 정기 주주총회에서 "지주사와 각 계열사가 보유한 브랜드 가치, 글로벌 네트워크 등 장점을 활용해 혁신을 주도할 수 있는 신기술을 확보할 수 있도록 기회를 모색하겠다"며 "모빌리티 및 미래 기술 기반 산업 분야로 투자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하겠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하지만 조 회장의 경영 공백이 장기화된다면 신사업 진출을 위한 대규모 투자 결정이 속도감 있게 이뤄지기는 어렵다.
한국타이어 관계자는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한국타이어는 이수일 대표이사 체제로 차질없이 운영되고 있다"면서도 "하지만 그룹 차원에서 신성장 동력 개발을 위한 대규모 인수합병(M&A)나 투자 등에서는 경영 공백에 따른 영향이 크다"고 말했다. 장은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