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전자가 2023년 2분기 반도체 업황 악화의 영향으로 전체 사업에서 15년 만에 적자전환할 가능성이 커진 것으로 분석된다. |
[비즈니스포스트] 삼성전자가 1분기 영업이익이 95% 줄어든 데 이어 2분기에는 영업손실을 내 15년 만에 적자전환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삼성전자도 SK하이닉스, 마이크론과 같이 반도체 감산에 들어갔으나 공급 축소의 효과가 발생하는 데 3~6개월이 걸리는 만큼 2분기 반도체 가격은 더욱 하락할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전자 실적은 2분기 반도체 재고 물량을 대거 털어낸 뒤 감산 효과가 본격화되는 하반기부터 반등할 것으로 보인다.
10일 전기전자업계에 따르면 올해 2분기 반도체 업황이 1분기보다 더 악화돼 삼성전자가 전체 실적에서 영업적자로 전환할 것이란 예상이 힘을 받고 있다.
대만 시장조사기관 트렌드포스는 2분기 D램 가격이 1분기보다 13~18% 더 하락할 것이란 전망을 내놓았다. 이는 기존 전망치였던 10~15%보다 가격 하락 폭이 더 커진 것이다.
트렌드포스는 “메모리반도체 업체들이 감산이 아직 수요 약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며 “DDR4의 높은 재고 수준은 2분기 D램 가격 하락을 불러올 것”이라고 분석했다.
삼성전자 DS(반도체)부문은 이미 1분기 D램 수요 부진과 가격 하락으로 4조5800억 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삼성전자 전체 영업이익도 6402억 원으로 지난해 1분기 대비 95% 하락하는 부진을 겪었다.
이런 상황에서 만약 2분기에 D램 가격이 18%나 떨어진다면 사실상 전체 사업에서 영업손실을 낼 공산이 크다. 삼성전자가 2분기에 적자전환한다면 2008년 4분기 7400억 원의 영업손실을 낸 이후 약 15년 만이다.
이미 삼성증권, SK증권, NH투자증권 등 일부 증권사들은 2분기 삼성전자가 수천억 원의 영업손실을 낼 것으로 보고 있다.
도현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의 실적부진은 2분기까지 진행될 것”이라며 삼성전자가 2분기 4360억 원의 영업손실을 낼 것으로 예상했다.
▲ 삼성전자는 2023년 최대 25%의 D램 감산을 진행할 수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
삼성전자는 2분기 영업손실을 내더라도 재고물량을 대폭 축소하고 반도체 업황이 개선되는 하반기에 초점을 맞출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는 올해 1분기 반도체 감산을 결정했는데 그 효과가 본격화되려면 최소 3개월 이상이 걸린다. 따라서 이르면 3분기에는 반도체 가격이 반등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삼성전자의 감산 규모 계획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2022년 대비 최대 25%의 감산이 이뤄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삼성전자의 메모리반도체 시장점유율이 45%가 넘는 것을 감안하면 글로벌 반도체 공급량이 급격하기 줄어들 수 있는 셈이다.
경쟁사인 SK하이닉스와 마이크론도 올해 들어 각각 최대 15%, 25% 정도의 감산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백길현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D램 3사는 1분기부터 적극적인 감산을 진행하고 있다”며 “2분기가 지나면서 감산 영향이 본격화되고 메모리반도체 재고는 피크아웃(정점을 찍고 하락하는) 구간에 진입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삼성전자의 감산 정책은 시간이 지날수록 효과가 확대될 것으로 분석된다.
고객사 재고는 정상화에 근접했으며 절대적인 가격은 이미 충분히 빠져있는 만큼 1위 메모리반도체 업체의 적극적인 감산은 고객사들의 구매 심리에 변화를 불러오기 때문이다. D램 공급량이 당분간 줄어든다는 것을 인지한 고객사들이 재고를 다시 확보하는 데 나설 가능성이 큰 것이다.
감산은 이익 극대화에도 도움이 된다.
과잉 재고는 다음 반도체 상승기에서의 이익 극대화 효과를 약화시킬 수 있다. 재고를 소진 시키는데 상승기를 소모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2분기에 과잉 재고를 대폭 소진함으로써 삼성전자는 3분기에 실적반등의 폭을 높일 수 있다.
고영민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는 감산 관련 구체적 수치를 언급하지 않았지만 구체적 숫자에 집중하기보다 명확한 정책 방향성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며 “하반기 경기 바닥에 근접할수록 절대 수요의 회복도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