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애플의 자동차용 소프트웨어 플랫폼 '카플레이'가 애플카 출시를 위한 물밑작업에 해당하는 만큼 자동차 제조사들에 '트로이목마'와 같은 역할을 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
[비즈니스포스트] 세계 주요 자동차기업이 애플의 자율주행 전기차 ‘애플카’ 출시 계획을 경계하며 자체 기술로 자동차용 운영체제(OS)를 내재화하려는 움직임을 본격화하고 있다.
애플이 카플레이 운영체제를 통해 차량용 소프트웨어 관련한 노하우와 데이터를 확보한 뒤 애플카의 경쟁력을 높이는 데 활용할 가능성이 고개를 들고 있기 때문이다.
3일 영국 텔레그래프 보도에 따르면 최근 들어 다수의 글로벌 자동차 제조사가 애플을 향해 두려움을 느끼고 있다는 관측이 힘을 얻는다.
애플카 출시를 통해 전기차시장 경쟁에 뛰어들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는 애플이 잠재적 경쟁사인 자동차 제조사들의 차량에 ‘트로이목마’를 심어놓았다는 것이다.
텔레그래프가 언급한 트로이목마는 현재 출시되는 대부분의 차량에서 지원하는 애플의 차량용 운영체제 및 소프트웨어 플랫폼 '카플레이'를 의미한다.
카플레이는 운전자나 탑승자가 차량에 아이폰을 연결하면 음악과 내비게이션, 메신저 등 다양한 앱을 자동차의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에서 구동할 수 있도록 하는 소프트웨어다.
자동차 제조사들은 카플레이가 편리한 인터페이스와 다양한 기능으로 운전자들에 인기를 얻자 차량에 카플레이 지원 기능을 기본으로 탑재해 내놓는 사례를 늘렸다.
그러나 텔레그래프에 따르면 애플이 장기간 연구개발해 오던 애플카를 시장에 정식으로 선보이는 시기가 가까워지면서 자동차기업들이 점차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
카플레이의 인터페이스와 앱 생태계에 익숙해진 소비자들은 애플카에 유사한 소프트웨어가 적용됐을 때 이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일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텔레그래프는 지난해 미국에서 판매된 모든 차량 가운데 98%가 카플레이를 지원한다는 집계 결과를 전했다. 사실상 거의 모든 자동차에 기본 기능으로 자리잡게 된 셈이다.
다만 테슬라는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에 자체 콘텐츠와 앱 생태계를 기반으로 수익을 내곘다는 목표를 두고 있어 정식으로 카플레이를 지원하지 않고 있다.
테슬라의 뒤를 따라 자체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으로 카플레이에 의존을 낮추겠다는 계획을 발표하는 자동차 제조사들도 최근 들어 늘어나고 있다.
구글과 협력해 자체 인포테인먼트 및 차량용 운영체제 개발에 나선 미국 GM과 독일 메르세데스-벤츠가 대표적 예시로 꼽힌다. 특히 GM은 향후 출시하는 전기차에 카플레이 지원을 중단하겠다는 과감한 계획도 제시했다.
GM은 테슬라와 같이 전기차에서 이용할 수 있는 음악 등 구독형 서비스를 통해 추가 수익 기반을 마련하겠다는 목표를 표면에 내세웠다.
▲ 테슬라 전기차에 적용된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
그러나 애플 카플레이 지원을 중단한 진짜 이유는 결국 애플의 전기차 사업 진출을 견제하는 데 있다는 분석이 유력하게 나온다.
애플은 카플레이를 통해 운전자가 자주 사용하는 기능이나 앱, 콘텐츠 등에 대한 데이터를 얻고 이를 애플카의 인터페이스 및 소프트웨어 개발에 활용할 수 있다.
카플레이 운영체제 및 음성인식 서비스 ‘시리’와 관련한 운전자들의 피드백을 받아 기능을 꾸준히 개선하면서 이를 자동차에 최적화할 수 있는 방안도 마련하게 될 공산이 크다.
이는 결국 애플이 시장에 처음 선보이는 애플카가 완성도 높은 제품으로 출시돼 좋은 평가를 받고 소비자들의 잠재 수요를 확보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전망된다.
텔레그래프가 애플 카플레이 운영체제를 트로이목마에 빗댄 것은 결국 기존 자동차업체들에 카플레이가 잠재적 위협요소가 될 수 있다는 측면에서 적합한 비유로 평가된다.
그러나 자동차기업들이 GM과 같이 과감하게 카플레이 지원을 중단하는 결정을 내리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이미 카플레이가 아이폰을 이용하는 운전자들에게 익숙하고 유용한 기능으로 자리잡은 만큼 이를 지원하지 않는 차량을 구매하는 일은 아이폰 이외에 다른 스마트폰을 구매하는 것과 비슷한 일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텔레그래프는 지난해 미국에서 79%에 이르는 아이폰 이용자가 차량을 구매할 때 카플레이 지원 여부를 필수적 요소로 고려한다는 설문조사 결과도 전했다.
애플의 트로이목마가 이미 충분한 목적을 달성하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아직 애플카의 자세한 출시 계획은 공개되지 않았다. 그러나 시장에서는 이르면 2025년부터 본격적으로 차량 제조와 판매 관련한 계획이 구체화될 것이라고 바라보고 있다.
텔레그래프는 “자동차는 점점 더 ‘바퀴 달린 스마트폰’과 같이 발전해 나갈 것”이라며 “결국 차량의 ‘스크린’을 지배하고 사용자들에 익숙해진 기업이 승기를 잡게 될 가능성이 크다”고 보도했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