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한명호 LX하우시스 대표이사 사장이 10년 만에 돌아온 ‘친정’에서 단기간에 실적 개선 기반을 다지면서 경영능력을 보여주고 있다.
구본준 LX그룹 회장의 특약처방이 효과를 내고 있다는 시선이 나온다. 구 회장은 지난해 수익성 악화의 골이 깊어진 LX하우시스에 회사 초대 대표를 맡았던 한 사장과 박장수 전무 등 노련한 '구관'들을 배치했다.
▲ 한명호 LX하우시스 대표이사 사장이 10년 만에 돌아온 ‘친정’에서 단기간에 실적 개선 기반을 다지면서 경영능력을 보여주고 있다.
28일 금융정보제공업체 에프앤가이드의 실적추정자료에 따르면 LX하우시스는 2023년 연결기준 영업이익이 493억 원 수준으로 2022년보다 230.8%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순이익도 지난해 손실 1177억 원에서 올해는 흑자전환할 것으로 예상됐다.
영업이익률 역시 2022년 0.4%에서 올해 1.37% 수준으로 개선될 것으로 추정됐다.
지난해 LX하우시스 영업이익이 80%가량 급감했고 최근 5년 영업이익이 평균 600억 원 후반대에서 700억 원 초반 사이를 보였다는 점을 고려하면 아직 갈 길은 멀다.
다만 LX하우시스가 고부가가치 제품 위주로 수익구조를 전환하고 해외사업 매출을 확대하는 등 한 사장이 주택부동산 경기침체에 대응해 내놓은 전략이 통하고 있다는 점이 고무적이다.
한 사장은 당장 올해 1분기 실적부터 기분 좋은 출발을 했다. LX하우시스는 1분기 영업이익 161억 원을 냈는데 이는 2022년 같은 기간보다 132% 늘어난 것이다.
LX하우시스는 여전히 국내 주택시장이 살아나지 않으면서 일반 소비자를 대상으로 한 건자재부문 매출은 감소했다. 하지만 주력인 북미시장을 중심으로 바닥재와 천연강화대리석인 이스톤의 판매가 늘어나면서 수익성이 개선됐다.
LX하우시스는 실적발표 보고서를 통해 “건자재부문에서 부동산시장 회복이 더딜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해외 바닥재와 이스톤사업에 집중해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하겠다”는 전략을 밝혔다.
한 사장은 1분기 LX하우시스 실적 개선을 이끈 북미시장 바닥재, 이스톤사업을 직접 개척한 주역이다.
2009년 LX하우시스(당시 LG하우시스) 초대 대표를 맡았을 때도 글로벌 금융위기로 국내 주택건설 경기가 악화하고 건자재사업 업황이 좋지 않았다.
한 사장은 당시 고성능 단열재, 고단열 로이유리 등 고부가가치사업 육성을 통해 수익성을 높이고 불안한 내수시장을 벗어나 해외시장을 공략하면서 성과를 보여줬다.
미국 조지아주에 인조대리석 공장 건설을 추진해 북미사업의 생산거점을 마련했고 2010년에는 당시 미국 1위 카펫 공급기업과 북미지역 PVC 바닥재 독점 공급 계약 등을 체결하면서 사업 확장의 기틀을 다졌다.
LX하우시스는 2022년 기준으로도 회사 전체 해외매출에서 미국법인과 캐나다법인 등 북미시장 매출 비중이 절반을 차지한다.
LX하우시스는 지난해 국내 건자재사업에서 어려움을 겪을 때도 북미법인 매출은 28%가량 늘어나면서 3조 원 매출규모를 유지하는 데 한 몫을 했다.
LX하우시스 미국법인은 2022년 매출 5773억2500만 원을 거뒀다. 캐나다법인 매출(270억5100만 원)까지 더하면 북미 매출만 약 6천억 원 규모다.
한 사장은 2014년 한화그룹에서 독립한 건자재기업 한화L&C 초대 대표를 맡았을 때도 같은 전략으로 성과를 냈다.
고급 인조대리석 엔지니어드스톤 등 고부가 제품을 중심으로 해외공략에 전력을 쏟아 수익성 개선의 돌파구를 마련했다.
한 사장은 한화L&C에서 취임 6개월 만에 영업이익을 20% 넘게 성장시켰다. 주방상판, 건축 내외장재로 쓰이는 엔지니어드스톤은 일반 인조대리석보다 가격이 2배가량 비싸다.
LX하우시스는 올해 건자재사업부문 주요 원자재인 폴리염화비닐(PVC) 가격이 안정세를 보이고 적자를 내던 자동차소재부품사업도 1분기 흑자전환하는 등 경영상황도 나아지고 있다.
NH투자증권 등에 따르면 폴리염화비닐 가격은 2021년 4분기~2022년 3분기만 해도 1kg당 1983원으로 전년 동기대비 33% 비쌌다. 하지만 2023년에는 폴리염화비닐 평균 가격이 1kg당 1275원으로 낮아질 것으로 예상됐다.
자동차소재부품부문도 올해 1분기 미국 원단사업과 친환경차 부품 중심으로 매출이 늘어나면서 영업이익 52억 원을 내 적자에서 벗어났다.
한 사장은 올해 3월 주주총회에서 “2023년은 국내 주택시장 위축 및 건설경기 침체 등 위기상황 속에서 LX하우시스는 수익성 개선을 최우선으로 추진하고 미래성장동력을 재구축하는 데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구본준 LX그룹 회장은 2022년 11월 그룹 정기 임원인사를 통해 한명호 사장을 다시 불러와 건설부동산 경기침체로 어려움을 겪고 있던 LX하우시스를 맡겼다. LX하우시스는 LX인터내셔널, LX세미콘, LXMMA 등 LX그룹 계열사 가운데 LX인터내셔널에 이어 매출 규모가 두 번째로 큰 핵심 계열사다.
한 사장은 1959년생으로 1983년 LG화학에 입사해 LG그룹과 인연을 맺었다. 2009년 LG화학에서 분할해 설립된 LG하우시스 초대 대표이사를 맡았고 2012년 대표에서 물러났다. 그 뒤 한화L&C 대표로 영입됐고 2021년 12월부터는 레미콘 제조기업 한라엔컴 대표이사를 지냈다.
구 회장은 한 사장과 함께 LX하우시스 최고재무책임자에 측근 박장수 전무도 배치했다. 박 전무는 LG그룹에서부터 자금조달 등 재무관련 업무에 핵심역할을 했고 LX그룹 출범 뒤 초대 최고재무책임자를 맡았던 인물이다.
LX그룹은 LG그룹에서 계열사 5개를 들고 독립해 출범한 지 2년 만인 올해 자산총액 11조 원, 재계서열 44위로 대기업집단에 올랐다. 박혜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