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분기 하나은행을 뺀 나머지 비은행 계열사의 순이익이 모두 뒷걸음질해 함영주 회장의 속내가 복잡할 것으로 보인다. 사진은 2월 하나금융그룹 리더를 위한 시네마포럼에 참석한 함 회장. |
[비즈니스포스트] 하나금융지주 1분기 성적표를 받아든
함영주 회장의 속내가 복잡할 것으로 보인다.
하나은행은 4대 시중은행 가운데 순이익 순위 1위를 차지하는 성과를 올리면서 국내를 넘어 ‘아시아 최고 금융그룹’으로 도약하겠다는 함 회장의 비전 실현에 힘을 보탰다.
하지만 하나은행을 뺀 나머지 비은행 계열사들은 모두 순이익이 뒷걸음질하면서 아쉬움을 남겼다.
28일 하나금융지주에 따르면 하나은행은 지난해 연간 순이익을 기준으로 처음으로 ‘리딩뱅크’ 타이틀을 거머쥔 데 이어 1분기에도 시중은행 순이익 순위 1위 자리를 지키는 데 성공했다.
함 회장이 올해 신년사에서 “하나금융그룹 14곳 자회사 가운데 최고의 자리에 있는 회사가 몇 개나 되느냐”며 업계 1위가 없는 현실을 꼬집어 말했는데 은행 부문에서는 이를 이룬 것이다.
하나은행은 1분기에 순이익 9707억 원을 올린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1분기보다 45.5% 늘었다. 이자이익과 비이자이익 모두 증가하면서 전체 순이익이 크게 늘어난 것으로 분석된다.
1분기 KB국민은행과 신한은행은 각각 9315억 원의 순이익을 냈고 우리은행은 8595억 원의 순이익을 올렸다.
하나은행이 하나금융지주의 자존심을 세웠다면 나머지 비은행 계열사들은 업계 1위는커녕 부진한 실적 흐름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하나증권과 하나캐피탈, 하나카드, 하나자산신탁, 하나저축은행은 모두 1년 전보다 순이익이 줄었고 하나생명은 순손실을 내며 적자 전환했다.
이들 6개 계열사의 1분기 합산 순이익은 1909억 원으로 2022년 1분기(2975억 원)와 비교해 35.8% 감소했다.
'아시아 최고 금융그룹으로의 도약'이라는 목표를 놓고 봤을 때 함 회장은 은행의 성과보다는 아무래도 비은행 부문의 부진이 더 신경 쓰일 수밖에 없다.
게다가 하나금융지주는 다른 금융지주와 비교해 은행 비중이 높은 만큼 비은행 부문 강화가 더욱 절실하다.
하나금융지주는 1분기 비은행 계열사들의 부진으로 은행 의존도가 더욱 높아졌다. 하나금융지주가 집계하는 ‘비은행 부문 기여도’는 2022년 1분기 34.6%에서 2023년 1분기 16.8%로 17.8%포인트 낮아졌다.
KB금융지주나 신한금융지주가 1분기 30~40% 수준의 비은행 기여도를 달성한 것과 비교하면 비은행 계열사들에 대한 함 회장의 아쉬움은 더욱 클 수밖에 없다.
최근 은행권이 금리 상승에 힘입어 큰 폭의 실적 성장을 이어가는 것을 두고 ‘이자놀이’라는 곱지 않은 시선이 쏟아지는 점도 비은행 강화 필요성을 높이는 요인으로 꼽힌다.
하나금융지주의 이런 상황을 고려할 때 함 회장이 올해 인수합병에 더욱 공격적으로 나설 수 있다는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
함 회장이 비은행 자회사의 역량을 끌어올리기 위해 인수합병 카드를 적극 사용할 의지를 여러 번 보이기도 했고 카드나 보험처럼 하나금융지주가 뒤처지는 것으로 평가받는 부문들은 인수합병 전략 말고는 덩치를 단기간에 키울 방법이 딱히 없기 때문이다.
금융권 일각에서는 최근 보험사 매물이 많이 나오고 잠재적 매물로 거론되는 곳도 적지 않은 만큼 함 회장이 보험사 인수합병을 우선 추진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함 회장도 신년사에서 “보험, 카드, 자산운용 등 비은행 부문의 인수합병(M&A) 등을 통해 새 영역으로 업의 범위를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차화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