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테슬라가 촉발한 전기차 가격인하 경쟁에 리비안이 수익성 타격을 입으면서 증권가에서 매도의견이 나왔다. 사진은 미국 일리노이주 노멀 지역에 위치한 리비안 생산시설에서 전기차가 생산되는 모습. <연합뉴스> |
[비즈니스포스트] 미국 전기차업체 리비안에 증권시장의 부정적 의견이 이어지고 있다. 테슬라의 가격인하로 가격경쟁력은 떨어지고 전기차 수요 증가로 원자재 가격이 높아지면서 이익률이 하락한 탓이다.
25일(현지시각) 증권전문지 배런스에 따르면 자산운용사 배틀로드 리서치는 리비안 주식 의견을 ‘보유’에서 ‘매도’로 하향조정했다.
배틀로드 리서치는 “리비안 기업 내부 문제와 더불어 (전기차) 부문 전반에 치열한 경쟁 때문에 매도의견을 냈다”고 설명했다.
전기차 선도기업인 테슬라가 시작한 가격인하 경쟁이 후발주자인 리비안의 이익률과 현금흐름에 부정적 영향을 끼쳤다는 분석이다.
테슬라는 미국 등 주요 국가에서 2023년 들어서만 6차례에 걸쳐 주력 전기차 모델의 판매가를 낮췄다.
차량 1대 당 이익률이 낮아져 단기 수익성이 악화되더라도 판매량을 늘려 경쟁에 우위를 점한다는 전략으로 평가된다.
반면 리비안은 상대적으로 전기차 사업 진출 초기 단계라 높은 생산량을 바탕으로 전기차 1대당 생산비용을 낮추는 수준까지 도달하지 못했다.
테슬라의 가격인하 공세에도 불구하고 전기차 판매가를 내릴 여력이 부족해 테슬라가 수요를 잠식해도 대응이 어려운 이유다.
배틀로드 리서치는 또한 리비안이 2022년 연말 기준 120억 달러(약 16조300억 원)의 보유현금 가운데 절반가량을 비용절감 목적으로 2023년도에 소진할 것으로 전망했다.
전기차 수요가 늘어나면서 배터리를 포함한 주요부품 원자재 가격이 상승해 생산비용이 늘어 보유현금에도 타격을 입는 것이다.
전 직원의 6%에 달하는 840여 명의 직원을 2월에 내보내면서 비용 절감에 사활을 걸고 있지만 시장의 반응은 부정적이다.
더구나 감원은 중장기적으로는 목표 생산량 달성에도 악영향을 미치는 방식이라 사업 전망을 더욱 불투명하게 한다.
또한 주요 원재료 수급처와 생산지역 등 요건을 갖추면 최대 7500달러(약 1천만 원) 세액공제를 해주는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도 리비안 차량은 대상이 아니라고 배런스는 짚었다.
혜택을 받는 다른 전기차들과 비교해 가격경쟁력에서 뒤쳐질 수밖에 없다.
증권사 RBC 캐피탈도 리비안 주식평가를 '시장수익률 상회(outperform)'에서 '섹터 수익률(sector perform)'로 내려잡았다. 목표 주가도 기존의 28달러에서 14달러로 하향조정했다. 악화된 이익률 회복이 쉽지 않다는 이유다.
배런스는 증권사 애널리스트들 가운데 약 58%가 리비안에 매수 등급을 부여했으며 매도 등급을 부여한 애널리스트는 13% 정도라고 전했다.
대형주 중심 스탠다드앤드푸어스(S&P)500지수에 소속된 기업들이 평균적으로 10%를 하회하는 매도의견을 받는 것과 비교하면 리비안 매도의견은 3%포인트가량 높은 수치다.
리비안 주가는 현지시각으로 25일 12달러로 장을 마감해 52주 신저가를 새로 썼다. 2021년 11월 나스닥에 상장한 이후 가장 낮은 주가 수준이다.
배런스는 애널리스트들이 설정한 리비안 목표주가가 평균 26.11달러라고 덧붙였다. 이근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