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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왼쪽부터)권오갑 현대중공업 사장, 정성립 대우조선해양 사장, 박대영 삼성중공업 사장. |
조선업계에 노조의 파업이 한차례 지나갔다. 여름휴가철을 맞아 파업은 소강상태에 접어들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파업의 직접적인 원인인 임단협은 여름휴가까지 한 발짝도 나아가지 못하고 고착상태에 빠져있다. 구조조정이 진행되고 있는 만큼 올해 임단협은 어느 해보다 힘겨울 것으로 관측된다.
26일 삼성중공업 노동자협의회에 따르면 삼성중공업 노사는 올해 한 차례도 임단협 협상을 하지 않았다. 조선3사 가운데 임단협 협상이 진행되지 않은 곳은 삼성중공업이 유일하다.
삼성중공업은 5월 노동자협의회가 먼저 고용보장을 전제조건으로 임금동결을 제안해 임단협이 조기에 타결될 것이라는 기대도 받았다. 삼성중공업은 지난해에도 조선3사 가운데 가장 먼저 임금협상을 타결했다.
하지만 삼성중공업이 1조5천억 원 규모의 자구안을 마련하고 40% 수준의 인력감축 계획을 발표하면서 노사는 만나보지도 못한 채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삼성중공업 노조는 7일을 기점으로 파업과 상경투쟁 등 실력행사에 들어갔다.
일반적으로 파업권을 확보하려면 임단협 조정중지 등 노동위원회의 결정이 필요하다. 대우조선해양의 경우 올해 구조조정 반대 목적으로 파업투표를 진행했으나 합법적인 파업권을 얻지 못해 임단협을 이유로 파업 찬반을 놓고 재투표를 진행하기도 했다.
그러나 삼성중공업 노동자협의회는 임단협을 하지 않고 가장 먼저 파업권을 얻었다. 노동자협의회는 노사가 아니기 때문에 회사에 쟁의발생을 통보한 뒤 찬반투표를 가결하면 파업권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삼성중공업은 지금이라도 임단협을 개시하자는 입장이지만 노동자협의회는 일방적으로 끌려다니는 협상은 하지 않겠다며 거부하고 있다. 노동자협의회는 박대영 삼성중공업 사장이 노동자협의회의 동의가 없는 일방적인 자구계획 발표를 사과하고 직접 협상에 임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노동자협의회 관계자는 “자구계획 발표 전까지만 해도 노사관계가 나쁘지 않았는데 자구안 발표 이후 급속도로 악화했다”며 “자구계획은 회사가 아니라 채권단과 삼성그룹에서 작성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은 삼성중공업보다 나은 상황이지만 노사협상이 더디게 진행되기는 마찬가지다.
현대중공업 노사는 5월10일 상견례를 시작으로 25일 23차까지 교섭을 진행해 가장 많이 협상테이블에 마주앉았다. 휴가 전 타결을 위해 협상횟수도 주당 2회에서 3회로 늘렸다. 하지만 구조조정과 파업으로 노사갈등이 심화하면서 대립만 날카로워지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지난해 7월 말에 첫 제시안을 내놓았으나 올해는 협상안 제시가 늦어질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현대중공업 노사는 27일 24차 교섭을 진행할 예정이지만 역시 빈 손으로 돌아설 가능성이 크다. 현대중공업은 여름휴가 때 입장을 정리해 이후 노조와 교섭에서 입장 차이를 좁히기로 방침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대우조선해양 노사 역시 현대중공업과 같은 날 상견례를 열었다. 대우조선해양은 현재까지 18차례 만났으나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대우조선해양은 여름휴가가 끝난 뒤 교섭을 계속 진행하기로 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디모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