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병현 기자 naforce@businesspost.co.kr2023-04-25 14:4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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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K하이닉스가 5월부터 노조와 본격적인 2023년도 임금협상에 들어가는데 어떤 선택을 할지 주목된다.
[비즈니스포스트] SK하이닉스가 5월부터 진행되는 노조와 임금협상에서 합의점을 찾는 일이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노조는 예년 수준의 임금인상을 요구할 가능성이 높은데 SK하이닉스는 2023년에만 10조 원이 넘는 영업손실을 낼 것으로 전망되고 있어 인건비를 확대하기에 부담이 크다.
하지만 임금은 반도체 인재확보 경쟁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인 만큼 박정호 SK하이닉스 대표이사 부회장으로서는 임금동결 카드를 꺼내기도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25일 반도체업계에 따르면 주요 기업들이 업황 악화에 대응해 2023년 임금인상폭을 예년보다 아예 삭감까지 단행하면서 2022년까지 이어져 오던 큰 폭의 임금인상 흐름도 꺾이고 있다.
삼성전자는 최근 노사협의회를 통해 평균 임금인상률 4.1%(기본 인상률 2%, 성과 인상률 2.1%)에 합의했지만 노조는 임금교섭 결렬을 선언했다. 노조는 최소 6% 이상의 임금 인상률을 요구하고 있다.
최근 5%의 임금인상률을 통보한 대만 TSMC도 내부직원들의 불만이 쏟아지고 있다.
물가상승률을 감안하면 5% 임금인상률은 너무 낮다는 것이다. 대만의 물가상승률은 2022년 6월 3.6%로 정점을 찍었는데 이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의 물가상승률과 비슷한 수준이었다.
TSMC는 2022년 직원들의 임금을 약 10% 인상하고 직원들의 자사주 매입에 보조금을 지급함으로써 사실상 20% 수준의 임금인상을 결정했는데 1년 만에 기조가 완전히 바뀌면서 저연차 직원들을 중심으로 불만이 증폭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경영 환경이 삼성전자나 TSMC보다 좋지 않은 인텔은 올해 2월 직급별로 5~15% 임금을 삭감하기도 했다.
이와 같은 환경을 고려하면 대규모 영업손실을 앞둔 SK하이닉스도 예년수준의 임금인상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2022년 SK하이닉스의 임금인상률은 5.5%였다.
SK하이닉스 임직원(회장 및 등기임원 19명 제외)의 2022년 평균임금은 1억3384만 원, 연간급여총액은 4조601억 원이었다. 2021년 평균임금 1억1151억 원, 급여총액 3조3379억 원보다 각각 20%, 21%씩 증가한 것이다.
하지만 SK하이닉스는 2023년에도 인건비를 늘리기에는 재무부담이 매우 커진 상황에 놓였다.
2022년 4분기 약 10년 만에 분기 기준 영업손실을 내며 적자전환한 SK하이닉스는 올해에만 약 10조 원 이상의 영업손실을 낼 것으로 예상된다. 이 때문에 SK하이닉스는 설비투자 규모를 지난해 대비 50%까지 줄이며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다.
또 현금흐름이 악화되면서 차입부담은 커지고 있다. SK하이닉스의 2022년 말 기준 순차입금의존도(총자산에서 순차입금의 비율)는 17.7%인데 하반기 반도업황이 개선된다고 가정해도 2024년 순차입금의존도가 22.9%까지 높아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김정훈 한국신용평가 수석연구원은 17일 온라인으로 진행된 ‘반도체 크레딧 이슈 점검’ 설명회에서 “SK하이닉스의 순차입금의존도는 업황이 회복되면 개선 추세가 유지되겠지만 2025년에도 신용등급 하향 가능성 증가 요인인 15%를 웃돌 것”이라며 “이번 반도체업황 하락기 대응 과정에서 재무여력을 일부 소진했고 반도체 수요예측 실패에 따른 기회비용도 커졌다”고 평가했다.
SK하이닉스 노조에선 예년 수준인 5.5% 임금인상을 원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SK하이닉스 노조는 이천 생산직 노조와 청주 생산직 노조, 기술사무직 노조 등 3개로 나뉘어져 있다. 이 가운데 기술사무직 노조는 최근 조합원들에게 기본급 인상률이나 임금협상방식에 관한 설문조사를 진행하는 등 의견수렴 과정도 거쳤다.
▲ S반도체업계에서 인재 확보 경쟁이 치열해 박정호 SK하이닉스 대표이사 부회장(사진)으로서는 어려운 경영 상황에서 임금동결 카드를 꺼내기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