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지혜 커리어케어 DSG(Digital Solution Group)그룹장은 "인재시장은 빈익빈 부익부 현싱이 가장 뚜렷하게 나타나는 곳"이라며 "기술인력들은 여전히 수요에 비해 공급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
[비즈니스포스트] 글로벌 테크(정보기술)기업 직원들에게 지난 겨울은 잔인했다. 빅테크 기업들의 감원 소식이 전해지고 그 규모가 큰 것으로 확인되면서 직원들은 충격에 빠졌다.
테크 기업들은 팬데믹 시기에 전례 없는 호황을 구가했다. 덕분에 테크분야의 채용시장에도 활기가 넘쳤다. 그런데 투자 위축이 감원으로 이어지면서 테크분야의 인재시장이 순식간에 얼어붙었다.
IT 인재 시장의 뜨거웠던 열기는 사라진 걸까? 봄은 다시 올까? 온다면 언제 올까?
국내 최대 헤드헌팅회사 커리어케어에서 DSG(Digital Solution Group)그룹을 이끌고 있는 김지혜 전무는 "인재시장은 식었지만 국내 IT인재 시장은 아직도 뜨겁다"고 말했다.
김 전무는 이화여대 사회학과를 졸업하고 한국 IBM에서 27년 동안 근무한 뒤 커리어케어 헤드헌터로 직무를 전환해 현재 디지털 분야 인재발굴을 총괄하고 있다.
"글로벌기업들은 한 해에 두 번 봄 계획(Spring Plan) 과 가을 계획(Fall Plan) 이라는 방식으로 사전 비즈니스 플랜을 작성한다. 이때 경기전망과 기업의 비즈니스 투자방향을 토대로 사업계획을 세우고 이를 뒷받침 할 인력운영 방안을 마련한다."
김 전무는 글로벌기업들의 이 같은 매커니즘을 고려하면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이어지는 인력감축이나 비용동결은 이미 예정돼 있었다고 설명한다. 단지 그 대상이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아마존 같은 글로벌 최상위 그룹의 빅테크기업이고 감원 규모가 전체 직원의 6%가 될 만큼 크다는 점에서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는 얘기다.
- IT열풍이 끝난 게 아니었나.
"글로벌 빅테크기업의 정리해고는 거품을 정리하고 새로운 비즈니스 포트폴리오로 이동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나타나는 현상이다. 아마존과 마이크로소프트의 게임사업부 감원이 이를 잘 설명하고 있다.
애플은 자율주행사업 인력을 대폭 줄였지만 금융사업을 키우고 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 애플이 휴대폰회사에서 금융회사로 탈바꿈하려는 전략을 실행에 옮기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 빅테크기업의 인수합병도 줄었는데?
"경기침체로 인수합병(M&A)과 투자 시장이 얼어붙은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IT 기업들은 그 어느 때보다 제휴에 열심이다. 인수합병을 통해 사업을 확장하는 방식에서 제휴를 통해 상생하는 방식으로 비즈니스 전략을 바꾼 것이다.
ChatGPT가 대표적 예다. 언어모델이 실제 서비스로 작동되려면 강력한 클라우드 인프라와 서비스가 필요하다. 이 때문에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아마존 같은 빅테크기업들은 자신들의 컴퓨팅환경에서 혁신적 언어모델을 지원하기 위해 제휴전쟁을 벌이고 있다."
- 인력을 줄이면서 한편으로 인력부족을 호소하고 있다. 왜 이런 현상이 발생한다고 생각하나.
"기술력과 성장 가능성이 있지만 브랜딩을 구축하지 못한 중소기업이나 스타트업은 만성적 인력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그런 점에서 인재시장은 빈익빈 부익부 현싱이 가장 뚜렷하게 나타나는 곳이다. 스타트업들은 계획한 시간에 서비스를 론칭하고 수익모델을 견고히 구축해야 하기 때문에 기술인재의 몸값이 아무리 비싸도 감수할 수 밖에 없다.
현재처럼 경기가 안 좋아지면 이런 현상은 더욱 심해진다. 경기둔화로 투자열기가 식으면 중소기업이나 스타트업은 성장 가능성이나 안정성 이슈가 부각되면서 기술인력들이 떠날 준비를 한다. 기술인력들은 여전히 수요에 비해 공급이 부족하기 때문에 갈 곳이 많다. 중소기업이나 스타트업의 헤드헌팅회사 의존도가 높은 이유도 여기에 있다."
- 인재 수요가 산업의 변화를 보여주는 것 같다. 현재 IT 인재 수요는 어느 쪽에서 발생하나.
"기업들은 최근 2~3년 기술인재를 확보해 디지털 전환(Digital Transformation)에 필요한 IT 인프라 환경과 프로세스를 바꿔왔다. 최근에는 기술을 이용해 어떤 서비스로 고객을 확보할 것인가에 관심을 쏟고 있다.
예를 들어 근래 가장 수요가 많은 데이터 분야 전문가의 경우 금융기업들은 마이데이터 사업을 위한 전문가를 찾고 있고 커머스와 유통 기업들은 고객경험(CX) 데이터 활용에 필요한 전문가를 원한다. 제조와 화학, 물류 분야에서는 최적화와 공정개선을 위한 시뮬레이션 분석 전문가 수요가 늘고 있다."
- 디지털 전환이 시작된 지 꽤 시간이 흘렀다. 국내 디지털 전환은 어느 정도 진척됐나?
"양과 질 모두 상당한 전환이 이뤄졌다. 한국의 빨리빨리 문화가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 같다.
그러나 디지털 전환은 지속성이 중요하다. 지속적 관심과 투자가 뒷받침 돼야 하기 때문에 오너의 의지가 가장 중요하다는 말도 그래서 나온다.
디지털 전환은 문화와 프로세스와 인프라가 함께 변해야 하는 긴 여정이지만 임원을 한 명 채용해 단기간에 전환을 마치고 싶은 기업들이 많은 게 현실이다. 갓 입사한 디지털 전환 임원이 또 다시 이직을 위해 헤드헌터를 접촉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김남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