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서호성 케이뱅크 은행장이 바로 현장에 투입할 수 있는 경력직을 대거 모집하며 플랫폼 강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19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케이뱅크가 과거 고객 수 확보에 도움이 됐던 업비트와 계약이 끝나가는 등 플랫폼 경쟁력이 정체할 기미를 보여 개발 인력을 투입해 다시 활력을 불어넣을 준비를 하고 있다.
▲ 서호성 케이뱅크 은행장이 성장성을 입증할 플랫폼 강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
케이뱅크는 23일까지 2자릿수 규모의 경력직 사원을 공개 채용하기로 했다.
모집 분야는 기술, 사업, 사용자 편의성, 사용자 경험, 위험관리, 경영, 내부통제 부문 등이다.
케이뱅크는 여신, 수신을 위한 채널과 계정 개발, IT 전략기획, 대출상품 기획, 서비스 기획 등 30개 직무에 인력을 배치할 계획을 세웠다.
경력직을 채용한다는 점도 눈에 띈다.
케이뱅크는 지난해 12월에는 인턴사원을 뽑아 올해 초 정규직으로 전환하기도 했다.
경력직을 채용한다는 것은 서 행장이 플랫폼 강화를 서두르며 교육 과정 없이 바로 실무에 투입할 인재들을 대량으로 찾고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금융업계에서는 서 행장이 플랫폼 강화를 서두르는 이유로 업비트 효과가 끝나가고 있다는 점을 꼽는다.
케이뱅크는 2020년 6월부터 가상화폐 거래소 업비트와 실명계좌를 통한 원화 입출금 서비스 업무제휴를 하고 있다.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케이뱅크는 2022년 업비트로부터 139억2천만 원의 수수료를 받았다. 2021년과 비교해 52.4% 급감했다.
수수료 수익 감소와 함께 가입자 수 확보에도 한계가 찾아온 것으로 여겨진다.
케이뱅크는 업비트와 제휴를 맺은 뒤 2년 동안 가입자 수가 약 600만 명이 증가해 800만 명을 넘어섰다.
2022년 말 기준으로 케이뱅크가 확보한 가입자 수는 849만 명으로 이전과 같은 증가세를 보이지 못하고 있다.
더구나 업비트와 케이뱅크의 업무 제휴는 올해 6월로 끝나는 것으로 알려졌다. 더 연장할 수도 있지만 현재까지 연장 소식은 나오지 않았다.
금융업계에서는 인터넷은행이 지점 등 실물자산을 보유하고 있지 않아 플랫폼에 찾아오는 고객 수를 그 성장성을 입증할 판단 지표로 삼는다.
이에 경쟁 인터넷은행인 카카오뱅크가 약 2040만 명, 설립 2년이 채 되지 않은 토스뱅크가 640만 명의 가입자 수를 기록하고 있다는 점도 케이뱅크로서는 불안하다.
인터넷은행업계 1위를 달리는 카카오뱅크와 격차는 줄어들지 않고 있는 데다 3위 토스뱅크가 급격히 치고 올라오고 있기 때문이다.
이대로라면 가입자 수에 따른 인터넷은행 2위 자리마저 토스뱅크에 내주게 될지 모른다.
그동안 서 행장은 플랫폼을 강화하기 위해 인지도를 높이는 전략을 사용해 왔다. 이를 위해 현대백화점, 삼성증권, 오아시스마켓, 세븐일레븐, 번개장터 등과 카드와 계좌 개설 등을 함께 했다.
다만 카카오뱅크도 비슷한 전략을 취하고 있다는 점이 걸린다. 카카오뱅크는 26주적금 상품을 통해 이마트, 마켓컬리, 해피포인트, 오늘의집, 교촌치킨, GS리테일 등과 협업을 이어가고 있다.
업무 제휴사들이 인터넷은행과 협업으로 자사 앱에 찾아오는 고객 유입 효과를 기대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850만 명의 케이뱅크보다 2040만 명의 카카오뱅크가 더 매력적인 것은 부정할 수 없다.
케이뱅크가 추진한 비은행 업종과 협업 전략은 카카오뱅크를 따라가는 정도에 그칠 뿐 격차를 크게 줄일 묘수가 되진 못할 것으로 여겨진다.
이에 서 행장은 인재 확충을 통해 플랫폼을 강화할 계획을 세운 것으로 보인다. 결국 편리한 플랫폼을 구축하고 그 안에 금융 콘텐츠도 다양해야 고객들을 유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케이뱅크가 좋은 실적을 내고 있다는 점은 인재 확보에 긍정적 요인으로 꼽힌다. 고용을 위한 자금이 넉넉하다는 것을 뜻하기 때문이다.
케이뱅크는 2022년 기준 순이익 836억 원을 거뒀다. 2021년보다 272% 증가했다. 서 행장이 부임한 뒤 6분기 연속 흑자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서 행장이 임기 마지막인 올해 케이뱅크의 플랫폼을 크게 강화하며 성장성을 입증해 기업공개에도 재도전할 수 있을지 시선이 모인다. 조윤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