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ESG 전문 평가기관이자 의결권 자문사인 서스틴베스트가 국내 기업들의 정기 주주총회 결과를 놓고 국내 주주행동주의가 도입기를 지나 성장기로 본격 진입했다고 평가했다. 사진은 3월31일 서울 서초구 KT연구개발센턴에서 열린 KT 정기 주주총회에서 주주들이 주주총회 참석을 위한 주주확인을 진행하고 있다. <연합뉴스> |
[비즈니스포스트] 올해 국내 기업들의 정기 주주총회 결과를 놓고 국내 주주행동주의가 도입기를 지나 성장기로 본격 진입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ESG 전문 평가기관이자 의결권 자문사인 서스틴베스트는 ‘2023년 정기주주총회 시즌 리뷰 보고서’를 14일 발간했다고 18일 밝혔다.
서스틴베스트는 보고서를 통해 ‘주주행동주의 급부상’을 올해 주총 시즌의 주요 동향으로 꼽았다.
개인투자자들의 활발한 주식시장 참여와 지배구조를 향한 투자자들의 인식 제고 등이 주주행동주의 급부상의 배경인 것으로 분석됐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풍부한 유동성과 증시 활황에 힘입어 개인투자자들의 주식시장 직접 투자가 가파르게 증가했고 투자 기업을 향한 적극적 주주권 행사로 이어졌다.
또한 전 세계적으로 ESG를 향한 관심이 증대되는 가운데 국내 주요 기업의 고질적 저평가 원인으로 불투명한 지배구조가 부각됐다.
서스틴베스트는 보고서에서 “이 같은 맥락에서 볼 때 행동주의 펀드와 소액주주들이 국내 주주행동주의 부상을 이끄는 것은 자연스러운 흐름”이라고 바라봤다.
주주환원 확대를 제안하는 안건이 큰 폭으로 증가한 점도 올해 주총 시즌의 특징으로 지목됐다.
보고서는 주주환원 확대 제안이 증가한 데는 한국 기업들의 낮은 배당성향과 관련이 있다고 설명했다.
KT&G, BYC, 태광산업, JB금융지주, 남양유업 등의 주주총회에서 행동주의 펀드가 제안한 현금배당 확대안, 자사주 매입안이 상정됐느나 모두 부결됐다.
서스틴베스트는 “행동주의 펀드의 중장기적 투자를 가정할 때 향후 이 같은 유형의 주주제안이 꾸준히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며 “기업별, 산업별로 주주환원의 적정 수준을 판단하는 기준과 관련한 논의가 활성화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노동시장 경직성의 영향으로 고정비적 특성이 높은 인건비 등 국내 시장의 특수성도 적정 주주환원 수준을 판단할 때 고려될 수 있는 요소”라고 덧붙였다.
올해 주총 시즌에서 주목할 만한 또 다른 특징은 소유분산기업의 경영투명성 논란이 주요 현안으로 부상한 점이다.
KT, 금융지주사 등 소유분산기업의 지배구조 투명성 관련 논란이 커지는 가운데 국민연금을 통한 정부의 민간기업 경영 개입의 정당성을 놓고 우려도 높아지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서스틴베스트는 “KT 차기 대표이사 후보와 관련해 국민연금의 공개적 문제 제기는 단순히 적극적인 스튜어드십 코드의 이행이라고 해석하기에는 다소 의문이 존재한다”며 “내년에 대표이사 임기가 만료되는 포스코홀딩스와 KT&G의 대표이사 후보 추천 과정과 이에 대한 국민연금의 주주권 행사 방향에 관심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바라봤다.
올해 주총 시즌을 앞두고 서스틴베스트는 211개 국내 상장기업이 상정한 1494개 안건을 분석했고 이 가운데 157개 안건에 반대를 권고한 바 있다.
반대 권고 비율은 10.5%로 지난해 8.9% 대비 증가했고 정관변경 안건과 감사 보수한도 승인 안건을 제외하면 전반적으로 반대 권고 비율이 상승했다.
올해 정기 주총에 주주제안 안건을 상정한 기업은 44곳으로 지난해 28곳에 비해 57% 증가했으며 안건 유형별로는 이사·감사 선임, 배당, 정관변경, 자사주 취득·소각·처분 순으로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류영재 서스틴베스트 대표는 “국내 주주행동주의 급부상, 소유분산기업의 지배구조 문제와 이에 대한 정부 간섭 논란은 올해 정기주총 시즌에서 가장 크게 주목 받은 트렌드”라며 “국내 상장기업의 주주환원은 개도국 시장의 평균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을 고려하면 제고될 필요성이 분명 존재하지만 제조업 중심의 산업적 특성, 낮은 고용 유연성 등 한국적 특수성을 고려한 타협점이 제시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