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김정일 코오롱글로벌 대표이사 사장이 소규모 도시정비를 연계수주하는 전략으로 주택사업 포트폴리오 강화에 힘을 싣고 있다.
코오롱글로벌은 서울시 모아타운 활성화 정책에 힘입어 ‘1호’ 사업지인 강북구 번동에서 대규모 브랜드타운 조성에 성큼 다가섰다.
▲ 김정일 코오롱글로벌 대표이사 사장이 ‘1호’ 모아타운 강북구 번동 사업으로 서울 대규모 브랜드타운 조성에 성큼 다가가고 있다.
12일 도시정비업계에 따르면 서울 강북구 번동 458-31번지(9구역)와 번동 471-118번지(10구역)이 최근 가로주택정비사업 조합설립을 위한 주민동의율 80%를 넘겨 조합설립 인가를 마쳤다.
번동 9구역과 10구역 조합설립 인가가 난 지 보름 남짓이라 시공사 선정 등 세부 사업추진을 말하기는 이르다. 다만 인근의 번동 1~8구역 8개 사업장이 모두 코오롱글로벌을 시공사로 선정한 만큼 9, 10구역도 코오롱글로벌이 사업을 맡을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사업지 주민들도 단일 시공사를 선정해 대단지 효과를 누리고 싶어하기 때문이다. 아파트 세대 수 등 단지 규모는 주거환경뿐 아니라 가격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치는 요소 가운데 하나로 평가된다.
코오롱글로벌은 앞서 2020년 2월 번동 1구역을 시작으로 2021년 2~5구역까지 모두 5개 사업장의 시공권을 확보했다. 그 뒤 2022년 번동 6구역, 올해 번동 7·8구역까지 차례로 수주했다.
코오롱글로벌이 목표대로 현재 조합설립을 추진하고 있는 11구역까지 품에 넣으면 모두 8만2천여㎡ 부지에 2261세대 아파트 단지를 조성할 수 있다. 돈암코오롱하늘채(629세대), 꿈의숲코오롱하늘채(513세대), 연남동 코오롱하늘채(466세대) 등 기존 서울에 있는 하늘채 아파트 세대수(2429세대)와 맞먹는 수준이다.
서울에 코오롱글로벌 ‘하늘채’ 브랜드 대단지가 있다는 것은 도시정비사업에 중요한 포트폴리오가 될 수 있다.
이에 김 사장은 지난해 도시정비사업에 힘을 실으면서 서울 노원구와 노량진 등에서 1천 세대 안팎의 대규모 단지 수주전에 적극적으로 도전해왔다.
코오롱글로벌은 2022년 서울 노원구 월계동신아파트 재건축사업(1070세대), 서울 노량진3구역 재개발사업(1012세대)에서 각각 HDC현대산업개발, 포스코건설 등 대형 건설사와 경쟁을 펼쳤다.
다만 브랜드 경쟁력에 밀려 수주에는 실패했다.
김 사장은 이번 강북구 번동 사업으로 이를 만회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번동 사업장은 각 구역으로 보면 소규모지만 사업지가 붙어있는 만큼 하나의 대단지 브랜드타운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평가된다.
강북구 번동 1~11구역은 우이천변에 나란히 자리잡고 있다. 수송초등학교, 수송중학교와 가깝고 4호선 수유역이 인근에 있다. 북서울꿈의숲을 넘어가면 미아뉴타운이 나온다.
여기에 강북구 번동 1~11구역은 서울시 모아타운 사업지로 일반 재개발사업보다 진행속도가 빠르고 용도지역 상향 등 혜택도 받을 수 있다.
모아타운은 10만㎡ 이내 지역을 하나로 묶어 노후주택을 정비하고 공영주차장 등 기반시설을 설치하면서 대규모 재개발과 같은 효과를 내는 정비모델이다.
번동 1~5구역은 이미 2022년 4월 최고 35층 높이, 1240세대 아파트 단지로 조성한다는 사업시행계획안이 통과됐다. 강북구청 주거정비과에 따르면 번동 6~10구역도 현재 모아타운 지정을 위한 관리계획 수립을 위한 용역을 발주한 상태다.
강북구청 주거정비과 관계자는 비즈니스포트와의 통화에서 “모아타운 사업지로 지정되면 용적률 완화나 가로구역조건 완화 등의 혜택이 있다”며 “사업시행계획이 어떻게 수립되느냐에 따라 주차장과 공원 등 공용시설에 관한 지원금도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현재 세부 사업계획이 나온 번동 1~5구역은 애초 사업성도 우수한 것으로 파악된다. 번동 1~5구역은 조성 세대 수와 조합원 수 등을 고려했을 때 재개발사업 비례율이 130~140% 수준으로 예상됐다.
비례율은 재개발사업으로 분양하는 아파트 등의 분양가액에서 사업비용을 뺀 금액을 조합원들이 보유한 종전자산의 평가액으로 나눈 금액이다. 기본적으로 비례율이 100%가 넘으면 사업성이 좋은 것으로 평가된다.
김 사장은 지난해 부산에서도 소규모 정비사업 연계수주 전략으로 시너지를 누렸다. 코오롱글로벌은 대연동 일대 가로주택정비사업 3곳 시공권을 싹쓸이하면서 약 700세대 규모의 하늘채 브랜드타운을 세우게 됐다.
코오롱글로벌은 2022년 도시정비사업에서 수주실적 1조4004억 원을 확보하면서 자체 신기록을 세웠는데 이 가운데 절반가량을 가로주택정비사업과 소규모재건축사업을 통해 채웠다.
코오롱글로벌은 지난해 가로주택정비사업에서 5057억 원, 소규모재건축사업에서 1557억 원을 수주했다.
코오롱글로벌은 최근 5년 도시정비사업 실적이 성장세를 지속하고 있다. 코오롱글로벌은 2018년에는 도시정비부문 신규 수주실적이 4300억 원 수준이었는데 2019년에는 5300억 원, 2020년에는 1조400억 원으로 늘었다.
2021년에는 신규 수주 1조2525억 원, 지난해에는 1조4004억 원을 보였다.
김 사장은 2022년 임원 인사로 코오롱글로벌 대표가 됐다.
김 사장은 서강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1987년 코오롱상사에 입사한 ‘코오롱맨’이다. 김 사장은 2001년 네오뷰코오롱 대표, 2017년 코오롱인더스트리 전무, 2020년 코오롱인더스트리 부사장을 역임했다. 박혜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