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전통적으로 중국과 밀접한 관련을 맺어온 호텔, 면세점, 백화점, 화장품 등 유통업계가 정치적 리스크에 발목을 잡히게 되면서 국적도 상표도 없는 원자재, 특히 구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다.
왜 중국 리오프닝에 구리가 떠오를 수밖에 없는지 짚어보고 변화의 시기에 기회를 잡게 될 한국 기업, LS와 풍산에 대해서도 알아본다.
구리는 철과 함께 대표적 산업 원자재다. 구리 가격은 '닥터 카퍼'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경기예측 적중률이 뛰어난 지표이며 특히 글로벌 구리 수요에서 중국이 절반 이상을 차지해 중국 경기를 예측하는 지표로서 가치가 높다.
2022년 말부터 중국 국영은행들이 2023년 중국 부동산경기 부양에 185조 원 규모의 대출을 지원하겠다고 밝히면서 구리값이 뛸 조짐이 나타나기도 했다. 구리는 배선과 케이블, 파이프와 튜브 등에 사용돼 부동산 경기 부양의 수혜를 그대로 받기 때문이다.
2023년 1월 런던금속거래소의 구리 선물가격은 톤당 9천만 달러를 돌파했다. 골드만삭스 글로벌 원자재 리서치 부문 대표는 블룸버그TV와 인터뷰에서 구리 가격이 2023년 말까지 톤당 1만1500달러를 넘어설 것이라고 말해 상승세가 계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렇게 되면 어떤 기업들이 돈을 벌게 될까? 현재 국내에서 대표적인 구리 관련주로는 LS와 풍산이 손꼽힌다.
두 기업 모두 2022년 중국의 제로코로나 정책에 따른 봉쇄와 경기침체로 구리 가격이 톤당 7천만 달러까지 내리면서 어려움을 겪었는데 상황이 바뀌고 있다.
먼저 LS를 보면 자회사인 LSMnM이 구리광석을 제련해 순도 높은 구리를 생산하는 국내 유일한 제련업체 지위를 차지한 곳이다. LSMnM은 매출의 약 70%를 전기동 생산에서 얻고 있기에 실적이 구리 가격과 수요의 영향을 받는다.
다만 LS그룹에서는 LSMnM의 영업이익은 구리광산과 맺은 구리 가공계약의 영향 아래 놓여있어 가격보다 실제로 구리 수요가 더 중요한 지표라고 설명한다.
특히 단기적으로는 구리 가격 헷징, 그리고 구리 가격 상승에 따른 일시적 발주 감소 때문에 오히려 실적이 줄어들 가능성도 있다고 하니 장기적으로 접근해야 하는 회사일 수 있다.
LS는 2022년 하반기 구리제련 관계사인 LS니꼬동제련을 완전히 인수해 LSMnM으로 회사이름을 바꿨다. 이 이름은 금속(Metal)과 소재(Materials)를 뜻한다고 하는데 앞으로 구리 호황기를 발판삼아 기업공개와 함께 2차전지, 반도체, 태양광 등 고부가 소재산업에 진출하겠다는 뜻이 담겨있다.
풍산은 LSMnm 등으로부터 공급받은 순수한 구리, 전기동을 가공해 금속판이나 봉, 동전으로 만드는 회사다. 최근 탄약을 만드는 방산사업부문으로 이름이 높아지고 있지만 여전히 주력 분야는 전체 매출의 65%를 차지하는 구리사업이다.
구리를 만드는 풍산의 신동사업부문은 구리 가격에 실적이 연동되는 구조로 구리 가격이 오르면 실적도 오르는 모습을 보여 왔다. 코로나19 팬데믹 기간에는 모든 산업의 수요가 급감하면서 상당한 재고부담을 감내해야 하기도 했다.
그러나 2023년부터 구리제품의 수요가 늘면서 매출은 늘고 재고비용은 줄어드는 선순환에 접어들 것으로 기대된다. 또 구리 가격이 낮았던 2020년 무렵부터 쌓아둔 2~3년치 재고가 소진되면서 높은 영업이익으로 나타날 것이라는 관측도 흘러나온다.
중국 리오프닝의 주역이 될 구리 관련 기업에 대해 알아봤다. 중국 의존도가 높은 우리 기업들이 중국 리오프닝을 기회로 다시 도약할 수 있을지 지켜봐야할 시점이다. 조충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