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수재 기자 rsj111@businesspost.co.kr2023-04-06 15:0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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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한앤컴퍼니(한앤코)가 쌍용레미콘 매각을 추진한다.
쌍용레미콘 매각은 장기적으로 모회사 쌍용C&E 기업가치를 높이려는 전략의 일환으로 여겨진다. 그러나 레미콘 업황 전망이 좋지 않아 원하는 가격에 거래가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 한앤컴퍼니가 업황부진이 예고된 상황에서 쌍용레미콘 매각을 성사시킬 수 있을지 주목된다. 사진은 서울 중구 수표로에 위치한 쌍용레미콘 본사. <쌍용레미콘>
6일 투자금융(IB)업계에 따르면 한앤컴퍼니는 쌍용C&E의 자회사 쌍용레미콘 매각을 위한 원매자를 물색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쌍용레미콘은 쌍용C&E에서 100% 지분을 들고 있는 기업으로 현대건설, 대우건설, 포스코건설 등의 대형 건설사를 거래처로 두고 있다.
2022년 매출 3924억 원, 영업이익 287억 원, 순이익 184억 원을 거뒀다. 2021년보다 매출은 11.4%늘고 영업이익은 80.3%, 순이익은 129% 급증한 것이다. 쌍용레미콘의 2022년 말 부채비율은 150% 수준으로 전년(158.8%)보다 개선됐다.
한앤컴퍼니는 쌍용레미콘의 안정적 실적 및 재무구조를 내세워 5천억 원가량을 매도 희망가로 책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일각에서는 실적에 비해 눈높이가 높아 원하는 가격대로 매각하기엔 어려울 것이란 말이 나온다.
레미콘 수요와 직결되는 착공이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어 업황 전망도 어두워지고 있기 때문이다.
국토부에 따르면 주택공급의 선행지표 성격을 지닌 주택착공 규모는 2월 3만1955세대로 전년보다 28% 감소했다. 수도권은 1만8412세대로 전년 같은 달보다 33.7%, 비수도권은 1만3543세대로 전년 같은 달과 비교해 18.3% 줄었다.
레미콘 업계 1위 유진기업 주식은 코스닥시장에서 시가총액 2600억 원 안팎 수준으로 거래되고 있다. 유진기업은 2022년 별도기준으로 매출 9116억 원, 영업이익 221억 원을 거뒀는데 레미콘사업에서만 매출 5375억 원, 영업이익 344억 원을 올렸다.
유진기업이 건자재유통과 건설사업에서 적자를 보고 있는 점을 고려하더라도 쌍용레미콘이 5천억 원에 매각되기는 쉽지 않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한앤컴퍼니는 시장에 나온 레미콘 제조업체 한라엔컴의 매각 결과를 주시할 것으로 보인다. 쌍용레미콘과 한라엔컴의 매출 및 이익 규모가 비슷하기 때문이다. 한라엔컴은 2022년 연결기준으로 매출 3254억 원, 영업이익 188억 원, 순이익 98억 원을 거뒀다.
레미콘사업의 핵심 역량인 전국 유통망을 갖춘 점과 골재사업을 함께 하고 있어 강점이 있다는 점도 쌍용레미콘과 한라엔컴이 유사한 부분이다. 이에 한라엔컴의 매각 결과가 쌍용레미콘의 흥행에도 영향을 미칠 공산이 크다.
쌍용레미콘은 경기(부천·파주·성남·용인·의왕·평택), 인천(중구·영종도) 등 수도권뿐 아니라 광주, 강원(강릉·춘천·동해), 부산,울산, 창원 등 19개 사업장을 갖추고 있다. 또한 인천, 부산, 전남 나주 등 석산 1개, 파쇄장 2개, 바다모래 1개 직영사업장에서 골재를 생산하고 있다.
한라엔컴은 경기 용인, 화성 등 전국 15곳에 레미콘 공장을 세웠고 자체적으로 골재를 생산할 수 있는 석산도 4곳을 확보하고 있다.
레미콘은 공장에서 출고된 뒤 90분이 지나면 레미콘 믹서트럭에 실려 있더라도 굳기 시작해 건설자재로 쓸 수 없어 전국 유통망을 갖췄는지가 중요하다.
사모펀드 운용사 베저스인베스트먼트와 YJA인베스트먼트는 최근 주관사를 선정하고 HL디앤아이한라(옛 한라)가 들고 있는 지분 15%를 포함한 지분 100%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
두 사모펀드는 지난 2018년 한라엔컴 지분 85%를 600억 원에 인수했다. 아직까지 한라엔컴의 매도 희망가나 매수 희망 가격은 알려지지 않았다.
한앤컴퍼니는 장기적으로 사양산업으로 분류되는 레미콘사업을 제 값을 받고 정리하려는 것으로 파악된다.
구조조정을 거쳐 쌍용C&E, 아세아시멘트, 삼표시멘트, 한일시멘트, 성신양회 등 5개로 과점화된 시멘트산업과 달리 레미콘산업은 2021년 말 기준 963곳의 업체가 난립해 있어 상대적으로 경쟁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쌍용레미콘을 팔아 쌍용C&E의 악화된 재무구조를 개선하고 환경사업부문 강화를 통해 장기적으로 기업가치를 높이려는 의도도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쌍용C&E는 2022년 말 기준 부채비율 143.2%로 전년(115.3%)보다 27.9%포인트 악화됐고 유동비율(94.6%→60.7%), 당좌비율(71.7%→38.8%)도 떨어졌다.
쌍용C&E가 순환자원처리시설 추가 투자와 약속한 주주환원 정책을 펼치기 위해서 재원이 필요하다.
쌍용C&E는 2020~2021년 순환자원처리시설 1차 시설 투자를 끝내고 지난해 생산혁신 2단계로 시설 안정화 투자도 완료했다.
하지만 2030년까지 탈석탄, 100% 자가발전 실현 등을 내용으로 하는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비전인 ‘Green 2030’ 달성을 위해 추가 투자가 이뤄져야 한다.
더욱이 쌍용C&E는 분기당 550억 원가량이 소요되는 주주환원 정책도 꾸준히 이어가야 한다. 3월20일 분기당 350억 원 규모의 현금배당을 유지하고 200억 원을 자사주 매입에 투입해 소각하는 내용을 담은 주주환원 정책을 내놨다.
쌍용C&E가 자사주를 소각하면 한앤컴퍼니 지분은 더욱 확대된다. 현재 주가를 고려하면 분기당 320만 주가량을 소각하는 셈인데 유통주식의 0.6% 수준이다.
한앤컴퍼니는 현재 쌍용C&E의 지분 77.68%를 확보하고 있다.
한앤컴퍼니는 2016년 펀드를 조성해 쌍용C&E 지분 46.14%를 8837억 원에 인수했고 이후 주주배정 유상증자를 실시한 뒤 당시 2대 주주였던 일본 태평양시멘트의 보유 지분(32.36%)도 4548억 원에 인수했다.
쌍용C&E 지분을 1조4375억 원을 투입해 77.68%를 확보한 것이다. 주가 차익만으로 1조 원가량의 수익을 거뒀는데 배당수익까지 고려하면 3배가량 이익을 본 것으로 추산된다. 류수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