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테슬라의 가격인하 정책이 중국시장에서 도리어 독으로 작용했다는 주요 외신보도가 나왔다. 사진은 2월4일 중국 베이징 테슬라 매장에서 한 중국 고객이 테슬라 모델3를 살펴보는 모습. <연합뉴스> |
[비즈니스포스트] 중국 전기차시장에서 장기간 1위를 지켜 온 테슬라의 올해 출하량이 중국 BYD(비야디)를 밑도는 수준에 그치고 있다.
공격적 가격 할인 정책으로 수요를 끌어올리려던 테슬라의 전략이 오히려 중국 자동차업계의 전기차 가격 경쟁을 유도하면서 역풍을 맞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29일(현지시각) 영국 파이낸셜타임즈는 테슬라의 1분기 중국 내 전기차 출하량이 BYD보다 적을 것이라는 예측을 내놓았다.
1~2월 BYD 전기차 출하량이 테슬라의 5배에 이를 정도로 압도적 차이를 보이고 있어 테슬라가 판매 반등을 이뤄내기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테슬라는 장기간 중국 전기차시장에서 부동의 출하량 1위 자리를 지켜 왔다. 그러나 지난해부터 BYD가 전기차 중심의 사업 전략에 집중하며 빠르게 추격해 오기 시작했다.
결국 테슬라는 중국 전기차 시장 경쟁에서 BYD 등 업체에 가격경쟁력 우위를 점하고자 2022년 말부터 전기차 가격을 공격적으로 인하하기 시작했다.
2022년 10월과 2023년 1월 두 차례에 걸쳐 가격 할인이 적용되며 테슬라 주력 판매차량인 모델3과 모델Y 가격은 기존보다 최대 20% 낮아졌다.
그러나 파이낸셜타임즈는 테슬라의 공격적 가격 전략이 판매 증가로 이어지지 못했고 오히려 역효과를 낸 것으로 분석했다.
BYD가 테슬라보다 더 낮은 가격으로 중국 시장에 전기차를 공급할 능력을 갖추고 있었다는 점이 배경으로 꼽힌다.
현재 중국에서 테슬라 주력 판매차량인 모델3와 모델Y는 각각 22만9900위안(약 4347만 원)과 26만1900위안(약 4952만 원)에 판매된다.
반면 BYD는 대부분의 차량을 10만 위안(약 1890만 원)에서 20만 위안(약 3781만 원) 사이의 가격으로 판매하고 있어 큰 차이가 난다.
파이낸셜타임즈는 BYD가 이처럼 낮은 가격으로 전기차를 판매할 수 있는 배경에 탄탄한 재무구조와 수직계열화된 사업 구조가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바라봤다.
BYD가 전기차 핵심 부품인 배터리 생산과 관련 소재 채굴, 전기차 기능을 통제하는 반도체 생산까지 포함하는 자체 공급망을 완성해 원가 절감 효과를 누린다는 점이 높이 평가됐다.
결국 지금과 같이 전기차 가격 경쟁이 벌어진다면 BYD가 대응하기 더욱 유리한 상황에 놓여 있는 셈이다.
BYD의 전기차와 성능이나 품질, 완성도에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면 중국 소비자들이 테슬라 차량을 구매할 유인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파이낸셜타임즈는 최근 9만9800위안(약 1888만 원)에 BYD 차량을 구매한 익명의 중국 공학자를 인터뷰해 “외국 (전기차) 제품가격이 높은 것 같다”며 “중국 브랜드가 차를 잘 만들면 외국 전기차를 살 필요가 없다”고 전했다.
그동안 테슬라가 구축해 온 프리미엄 브랜드 이미지가 가격 인하로 손상됐다는 점도 판매에 부정적 요인으로 분석된다.
테슬라 차량을 구매했던 중국 고객들은 최근 중국 상하이 테슬라 전시장에 모여 가격인하 정책 중단을 요구했다.
전자전문매체 더버지(The Verge)에 따르면 존 장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경영대 교수는 “테슬라 차량의 프리미엄 브랜드가 강점으로 작용했는데 가격을 인하하면서 그 이미지가 훼손됐다”며 “감자칩 한 봉지를 사는 것과 테슬라 차량 구매 이유가 같을 수는 없다”고 말했다.
테슬라의 전기차 가격 인하는 BYD뿐 아니라 중국 내 다른 전기차 생산업체의 동참을 자극해 중국시장에서 테슬라의 입지를 더욱 좁히고 있다.
중국 5대 자동차회사인 창안자동차와 동펑자동차, 체리자동차는 모두 최근 전기차를 비롯한 자동차 구매자에 보조금을 지급하거나 가격을 할인하는 새 정책을 발표했다.
이들 기업은 모두 중국 국영기업이라 정부 지원 보조금을 받기 쉬운 만큼 테슬라와 같은 외국기업보다 상대적으로 유리한 가격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
테슬라가 중국을 효과적으로 공략하기 위해 가격 경쟁을 앞세웠던 전략이 오히려 자충수로 돌아오게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현재 테슬라는 중국을 핵심 시장으로 두고 상하이 공장의 전기차 생산 능력을 꾸준히 확충하고 있다. 내수 시장에서 수요를 대부분 중국 기업들에 빼앗긴다면 전 세계 전기차 출하량에도 큰 타격을 피하기 어렵다.
테슬라는 현지시각으로 4월2일 2023년 1분기 전기차 생산량 및 인도량을 발표한다. 이근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