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이 올해 아이폰7의 AP 위탁생산을 대만 TSMC에 모두 맡긴 데 이어 삼성전자가 내년에도 아이폰 신제품 AP의 위탁생산을 수주하지 못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삼성전자는 자체AP의 사업확대가 불투명한 상황에서 위탁생산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공정기술 개발에 속도를 내며 TSMC와 격차를 좁히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
|
|
▲ 김기남 삼성전자 반도체총괄 겸 시스템LSI 사업부 사장. |
20일 외신을 종합하면 애플이 내년 출시하는 아이폰에 탑재되는 모바일프로세서(AP) 위탁생산을 모두 TSMC에 맡길 것으로 전망된다.
전자전문매체 디지타임스는 “TSMC는 아이폰7에 탑재되는 AP ‘A10’ 위탁생산을 독점한 데 이어 10나노 공정기술로 내년 아이폰의 A11 물량도 모두 수주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디지타임스는 부품업체로부터 입수한 정보를 통해 TSMC가 이미 애플 A11의 설계디자인을 확보하고 내년 2분기 시험양산에 들어가기로 했다고 전했다.
대만 미디어텍과 중국 화웨이의 자회사인 하이실리콘도 이미 자체개발한 AP의 위탁생산을 TSMC의 10나노 공정에 맡기기로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마크 리우 TSMC CEO는 최근 주주총회에서 “우리의 10나노 공정은 이미 충분한 수율과 생산능력을 확보하고 있다”며 “2017년부터 위탁생산 매출이 급증할 것”이라고 말하며 자신감을 보였다.
애플은 지난해 출시한 아이폰6S에 탑재되는 AP 물량을 삼성전자와 TSMC에 절반 정도씩 나누어 위탁생산을 맡겼다.
하지만 삼성전자의 AP를 탑재한 제품의 성능이 비교적 떨어진다는 ‘칩게이트’ 논란이 발생하자 이를 의식해 아이폰7의 AP 위탁생산을 TSMC에 모두 몰아준 것으로 관측된다.
삼성전자는 시스템반도체사업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위탁생산사업의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전력효율과 성능을 높일 수 있는 10나노 미세공정개발에 총력을 기울여왔다.
하지만 TSMC가 이미 10나노 공정의 구체적인 양산계획을 삼성전자보다 앞서 밝히고 내년 아이폰의 물량도 이미 수주한 것으로 알려지며 삼성전자의 위탁생산사업에 대한 부정적 전망이 이어지고 있다.
전자전문매체 WCCF테크는 “삼성전자는 AP 공정개발에 대규모 연구개발비를 투자하고 있지만 TSMC가 오랜 경험을 앞세워 우위를 점하고 있다”며 “이미 2020년 5나노 공정 양산계획도 밝힌 상황”이라고 보도했다.
TSMC는 세계 반도체 위탁생산시장에서 54%의 점유율로 압도적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삼성전자의 점유율은 5% 정도에 그치고 있다.
하지만 삼성전자는 올해 연말로 계획하고 있는 10나노 공정의 AP 양산을 계획대로 진행하고 7나노 공정개발에도 꾸준히 주력하며 기술력을 앞세워 격차를 좁히는 데 주력하고 있다.
|
|
|
▲ 모리스 창 TSMC 회장. |
이에 대응해 TSMC도 최근 7나노 공정 반도체 양산을 내년 초로 계획하고 있고 올해 역대 최대규모의 연구개발비를 투자하겠다고 강조하는 등 삼성전자를 견제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자체개발한 AP ‘엑시노스’ 시리즈의 사업전망이 불투명해지고 있는 만큼 시스템반도체사업에서 위탁생산의 비중을 더욱 높여 대응해야 한다.
삼성전자는 올해 초 세계 최대 AP 개발사인 퀄컴의 ‘스냅드래곤820’ 위탁생산을 맡아 아이폰 AP 물량확보 실패에 따른 타격을 만회했다.
삼성전자는 갤럭시S7 등 스마트폰에 자체개발 AP를 탑재할 능력을 충분히 갖추고 있지만 퀄컴의 AP를 혼용하며 위탁생산 주요 고객사인 퀄컴과 협력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주력하고 있다.
퀄컴이 향후 삼성전자 스마트폰에 AP 탑재를 놓고 압력을 높일 경우 삼성전자는 자체개발한 AP의 시장확대에 어려움을 겪게 된다.
삼성전자가 자체개발 AP의 설계기반을 제공하는 영국 ARM이 일본 소프트뱅크에 인수되며 라이선스비용이 높아질 가능성도 제기돼 향후 수익성 전망도 불투명하다.
삼성전자는 AP 위탁생산 실적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는 만큼 10나노 공정기술력과 수율을 빠르게 끌어올려 TSMC와 맞설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는 주문이 나온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퀄컴 역시 TSMC와 오랜 협력관계를 유지해온 만큼 언제든 다시 AP 위탁생산을 맡길 수 있다”며 “끊임없이 기술력을 증명해 고객사 확보에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