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전자가 전력반도체를 포함한 차량용 반도체 분야에 공을 들이고 있다. 파운드리 사업을 확장하는데 도움이 될 뿐만 아니라 메모리 반도체에 대한 의존도를 낮출 수 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
[비즈니스포스트] 삼성전자가 전기차와 자율주행 등 미래차 시장 성장에 맞춰 차량용 반도체 분야에 힘을 주고 있다.
삼성전자가 차량용 반도체 사업을 키워나가면 파운드리(시스템반도체 위탁생산) 확장에 발판이 될 뿐 아니라 메모리반도체 의존도를 낮추는 데도 도움이 될 수 있다.
2일 전자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가 최근 전력반도체 태스크포스를 최근 꾸린 것은 실리콘카바이드 같은 새로운 화합물을 기반으로 차량용 전력반도체 사업을 확장하려는 목적으로 분석된다.
삼성전자는 차량용 전력반도체 설계부터 생산 공정까지 사업 확대 가능성을 다방면으로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전력반도체는 가전, 스마트폰 등에서 전기에너지를 활용하기 위해 직류와 교류변환, 전압, 주파수 변화 등의 제어처리를 수행하는 기능을 한다. 최근 들어 전기차의 급격한 확산으로 전력반도체 수요가 늘고 첨단화가 진행되고 있다.
특히 삼성전자가 주목하는 실리콘카바이드 전력반도체는 고온과 고전압의 극한환경에서 98% 이상의 전력변환효율을 유지하는 등 강한 내구성을 특징으로 한다. 또한 안전성과 범용성을 두루 갖춰 가혹한 사용환경에서 놓여 있는 차량용 반도체로 쓰임새가 넓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실리콘카바이드 전력반도체는 기존 실리콘 기반의 기존 반도체와 비교해 소형화가 가능해 전기차에 적용되면 최대 10% 수준의 전비 향상을 기대할 수 있다. 전기차 시장의 확대에 따라 실리콘카바이드 반도체 분야가 함께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는 이유다.
이미 테슬라는 2018년부터 모델3에, 토요타는 2세대 연료전지 전기차 미라이에 실리콘카바이드 반도체를 일부 적용하기 시작했다. 현대자동차도 전기차 전용플랫폼인 E-GMP의 주력 구동모터인 후륜 모터에 들어가는 인버터에서 실리콘카바이드 반도체를 활용하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IHS마킷에 따르면 전력반도체를 포함해 전 세계 차량용 반도체 시장은 2021년 450억 달러에서 연평균 10%가량 성장해 2026년에는 730억 달러까지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 가운데 특히 실리콘카바이드 기반 전력반도체 시장은 2026년까지 40% 정도의 높은 성장률을 기록할 것이라는 시각이 많다.
도현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기존 실리콘 기반 반도체와 비교해 실리콘카바이드 반도체는 경량화 가능성과 고전압을 견디는 특징을 지녀 전기차 시장의 성장에 따라 수요가 꾸준히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삼성전자가 실리콘카바이드 전력반도체를 포함해 차량용 반도체 분야 확대에 나서는 것은 높은 자체 성장성뿐만 아니라 파운드리 시장에서 몸집을 키우고 점유율을 확대하려는 의도도 담겨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삼성전자의 시스템반도체 파운드리(위탁생산) 경쟁업체인 TSMC는 질화갈륨 반도체 파운드리 사업을 2020년부터 준비해오고 있다.
질화갈륨은 기존에 반도체 소자로 쓰이는 실리콘(Si)와 비교해 3배 이상 높은 전압으로 전기차 등 고전압 제품에 유리하다. 실리콘카바이드와 함께 차량용 전력반도체 분야에서 쓰임새가 확대될 공산이 큰 소재로 꼽힌다.
삼성전자로서는 파운드리 선두 TSMC를 견제하고 추격의 발판을 만들기 위해 차량용 실리콘카바이드 전력반도체 개발에 나서는 것으로 읽힌다.
삼성전자가 성장세인 전기차 산업에 올라타 차량용 전력반도체 사업을 키우게 되면 메모리 반도체 의존도를 낮출 수 있다는 이점도 있다.
삼성전자 반도체(DS) 부문는 경기변동에 민감한 메모리반도체 사업이 매출 기준으로 70%가량을 차지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최근 메모리 반도체 업황이 둔화하면서 삼성전자의 실적 악화 우려가 나오는 것도 이런 편중된 매출 구조에 바탕을 두고 있다.
삼성전자는 편중된 사업구조를 혁신하고 새로운 먹거리를 찾기 위해 차량용 전력반도체뿐 아니라 자율주행 반도체 사업 확대에도 고삐를 죄고 있다.
삼성전자는 최근 미국 인공지능 반도체 전문기업 암바렐라와 손잡고 자율주행 차량용 반도체를 위탁생산에 나서며 차량용 반도체 파운드리에 힘을 주고 있다.
삼성전자가 암바렐라로부터 위탁받아 생산하는 반도체는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ADAS)에 들어가는 최신 시스템온칩(SoC)으로 삼성전자 첨단 5나노 공정으로 제작된다.
또한 삼성전자는 지난해 국내 팹리스 에이디테크놀로지와 협력해 독일 인공지능 반도체 전문기업 비딘티스와 첨단자율주행 반도체 개발을 위한 계약도 맺으며 파운드리 저변을 차량용 반도체분야로 넓히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 반도체도 2025년부터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부 5나노 공정에서 생산된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전력반도체 관련 조직 신설 등과 관련해 내부 사정인 만큼 확인해주기 어렵다”고 말했다. 조장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