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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널Who] 삼성전자 SK하이닉스도 주목, WD가 키옥시아 인수하게 되면

윤휘종 기자 yhj@businesspost.co.kr 2023-03-02 08: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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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채널Who]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현재 낸드플래시를 놓고 동시에 주목하고 있는 글로벌 낸드플래시 시장의 가장 중요한 이벤트는 바로 미국의 웨스턴디지털(WD)와 일본 키옥시아의 합병이다.

2021년에 이미 한 차례 시도됐다가 흐지부지됐었던 이 합병 이야기가 최근 다시 흘러나오고 있다.

이 합병이 성사된다면 낸드플래시 시장에는 그야말로 ‘대격변’이 일어날 것으로 보인다. 2위 키옥시아와 4위 WD가 합병한다면 단순 계산으로 단숨에 1위 삼성전자를 넘어서는 점유율을 확보하게 되기 때문이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2022년 3분기 기준으로 삼성전자는 낸드플래시 시장에서 31.4%의 점유율을 확보하고 있다. 그런데 WD와 키옥시아의 점유율을 단순 더하기하면 33.2%로 삼성전자보다 높아진다. 

특히 합병법인과 삼성전자, 두 회사의 점유율 차이가 크게 나지 않게 된다는 것이 중요한 대목이다. 2022년 3분기 기준 1위 삼성전자와 2위 키옥시아의 점유율 차이는 10.8%포인트다.

압도적 1위가 있는 시장과, 1위와 2위가 끊임없이 다투는 시장은 안정성이 다를 수밖에 없다. 이렇게 되면 두 가지 시나리오를 생각해 볼 수 있다.

첫 번째는 삼성전자와 합병법인이 치열하게 1위 쟁탈전을 벌이는 것이다.

1위 쟁탈전이라는 것은 결국 원가절감을 통한 가격 경쟁으로 흘러가게 될 가능성이 높고 그렇다면 치킨게임으로 이어지게 되고 그 과정에서 SK하이닉스나 마이크론은 커다란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있다.

물론 여기서 살아남는 기업은 D램시장에서처럼 달콤한 과실을 따먹을 수 있게 되겠지만, 그 과정은 상당히 험난할 것으로 보인다.

두 번째는 합병으로 경쟁자가 하나 줄어든 과점체계 속에서 서로서로 점유율을 유지하면서 경쟁을 완화하는 시나리오다. 이렇게 되면 오히려 각 낸드업체들이 수익성 향상을 꾀할 수 있게 된다.

이런 이유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모두 이 합병을 예의주시할 수밖에 없다. 이 합병의 성사 여부에 따라 사업전략을 상황에 맞게 따로 구상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 합병의 관전 포인트는 어떤 것이 있을까? 또 WD-키옥시아의 합병 말고 다른 이합집산 시나리오는 또 없을까?

일단 현재 WD-키옥시아 합병은 걸림돌이 상당히 많아 보인다. 과연 성사될 수 있을지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에 놓여있다는 것이다.

가장 커다란 걸림돌은 중국이다. 일본과 미국의 반도체기업이 서로 합병해 낸드플래시 시장에서 점유율 1위에 올라서는 것을 중국이 좋아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실제로 2021년 진행됐던 인수전에서도 중국의 반대가 굉장히 심했던 것으로 알려져있다.

중국이 미국 기업의 인수합병을 견제했던 사례는 상당히 많다.

가장 대표적으로 세계 최대 반도체 장비 업체인 어플라이드머티리얼즈와 일본의 반도체기업 고쿠사이일렉트로닉스의 합병 이야기를 들 수 있다. 또 스냅드래곤으로 유명한 퀄컴이 네덜란드의 NXP를 합병하려다가 실패한 사례도 있다.

이 두 거래 모두 중국의 인수합병 심사 지연이 인수 실패의 가장 큰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일본의 태도 역시 걸림돌 가운데 하나다. 아무리 정부 차원에서 친미적 행보를 보이고 있는 일본이라도 사실상 일본에 유일하게 남아있는 메모리반도체 기업이 미국 기업에 인수되는 것을 바랄 가능성은 높지 않다.

중국까지 가지도 못하고 일본 정부 선에서 합병이 무산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는 뜻이다.

SK하이닉스의 태도 역시 이 합병에서 꽤나 중요한 변수다.

SK하이닉스는 키옥시아에 예전에 약 4억 달러 규모의 투자를 단행했기 때문에 키옥시아 지분을 상당히 확보하고 있다. 박정호 SK하이닉스 부회장은 올해 초에 열린 CES2023에서 “우리가 가진 지분을 모두 보통주로 전환하면 거의 40% 가까이 된다”고 말하기도 했다. 

반도체 업계에서는 과연 둘의 합병이 SK하이닉스에게 이득이 될 것이냐 손해가 될 것이냐를 놓고 갑론을박이 펼쳐지고 있다.

이익이 된다는 쪽에서는 두 회사가 합병하면 낸드플래시 시장의 무한경쟁 상태가 상당부분 해소되고 이는 SK하이닉스 낸드플래시 부문의 수익성 향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반대쪽에서는 경쟁사의 덩치가 두 배 넘게 커지는 것은 절대로 SK하이닉스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수 없다고 반박하고 있다.

SK하이닉스가 어떤 태도를 보일지 지켜보는 것도 이번 합병의 아주 재미있는 관전 포인트가 될 것으로 보인다.

마지막으로 상당히 재미있는 시나리오 하나가 최근 제기되고 있다. 바로 마이크론 이야기다.

SK하이닉스가 흑자를 내는데 상당히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에서 알 수 있듯이 낸드플래시 시장은 현재 수익성을 확보하기가 상당히 힘들다. 결국 이 시장에서 살아남는 방법은 하루빨리 과점체계에 진입하는 것 뿐이라는 이야기도 나온다.

하지만 지금 상황만 본다면 마이크론이 그 ‘과점체계’에 합류하기란 그리 녹녹하지 않다. 마이크론의 현재 낸드플래시 시장 점유율은 5위, 10%정도에 불과하다.

이런 이유로 마이크론은 WD와 키옥시아의 인수합병이 불발되고 낸드플래시 시장의 수익성이 계속 악화돼 두 회사의 체력이 소진되는 것을 노리고 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WD와 키옥시아의 기업가치가 줄어든 상황에서 D램 시장에서 많은 현금을 확보하고 있던 마이크론이 두 기업을 모두 삼켜서 단숨에 낸드플래시 시장의 1위로 등극한다는 시나리오를 그리고 있다는 것이다.

다만 이 역시 앞에서 언급한 중국이나 일본, SK하이닉스의 반대 등의 걸림돌을 그대로 안고 있다. 마이크론이 이런 생각을 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그리고 실제로 이런 시나리오를 실행에 옮기더라도 그 생각대로 흘러가는 것은 어렵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이유다.

이미 과점체계가 굳어져버린 D램 시장과 다르게 같은 메모리반도체임에도 불구하고 낸드플래시 시장은 여전히 변수가 굉장히 많이 남아있다는 점에서 굉장히 재미있는 시장이라고 볼 수 있다. 과연 이 시장의 향방이 어떻게 흘러갈지 계속해서 지켜볼 일이다. 윤휘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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