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민규 기자 mklim@businesspost.co.kr2023-02-24 15:0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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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이브와 SM엔터테인먼트 경영진의 경영권 다툼이 외나무 다리 싸움으로 치닫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하이브와 SM엔터테인먼트 경영진의 회사 경영권 다툼이 절정을 향해 치달리고 있다.
SM엔터테인먼트가 자기주식 취득으로 주가 하락을 막자 하이브는 SM엔터테인먼트 주주들에게 의결권 위임을 요청하는 한편 경영진을 상대로는 법적 대응을 예고했다.
24일 엔터테인먼트업계에서는 하이브와 SM엔터테인먼트 경영진 사이의 다툼이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넜다고 본다.
양쪽 모두 SM엔터테인먼트에 더 나은 선택지가 될 것이라고 각자 주주들을 설득하는 것을 넘어서 서로를 향한 대응 수위를 한 단계 더 높였기 때문이다.
하이브는 이날 SM엔터테인먼트가 2월7일 카카오와 맺은 사업협력계약이 수평적이지 않고 카카오에 더 많은 이익을 몰아준다고 비판했다.
SM엔터테인먼트는 최근 카카오와 계약을 통해 신주 및 전환사채 발행으로 2171억 원의 유상증자에 합의했다. 두 회사는 글로벌 매니지먼트사업을 함께 추진하고 글로벌 오디션을 통해 K팝 아티스트를 공동기획하는 등 지식재산(IP) 강화를 위한 협력에 나서기로 했다.
하지만 전날 SM엔터테인먼트와 카카오가 맺은 계약의 '속살'이 공개되며 문제가 불거졌다.
SM엔터테인먼트는 앞으로 발매하는 음반·음원 유통의 배타적 권리를 카카오엔터테인먼트에 맡겼다. 현재 SM엔터테인먼트의 음반·음원 유통은 SK그룹 계열사인 드림어스컴퍼니가 담당하고 있는데 SM엔터테인먼트도 이 회사의 지분 16.36%를 보유하고 있다.
SM엔터테인먼트는 아티스트 지식재산(IP)을 카카오가 보유한 플랫폼을 활용해 더 큰 수익을 낼 수 있다고 의미를 부여했지만 하이브는 다르게 바라봤다.
하이브는 SM엔터테인먼트 매출의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것이 음반·음원인데 이에 대한 독점적 권리를 카카오엔터테인먼트에 기간 제한 없이 넘기는 것은 주주이익을 훼손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게다가 SM엔터테인먼트는 앞으로 또다시 신주나 전환사채 등을 발행해 유상증자를 실시한다면 카카오에 우선 부여한다는 내용도 계약에 포함했다.
그동안 카카오는 SM엔터테인먼트 지분의 추가 취득 계획이 없다는 입장을 유지해왔지만 계약대로라면 언제든지 지분을 확대할 수 있는 길이 마련돼 있는 셈이다.
SM엔터테인먼트 지분을 추가로 취득할 수 있는 '실탄'도 준비되어 있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가 올해 1월 유상증자를 통해 투자받기로 한 글로벌 투자회사의 1조1539억 원 가운데 8975억 원이 24일 입금됐다.
엔터테인먼트업계에서는 SM엔터테인먼트가 우선 하이브로부터 경영권 방어에 성공한 뒤 추가 유상증자를 통해 카카오에 지분을 더 안겨줄 것이란 관측을 내놓고 있다.
▲ 하이브는 SM엔터와 카카오엔터가 ㅁ재은 계약 내용을 검토해 법적 조치를 취하겠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하이브는 SM엔터테인먼트와 카카오가 맺은 계약 내용을 검토한 뒤 민·형사상의 모든 법적 조치를 취한다는 입장이다.
또한 SM엔터테인먼트 경영진 결정의 부당함을 강조하며 공개매수와 별개로 주주들을 향해 의결권을 위임해달라고 요청했다.
하이브는 공시를 통해 "현 SM 경영진은 최근 신주 및 전환사채 발행 과정에서 위법 논란을 야기하는 등 경영 능력에 대해서도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며 "전문성과 독립성을 갖춘 새로운 경영진 구성이 필요하다"고 의결권 대리행사의 취지를 설명했다.
하이브는 이미 일반주주들로부터 SM엔터테인먼트 지분 25%를 12만 원에 공개매수하겠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하이브가 공개매수 목표량을 달성하면 SM엔터테인먼트의 지분 43.45%(이수만 창업자 잔여 지분 포함)를 확보하게 된다. 여기에 의결권 위임까지 더해지면 3월 말 열리는 주주총회에서 하이브는 무난하게 경영권을 차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SM엔터테인먼트 경영진 역시 총력 대응에 나서고 있다.
SM엔터테인먼트는 22~23일 이틀 동안 총 68억 원을 들여 자사주 5만6194주를 매입했다. SM엔터테인먼트가 주식을 매입한 평균 가격은 12만2522원이다.
엔터테인먼트업계에서는 SM엔터테인먼트가 12만 원이 넘는 가격에 자사주를 사들인 것은 다분히 하이브를 의식한 것이라는 시선이 우세하다.
SM엔터테인먼트는 지난해 5월 주가 부양을 목표로 신한금융투자와 100억 원 규모의 자기주식취득 신탁계약을 체결했지만 그 이후 실제로 자사주 매입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하이브도 SM엔터테인먼트 경영진이 자사주 가격이 5~9만 원일 때는 안 하던 자기주식 취득을 12만 원이 넘은 상황에서 하는 것은 주가 부양을 통한 주주가치 제고가 아니라고 주장한다. 오히려 주가가 12만 원 아래로 떨어지지 않도록 해 하이브의 공개매수를 방해하려는 목적이라며 반발했다.
하이브는 23일 SM엔터테인먼트 경영진을 향해 자기주식 고가 매입은 법적 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고 경고하며 27일까지 입장을 밝히라고 요구했다.
SM엔터테인먼트 경영진이 납득할 수 있는 설명을 내놓지 못하면 하이브는 형사 고발과 함께 민사소송에도 나설 것으로 보인다. 임민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