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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레이쥔 샤오미 CEO |
“바람만 잘 만나면 돼지도 하늘을 날 수 있다.”
2010년 샤오미(小米)라는 IT기업을 창업한 레이쥔(雷軍) CEO가 한 말이다. 레이쥔의 샤오미는 2007년 애플의 아이폰이 몰고 온 바람을 타고 올해 1분기 기준 세계 6위 스마트폰 제조회사로 날았다.
올해 45세인 레이쥔은 샤오미의 성공으로 235억 위안(3조8551억 원)의 자산을 보유한 거부가 됐다.
레이쥔은 애플의 전 CEO였던 스티브 잡스의 열렬한 추종자다. 샤오미의 제품뿐 아니라 그의 옷차림과 행동 하나하나가 잡스를 떠올리게 한다. 이 때문에 레이쥔은 잡스의 팬들로부터 ‘잡스의 모방꾼’이란 조롱을 듣기도 한다.
하지만 레이쥔이 이른바 ‘짝퉁 애플’ 제품으로 중국에서 원조 애플을 꺾으면서 샤오미를 놀랍게 키우자 그를 보는 시선이 달라지고 있다. 미국 경제잡지 포브스는 지난해 8월 레이쥔을 ‘중국판 스티브 잡스’라고 평가했다.
리커창 중국 총리는 지난 1월 ‘좁쌀(小米)’에 불과했던 샤오미가 이제는 ‘큰 쌀알(大米)’이 됐다고 말했다.
◆ 샤오미를 만든 두 번의 벤처 경험
레이쥔은 1969년 후베이성 시엔타오에서 태어나 1987년 명문이라 불리는 우한대학 계산기학과에 입학했다. 레이쥔은 입학 2년 만에 졸업학점을 모두 채우고 3학년 때부터 컴퓨터 관련 사업에 뛰어들었다.
레이쥔은 1990년 친구 세 명과 ‘산써(三色)’라는 벤처기업을 세웠다. 레이쥔의 첫 작품은 중국어를 구현하는 PC카드였다. 하지만 중국내 대기업들이 더 싼 가격의 복제품을 잇달아 출시하자 경쟁이 되지 않았다. 결국 레이쥔은 사업을 접었다.
레이쥔은 1992년 소프트웨어 벤처기업인 ‘진산(金山, 현 킹소프트)’의 경영진으로 입사했다. 레이쥔은 입사한 지 6년 만에 사장이 됐다.
레이쥔은 진산의 간판상품인 워드프로세서 개발에 집중했다. 하지만 마이크로소프트(MS)가 중국시장에 진출하면서 강력한 경쟁자를 만나게 됐다. 또 산써의 실패원인이었던 불법 복제품이 이번에도 레이쥔의 발목을 잡았다. 레이쥔은 입사 후 15년이 지난 2007년 가까스로 진산을 상장하는데 성공했다.
레이쥔은 2008년 진산을 떠났다. 2007년 첫 선을 보인 애플의 아이폰에서 미래를 발견했기 때문이었다. 레이쥔은 인터넷과 휴대전화가 결합한 스마트폰이 미래시장의 대세가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레이쥔은 2010년 4월 6명의 동업자들과 함께 스마트폰 제조회사인 ‘샤오미테크(小米科技)’를 세웠다. 마이크로소프트와 구글의 엔지니어 경력이 있었던 친구 린빈(현 샤오미 회장)도 합류했다. 샤오미란 이름은 레이쥔이 동업자들과 회사를 세우면서 먹었던 ‘좁쌀(샤오미) 죽’에서 비롯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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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레이쥔 샤오미 CEO(오른쪽)는 스티브 잡스 전 애플 CEO(왼쪽)의 열렬한 추종자이다. |
◆ 스티브 잡스 광팬인 레이쥔, 중국에서 애플을 누르다
“나는 레이잡스(레이쥔 + 스티브잡스)란 별명이 싫다. 샤오미는 애플과 구글, 아마존을 합한 회사다.”
레이쥔은 홍콩 봉황TV와 인터뷰에서 자신을 애플의 전 CEO였던 스티브잡스와 비교하는 데 대해 이렇게 말했다.
하지만 레이쥔의 성공배경에 잡스의 그림자가 강하게 자리하고 있음을 부정하기 힘들다. 레이쥔은 가장 존경하는 인물로 주저없이 잡스를 꼽는다. 또 제품뿐 아니라 스스로에게도 잡스의 이미지를 덧씌우려고 노력한다.
레이쥔은 신제품을 공개할 때마다 잡스를 연상하게 만드는 검은 셔츠와 청바지를 입고 나타난다. 그가 진행하는 프리젠테이션도 잡스의 그것과 거의 같다. 스마트폰 디자인 역시 운영체제만 안드로이드일 뿐 애플의 아이폰과 상당히 닮았다.
레이쥔은 잡스에 대한 독자적 관점을 설명하며 자신의 행보가 단순한 잡스 따라하기가 아님을 드러내기도 했다. 그는 “잡스는 스스로 숭상했던 아름다움을 IT제품에 담았다”며 “아름다움은 인류의 영원한 가치이며 이는 잡스가 추구한 디자인의 메시지”라고 말했다.
잡스의 정신을 벤치마킹하려는 레이쥔의 노력은 성공적이다. 레이쥔의 웨이보(중국판 트위터) 팔로어 수는 800만 명에 이른다. ‘미펀(米粉)’이라고 불리는 샤오미 팬들도 상당히 많다. 잡스와 애플의 열혈 추종자들이 많은 것과 비슷하다.
레이쥔이 확보한 두터운 팬층 덕분에 샤오미는 내놓는 제품마다 히트시킬 수 있었다. 지난 해 선보인 샤오미의 세 번째 스마트폰 ‘M3’는 출시 후 단 86초 만에 초기 물량 10만 대가 모두 매진되기도 했다.
레이쥔은 이미 중국에서 잡스의 애플을 넘어섰다. 샤오미는 올해 1분기 중국 스마트폰시장에서 11%의 점유율을 기록했다. 애플은 10%로 샤오미에 밀려 4위로 내려앉았다. 샤오미보다 위에 있는 업체는 점유율 18%를 기록한 삼성전자와 12%를 기록한 레노버뿐이다.
이제 레이쥔이 ‘잡스의 추종자’에서 ‘추격자’가 됐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 레이쥔, 애플 넘어 삼성전자까지 위협한다
레이쥔의 시선은 중국 본토를 넘어 세계시장을 향하고 있다. 레이쥔은 지난 해 9월 휴고 바라 구글 부사장을 영입하며 샤오미를 글로벌 IT기업으로 성장시키기 위한 첫 발을 뗐다.
레이쥔은 올해 인도네시아와 터키 러시아 브라질 멕시코 등 신흥국을 중심으로 샤오미 스마트폰을 진출하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오는 15일부터 인도에서 예약판매를 시작한다. 내년에 애플의 텃밭인 미국에도 진출한다. 이를 통해 국내외 판매량을 1억5천만 대까지 끌어올릴 생각이다.
TV 역시 레이쥔이 관심을 쏟는 사업이다. 레이쥔은 지난해 10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글로벌 모바일 인터넷 콘퍼런스’에서 “TV는 또 다른 컴퓨터이자 스마트폰의 액세서리”라며 “스마트폰의 부족한 입출력 기능을 보완하려는 관점에서 스마트TV를 개발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샤오미는 지난 해 9월 첫 TV제품인 ‘Mi TV’를 선보인 후 올해 5월 우리 돈으로 약 66만 원에 불과한 초저가 UHD TV인 ‘Mi TV2’를 출시했다. 아직 샤오미의 TV사업이 본격화하지 않았지만 가격이 삼성전자 등 경쟁사의 1/3 정도에 불과하다는 점을 감안할 때 시장 파괴력은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샤오미가 글로벌시장 진출에 속도를 냄에 따라 삼성전자는 새로운 경쟁자를 만나게 됐다. 이미 샤오미는 스마트폰시장에서 삼성전자를 위협하는 상대로 떠올랐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지난 2일 시장조사기관 칸타르의 자료를 인용해 “지난 4월 중국 시장에서 샤오미는 삼성전자보다 더 많은 스마트폰을 팔았다”고 보도했다.
레이쥔은 삼성전자보다 뛰어난 소프트웨어 경쟁력이 샤오미가 보유한 강점이라고 강조한다. 레이쥔은 지난해 말 “삼성전자의 휴대전화 매출액을 넘는 것은 우리의 목표가 아니다”라며 “소프트웨어의 경우 우리가 삼성보다 앞선다”라고 말했다.
레이쥔의 자신감은 삼성전자보다 신속한 제품 업그레이드 서비스에서 나온다. 샤오미는 짧게 2~3일, 적어도 일주일에 한 번씩 새로운 기능을 추가해주거나 오류를 수정해주는 업그레이드를 지원한다.
레이쥔은 “갤럭시를 구매한 소비자의 경우 구매와 동시에 서비스가 끝났다고 생각할 것”이라며 “이에 비해 샤오미 소비자는 제품구입과 함께 서비스가 시작된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