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이 금융지주사 설립 카드를 꺼내들었다. 생명보험 업황이 악화일로를 걷는 상황에서 생존을 위한 승부수로 보인다.
다만 2대 주주인 어피너티컨소시업과 24%의 지분을 두고 풋옵션 가격 공방을 벌이고 있어 금융지주사 설립과 별도로 신 회장의 경영권이 위협을 받을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이 금융지주사 설립을 추진하고 있는데 경영권을 안정적으로 지킬 수 있을지 주목된다. |
19일 교보생명에 따르면 3월 정기 주주총회에서 금융지주사 설립을 통과시킨 뒤 금융위원회의 승인을 받기 위한 준비에 들어간다.
금융위 승인에 이어 지주사 설립등기 절자를 거치면 교보생명의 금융지주사 설립이 마무리된다.
교보생명은 모든 과정을 마치는 시점을 2024년 하반기로 바라보고 있다.
2005년부터 금융지주사 설립을 내부에서 논의해온 교보생명이 2024년 모든 과정을 마치게 된다면 논의부터 설립까지 약 19년이라는 시간이 걸리게 되는 셈이다.
그러나 금융업계에서는 교보생명의 지주사 설립에 무리가 없을 것으로 바라보면서도 신 회장이 경영권을 지킬 수 있을지에 더 큰 관심을 두고 있다.
신 회장과 2대 주주 어피너티컨소시엄이 벌이는 풋옵션 분쟁에서 신 회장이 경영권에 위기를 겪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기 때문이다.
현재 교보생명은 신 회장이 33.78%로 최대주주의 위치에 있지만 2대 주주인 어피너티컨소시엄이 24%의 지분을 들고 있다.
2012년 대우인터내셔널이 들고 있던 교보생명 지분 24%를 어피너티컨소시엄이 사들이며 2대 주주가 됐다.
당시 어피너티컨소시엄은 지분을 사들여 신 회장의 경영권을 방어해주는 대신 2015년 9월까지 교보생명의 기업공개(IPO)를 조건으로 신 회장과 풋옵션 계약을 맺었다.
그 뒤 교보생명은 기업공개에 결국 실패했고 어피너티컨소시엄이 2018년 10월 약 41만 원에 풋옵션을 행사했다.
다만 어피너티컨소시엄이 주장하는 풋옵션 약 41만 원을 사들이기 위한 자금이 신 회장에게 없어 오히려 보유 지분의 일부를 매각해야 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신 회장이 보유한 지분이 줄어들며 경영권의 위협을 받는 상황이 올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신 회장은 어피너티컨소시엄이 책정한 풋옵션 가격 41만 원이 안진회계법인과 공모해 만들어진 부적절한 가격이라며 소송을 제기했다.
어피너티컨소시엄 관계자는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교보생명의 금융지주사 설립 발표 이후 여러 말이 나오고 있지만 특별한 입장은 없다”며 “어피너티컨소시엄이 아직 어떤 결정을 내리지 않았다”고 말했다.
교보생명에서도 이번 금융지주사 설립과 풋옵션은 관련이 없다고 판단하고 있어 주주총회 통과에도 문제가 되지 않을 것으로 바라본다.
그러나 어피너티컨소시엄 풋옵션으로 발생할 수 있는 경영권 위협이 교보생명 금융지주사까지도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신 회장이 어피너티컨소시엄과 풋옵션 공방에서 불리한 위치에 서게 됐기 때문이다.
교보생명은 앞서 3일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교보생명과 어피너티컨소시엄의 풋옵션 가격 공모 관련 재판에서 패소했다.
2심 재판부는 어피너티컨소시엄이 책정한 41만 원의 풋옵션 가격이 공모가 없었으며 전문가적 판단에 따른 것이라고 본 것이다.
이번 판결이 주목받는 또 하나의 이유는 교보생명과 어피너티컨소시엄이 국제중재판정부의 2차 중재를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어피너티컨소시엄은 신 회장이 41만 원의 풋옵션 가격을 강제로 이행을 해야 하는 내용을 뼈대로 하는 국제중재판정을 신청해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다만 교보생명은 국제중재판정부가 민사적 분쟁에 관한 판결을 하는 곳이라 형사 재판인 이번 2심 판결이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이번 2심 재판으로 약 41만 원이라는 풋옵션 가격이 전문적 판단에 따른 것이라는 정당성을 부여받게 돼 교보생명이 불리한 위치에 놓일 수 있다는 전망에도 힘이 실릴 것으로 여겨진다.
향후 국제중재판정부가 41만 원의 풋옵션을 신 회장이 강제 이행해야 한다는 결정을 내리게 되면 금융지주사가 설립된 뒤 신 회장의 경영권에 위협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조윤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