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K그룹이 후원하는 EBS 장학퀴즈가 50주년 특별방송을 한다. 사진은 최종현 SK그룹 선대회장이 한국고등교육재단
장학생들에게 장학증서를 수여하고 있는 모습. |
[비즈니스포스트] SK그룹이 후원하는 EBS 장학퀴즈가 50주년을 맞았다.
SK그룹은 “고 최종현 SK그룹 선대회장의 인재보국 경영철학에 따라 1973년 SK 단독후원으로 첫 전파를 탄 ‘장학퀴즈’가 18일 방송 50주년을 맞는다”고 16일 밝혔다.
최종현 선대회장의 인재보국 경영철학은 그의 “대한민국의 미래는 인재 양성에 있다”라는 말로 압축된다.
최 선대회장은 일찍이 자원과 기술이 부족한 한국이 강대국으로 가는 유일한 길은 인재를 키우는 것임을 설파했다.
이런 경영철학은 최종현 선대회장에서 현
최태원 회장에 이르기까지 대를 이어 인재양성 관련 사업을 하는 밑바탕이 됐다. SK는 장학퀴즈 후원을 비롯해 서해개발(1972년)∙한국고등교육재단(1974년)∙최종현학술원(2019년) 설립 등의 인재양상 사업을 펼쳐왔다.
◆ 최종현-최태원 대를 이은 SK 인재보국
최종현 선대회장은 1970년부터 인재양성 사회공헌에 다각도로 뛰어들었다. 당시는 먹고 살기 힘들고 중화학공업 육성과 수출에 주력했던 시기다.
1972년 인재육성을 위한 조림사업에 나서 서해개발(현 SK임업)을 설립했다. 3천만 평 임야에 수익성 좋은 나무를 심어 30년 후부터 1년에 100만 평씩 벌목함으로써 회사경영과 무관하게 장학기금을 안정적으로 마련하겠다는 선순환식 수목경영을 도입했다.
땅 투기를 한다는 오해를 피하기 위해 당시 황무지였던 충청북도 충주 인등산, 영동 시항산, 경기도 오산 등 4100ha 임야에 조성한 숲은 여의도 면적 14배에 이른다. 현재 자작나무, 가래나무, 호두나무 등 조림수 40여 종, 조경수 80여 종 등 330만 그루가 빼곡이 들어섰다.
1974년에는 ‘일등 국가, 일류 국민 도약과 고도의 지식산업사회 건설’이란 원대한 포부로 민간기업 최초의 장학재단인 한국고등교육재단을 설립했다.
SK의 전신 선경은 당시 겨우 50대 기업에 드는 수준이었고 석유파동까지 겹친 시기라 장학사업을 벌이기 어렵다는 사내 반대가 나왔다.
이에 최종현 선대회장은 사재를 털어 장학사업을 벌였다.
한국고등교육재단은 50년 동안 한국인 최초의 하버드대 종신 교수인 박홍근 교수, 하택집 존스홉킨스대 석좌교수, 천명우 예일대 심리학과 교수 등 세계 유명 대학의 박사 861명을 배출했고 장학생 4261명을 지원했다.
최태원 회장은 2019년 ‘최종현학술원’을 창립했다. 최종현 선대회장 20주기를 맞아 인재육성 유지를 잇기 위해 사재인 SK 주식 20만 주(당시 520억 원 상당)를 출연했고 스스로 학술원 이사장을 맡았다.
SK그룹은 2012년 서울 동대문구 카이스트 홍릉 캠퍼스에 ‘사회적기업 MBA’ 과정을 개설해 청년실업이나 양극화 등 여러 사회문제를 해결할 혁신적 인재를 양성하고 있다.
현재 졸업생이 153명, 창업기업만 144개에 이른다.
▲ EBS 장학퀴즈 50주년 특별방송 중 확장현실(XR)로 구현된 1980년대 장학퀴즈 방송 스튜디오에서 현재 출연자와 과거 출연자들이 퀴즈 대결을 벌이고 있다. |
◆ “기업이익은 처음부터 사회의 것”, SK 인재양성 일화
최종현 선대회장은 1995년 울산대공원 조성을 약속하며 “우리는 사회에 책임이 있는 것이 아니라 빚을 지고 있는 것이다. 기업이익은 처음부터 사회의 것이었다”고 말한 바 있다.
최 선대회장의 이런 경영찰학이 SK의 인재양성 교육사업의 추진력이 됐다고 SK그룹은 설명한다.
1972년 MBC가 장학퀴즈 광고주를 구하지 못해 애를 먹을 때 최 선대회장은 “청소년에게 유익한 프로그램이라면 열 사람 가운데 한 사람만 봐도 조건 없이 지원하겠다”며 팔을 걷고 나섰다.
당시로서는 처음인 기업 단독후원사 자격이었다.
1980년 장학퀴즈 500회 특집이 방영될 무렵 최 선대회장은 제작진 등과 식사자리를 마련했다. 여기서 한 임원이 “장학퀴즈 투자액이 150억~160억 원”이라고 말하자 최 선대회장은 “그럼 우리는 7조 원쯤 벌었다. 기업 홍보효과가 1~2조 원쯤, 우수한 학생들을 선발해 교육시킨 효과는 5조~6조원”이라고 설명했다.
한국고등교육재단은 국비 장학생도 없었던 시절인 1970년대 초반 서울 아파트값 한 채가 넘는 유학비용을 지급하는 장학생 모집공고를 내기도 했다.
재단 장학생 출신 염재호 전 고려대 총장은 “말도 안되는 공고였다. 해외유학을 가는데 학업 외 아무 조건 없이 엄청난 등록금과 생활비까지 보장해 준다고 했다. 혹시 이상한 종교단체나 중앙정보부에서 지원해 주는 것이 아닌지 의심까지 했다”고 회고했다.
충주 인등산 조림사업을 시작한 1970년 초반 한 임원이 “이왕이면 경기도나 수도권 산에 투자하는 게 좋겠다”고 의견을 내자 최 선대회장은 “내가 땅장수인 줄 아느냐”며 혼을 낸 일화도 유명하다.
최종현 선대회장은 1980년 전국경제인연합회 강연에서 “많은 사람들은 사람이 기업을 경영한다는 소박한 원리를 잊고 있는 것 같다”며 “나는 일생을 통해 80%는 인재를 모으고 기르고 육성하는 데 시간을 보냈다”고 말했다.
한국고등교육재단 1호 장학생인 최장집 고려대 명예교수는 “최종현 회장은 한국 경제발전에 기여한 경제계 리더로서 높이 평가할 수 있을 뿐 아니라 한국 사회 전체를 위해 시민적 책무를 다해 사회발전에 헌신했던, 진정한 의미에서 사회 전체의 큰 지도자로 길이 칭송될 수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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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EBS 장학퀴즈 50주년 특별방송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
◆ 장학퀴즈 특별방송, 확장현실(XR) 첨단기술로 과거-현재 잇는 퀴즈쇼 구현
EBS는 18일 낮 12시5분 ‘장학퀴즈 50주년 특집 – 인재의 비밀’을 방송한다.
최첨단 확장현실(가상현실, 증강현실, 혼합현실을 망라한 3차원 버추얼 영상기술) 기법으로 생생히 구현된 옛날 장학퀴즈 스튜디오에서 당시 출연자와 현재 출연자들이 50년 시공을 뛰어넘어 흥미진진한 퀴즈대결을 펼친다
18년 동안 진행을 맡았던 차인태 전 아나운서와 필즈상을 수항한 허준이 미국 프린스턴대 교수 등도 출연해 장학퀴즈의 추억을 되짚고 시대에 따라 변화한 인재상을 소개한다.
장학퀴즈는 50년 역사만큼 숱한 기록을 쏟아냈다. 1973년 2월 MBC가 방송을 시작했고 1997년 1월부터 EBS로 옮겨 방송을 이어왔다.
이미 1993년 국내 최장수 TV프로그램으로 기네스북에 올랐고 한국기록원도 50주년을 맞아 최장수 인증을 보탰다.
KBS 전국노래자랑도 장학퀴즈보다 7년 동생인 셈이다.
현재 2344회 방영했는데 출연자만 약 2만5천명, 방송시간은 2천 시간에 이른다.
역대 출연자 가운데는 배우 송승환, 가수 김광진·김동률, 국회의원 김두관, 영화감독 이규형, 방송앵커 한수진 등을 포함해 학계, 정계, 재계, 법조계, 의료계등 사회 각 분야 오피니언 리더로 활발히 활동하는 이들이 많다.
차인태·
손석희·원종배 등 남녀 아나운서만 33명이 거쳐갔다.
최태원 회장은 특집방송 축사에서 “장학퀴즈는 미래 인재로 성장할 청소년들에게 꿈과 희망을 심어주는 문화코드가 돼왔다”며 “어느 때보다 변화의 파고가 높은 시대를 맞아 청소년 여러분이 변화를 창조의 기회로 삼아 새로운 도전정신으로 미래를 앞서가는 주역이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류근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