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문비나무는 아한대 식물로 평균 기온이 낮은 곳에 서식한다. 사진은 미국 노스캐롤라이나 주 애팔래치아 산맥 북쪽면모습이다. 산맥 최고봉들을 사이에 두고 북쪽에는 가문비나무 숲이 무성하고 남쪽에는 낙엽수림이 펼쳐져 있다. <조지아 공과대학> |
[비즈니스포스트] 기후변화에는 식물도 가만히 한 자리에 뿌리 내리고 있지 않는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6일(현지시각) 미국 국립과학원회보(PNAS)는 식물이 생장에 필요한 기후 환경을 스스로 찾는다는 연구 결과가 실린 논문을 게재했다.
미국 조지아공과대학 연구원 등으로 구성된 연구진은 북미 전역의 337곳 지역에서 채취한 1만3240개의 꽃가루 화석 자료를 모아 꽃나무가 기후 변화에 어떻게 대응했는지를 분석했다.
연구진은 가문비나무와 오리나무가 생장에 필요한 서늘한 기온을 유지하고자 고위도 지역으로 움직인 흔적을 발견했다.
가문비나무와 오리나무의 이동은 1만8천 년 전 지구 평균 기온이 상승할 때 북미지역 빙하가 북쪽으로 이동한 데 따른 대응으로 해석됐다.
연구논문의 저자인 제니 맥과이어 미국 조지아공과대학 생물과학 교수는 “식물은 자신의 분포 범위를 기후상태에 맞춰서 바꿔왔다”며 “수천 년에 걸친 식물의 이동을 연구하면 생물이 기후변화에 어떻게 적응하는지를 배울 수 있다”고 말했다.
▲ 물푸레나무 씨앗은 크기가 매우 커서 널리 퍼지는데 불리하다. 사진은 물푸레나무 씨앗을 말리는 모습. < Treegrowing > |
다만 식물종의 이동능력에 따라 기후변화에 따른 대응 방식에는 차이가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식물종의 이동능력은 씨앗 크기에 주로 좌우된다.
씨앗이 가벼운 식물종은 멀리 퍼져나가기 유리한 만큼 이상적 기후 지역을 찾아 뿌리 내리기에도 유리하지만 씨앗이 크고 무거워 멀리 퍼져 나가기 불리한 식물종은 기존에 뿌리내린 자리에서 기후변화에 적응하는 성향이 더 강했다.
연구진은 홀로세(약 1만 년 전부터 현재까지 지질 시대) 중기 가뭄 시기로 해당 시기에 식물종이 2천 년 단위로 얼마나 움직였는지도 조사했다.
조사 대상 식물군은 2천 년 동안 평균 320km 정도씩을 이동했다.
식물종별로 살펴보면 씨앗 크기가 작아 먼 거리까지 날아가기 유리한 버드나무는 이상적 기후를 찾아 2천 년 동안 540km를 이동했다. 전체 식물종의 이동거리 평균치인 320km와 비교하면 220km를 더 이동한 것이다.
반면 씨앗 크기가 커서 멀리 이동하기 불리한 물푸레나무는 2천 년 동안 평균 이동거리가 62km에 불과했다.
연구진은 물푸레나무와 같이 이동이 불리한 식물의 서식지를 파괴하면 생물 다양성이 줄어들 것이라고 경고했다.
맥과이어 교수는 “식물종에 따른 기후변화 대응 양상을 이해하면 식물 보호에서 우선순위를 정할 수 있다”며 “일부 식물종이 기후 변화에 더 취약하다는 연구 결과는 생물다양성 보호 전략을 세우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근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