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그룹은 올해 중국에서 전용플랫폼 전기차를 출시하는데 현지 맞춤형 전기차 모델을 내세워 시장 안착을 노릴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테슬라가 전기차 가격 인하 추세를 지속하면 중국 전기차 시장 진출 초기부터 어려움에 빠질 수도 있다.
▲ 7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현대차와 기아가 중국에서 각각 현지 전략형 전기차 모델을 출시하면서 판매 반등의 계기를 삼을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고 있다.
7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기아는 올해 6월에 중국에 전용플랫폼 전기차 EV6을 출시해 현지 전기차 시장에 본격 진출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함께 기아와 현대차는 올해 하반기 안으로 각각 중국에서 현지 맞춤형 전기차 모델을 출시할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기아는 스포티지급 전기차 OV(프로젝트명)를, 현대차는 OE(프로젝트명)로 두 모델 모두 C세그먼트인 준중형 전기 SUV(스포츠유틸리티 차량)로 파악된다.
현대차와 기아의 중국 현지 전략모델은 기아 EV6와 현대차 아이오닉5처럼 같은 플랫폼을 공유하는 ‘형제차’인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기존 전략형 모델보다는 상대적으로 저렴한 모델을 내놓을 것으로 관측된다. 대표적으로 배터리의 경우 리튬이온배터리가 아니라 가격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리튬인산철(LFP) 배털리를 탑재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중국은 세계에서 최대 전기차시장일뿐 아니라 전기차 판매 속도가 빠르게 늘어나고 있어 현대차와 기아가 판매 부진에서 벗어나는 돌파구 역할을 할 가능성이 크다.
중국자동차제조자협회(CAAM)에 따르면 올해 중국 전체 자동차 판매량은 2760만 대로 예상됐다. 2022년과 비교해 3% 늘어나는데 그친다.
하지만 전기차 판매량은 900만 대로 2022년과 비교해 35% 증가할 것으로 전망됐다.
올해 중국 전체 승용차시장에서 전기차가 차지하는 비중은 32.6%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2022년 25.6%와 비교해 7%포인트나 높아지는 것이다.
현대차와 기아로서는 빠르게 늘어나고 있는 중국 전기차시장을 전략 전용플랫폼 전기차와 현지 맞춤형 전기차로 성공적으로 공략하면 중국에서 위축된 브랜드 입지를 강화할 수 있다.
중국승용차연석회의(CPCA)에 따르면 현대차와 기아는 2022년 중국에서 각각 23만4천 대, 9만4천 대 자동차를 판 것으로 집계됐다. 2021년과 비교해 판매량이 현대차는 38.7%, 기아는 39.0% 줄었다.
두 브랜드의 합산 판매량도 32만8천 대에 그쳐 2022년 중국에서 합산 시장점유율은 1.6%에 그쳤다. 2021년 2.7%에서 1.1%포인트 축소됐다.
현대차와 기아가 중국에서 승승장구하던 시절인 2016년 합산 판매량 114만 대를 기록했던 것과 비교하면 30%도 안되는 수준까지 쪼그라든 것이다.
사실상 중국 자동차시장에서 현대차와 기아 모두 현지 소비자들로부터 외면을 받고 있는 상황에 놓여 있는 셈이다.
현대차는 올해 중국에서 판매 목표를 공격적으로 잡았다. 여기에는 주력 SUV(스포츠유틸리티)차량뿐 아니라 전기차 판매 확대에 대한 기대감도 반영된 것으로 전해졌다.
현대차는 올해 중국시장에서 30만6천 대의 자동차를 판매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이는 2022년과 비교해 20.5% 늘어난 수준으로 현대차 주요 판매권역별 목표 가운데 가장 공격적이다. 일례로 국내에서는 올해 13.4% 증가한 수준의 판매 목표를 설정한 바 있다.
다만 세계적 전기차 브랜드인 테슬라가 올해 세계 주요 시장에서 판매가격을 인하하고 있다는 점은 현대차그룹의 중국 전기차시장 진출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테슬라는 올해 1월에만 중국에서 2차례 가격 인하를 단행했다. 중국에서 수요 감소를 막기 위해 모델별로 최대 13.5%까지 할인 판매를 이어가고 있다.
이에 맞춰 중국 전기차업체들도 중국내 전기차 판매가격을 낮추고 있어 현대차와 기아의 전기차 전략 모델의 판매 확대에 부담이 커질 수 있다.
현대차와 기아가 판매 가격보단 기술력 등으로 중국 전기차시장을 공략하지만 비슷한 수준의 경쟁 모델의 판매가격이 낮아지면 상대적으로 가격 경쟁력이 떨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서다.
자동차업계 한 관계자는 “고급차 브랜드로 이미지를 잡은 테슬라의 가격 인하가 지속되면 경쟁 차종들의 부담도 커질 수 있다”며 “중국에서 촉발된 테슬라발 전기차 치킨게임(브랜드 우위를 가진 회사가 가격을 낮춰 상대를 무너뜨리는 전략)이 지속되면 본격적으로 시장에서 옥석가리기가 이뤄질 수 있다”고 말했다. 장은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