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에게 ‘만들면 무조건 팔리던 시대’가 끝나가고 있다.
현대차가 최근 몇년 동안 내놓은 신차에 대한 시장의 반응이 예전같지 않다. 기존 모델의 세대변경 모델은 여전히 많은 사랑을 받고 있지만 완전히 새로운 100% 신차들은 소비자들에게 외면받는 경우가 흔하다.
현대차가 국내판매용으로 야심차게 내놓은 아슬란과 친환경차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내놓은 아이오닉이 부진한 판매를 이어가면서 현대차가 신차개발에 대한 자신감을 잃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 최근 신차, 신통치 않은 판매량
11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현대차는 올해 상반기에 국내에서 35만1100여 대를 팔아 지난해 상반기보다 판매량이 4.5% 늘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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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문식(오른쪽) 현대차 부회장과 곽진 현대차 부사장이 1월14일 서울 DDP에서 열린 아이오닉 신차발표회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이 기간에 다른 자동차회사들은 개별소비세 인하효과와 신차효과를 함께 누리며 판매량을 두자릿수 이상 늘렸다.
르노삼성차는 3월 출시한 SM6의 신차효과를 톡톡히 누리면서 판매량이 25.9%나 늘어났다. 한국GM은 신형 말리부, 쌍용차는 티볼리에어에 힘입어 판매량이 각각 21.6%, 11.6% 증가했다.
반면 현대차가 상반기에 내놓은 유일한 신차 아이오닉은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 아이오닉 대신 싼타페와 쏘나타 등 기존 주력모델들이 꾸준히 팔리며 현대차의 전체 국내판매를 이끌었다.
현대차는 1월 국산차 최초의 친환경 전용차 아이오닉을 선보이며 올해 판매목표로 1만5천 대를 제시했다.
그러나 아이오닉은 6월까지 모두 5300여 대밖에 판매되지 않았다. 현대차가 아이오닉의 초반판매가 부진하자 임직원에게 30% 할인된 가격에 아이오닉을 판매했지만 판매량이 크게 늘어나지는 않았다.
아이오닉은 4월부터 월평균 750여 대 판매되는 데 그치고 있다. 지금과 같은 흐름이라면 연말까지 1만5천 대 판매가 거의 불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아이오닉의 부진은 현대차가 글로벌 친환경차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만든 첫 친환경 전용차라는 점에서 더욱 뼈아프다.
현대차가 2014년 10월 내놓은 아슬란은 나온 지 채 2년도 되지 않아 단종설에 휩싸이는 굴욕을 겪고 있다. 아슬란은 올해 들어 월평균 판매량이 180대로 국산차 최저 수준까지 떨어졌다.
현대차가 2013년 선보인 맥스크루즈 역시 올해 상반기 5900여 대 팔리며 존재감이 미미하다.
신차의 연이은 판매 부진은 현대차에 치명적일 수밖에 없다.
신차를 개발하는 데 최소 2~3년의 시간이 걸리는 데다 비용도 수천억 원 이상이 들기 때문이다. 기껏 내놓은 신차가 실패할 경우 이미지에 큰 타격을 입는 데다 수천억 원에 이르는 개발비용만 날리게 된다.
신차의 판매 부진이 계속될 경우 현대차의 신차개발 의지가 위축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그렇게 되면 그랜저나 쏘나타처럼 잘 나가는 차량의 후속모델만 내놓거나 엔진만 바꿔 출시하는 방향으로 가게 될 가능성이 높다.
◆ 상품성 개선의지 보여줘야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현대차는 신차효과를 톡톡히 누렸다. 하지만 최근 들어 현대차의 신차에 대한 국내 소비자들의 관심도가 눈에 띄게 낮아졌다.
전문가들은 현대차의 신차효과가 떨어진 이유에 대해 수입차들이 널리 보급되면서 국내 소비자들의 눈높이가 올라간 점을 주요원인으로 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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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원희 현대차 사장. |
수입차회사들이 다양한 브랜드와 라인업으로 소비자들의 욕구를 충족시키는 데다 가격대까지 다양해지면서 현대차가 내놓는 신차에 대한 기대가 떨어졌다는 것이다.
현대차가 내놓은 신차들이 디자인과 성능, 연비 등에서 기존 모델과 달라진 점을 확실하게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는 점도 있다.
아슬란은 출시 초반부터 디자인과 성능 면에서 하위모델인 그랜저, 상위모델인 제네시스와 큰 차이가 없다는 지적을 받았다. 2014년 부산국제모터쇼에서 처음 공개됐을 때부터 그랜저와 닮은 꼴이라는 지적을 받았다.
국내 소비자들의 눈이 예전보다 훨씬 높아진 상황에서 현대차가 신차개발에 좀 더 노력을 쏟아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고태봉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환율이나 신흥시장의 소비 회복세 등 거시적 환경이 우호적으로 전개돼도 판매 부진이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며 “대부분 신차가 다 나온 상황에서 조기 진부화 현상이 나타나 비용부담이 늘어날 것”으로 분석했다.
고 연구원은 “결국 상품성 개선이 실적반등의 열쇠가 될 것”이라며 “신형 그랜저 등 앞으로 나올 신차에서 기존 문제점들의 개선의지를 확인해 줘야 한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은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