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한솔 기자 limhs@businesspost.co.kr2023-01-26 12:4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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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최근 알츠하이머병 치료제를 승인받은 미국 바이오젠이 루게릭병 치료제에 대한 당국의 허가 결정을 앞두고 있다.
루게릭병은 근본적 치료제가 아직 없는 대표적인 난치성 질환이다. 다만 바이오젠뿐 아니라 국내 여러 기업이 루게릭병 공략을 위해 노력하고 있어 신약개발 성과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 바이오젠을 포함한 국내외 기업들이 루게릭병 치료제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루게릭병을 앓다 별세한 물리학자 스티븐 호킹 박사. <연합뉴스>
26일 제약바이오업계에 따르면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현지시각 3월22일 말초‧중추신경계 약물자문위원회를 열고 바이오젠의 루게릭병 치료제 '토퍼슨'의 신약허가신청(NDA)에 대해 논의하기로 했다.
루게릭병은 근위축성측삭경화증(ALS)을 일컫는 말이다. 이 병에 걸리면 뇌와 척수 등 중추신경계의 운동신경세포가 점점 사멸해 몸이 마비된다. 처음에는 팔다리가 쇠약해지다가 병이 진행되면 스스로 호흡하기도 어려워진다. 발병 3~4년 안에 환자의 약 50%가 사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증상을 완화하는 데 초점을 맞춘 기존 루게릭병 치료제와 달리 토퍼슨은 질병의 원인을 직접 공략하는 약물이라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루게릭병의 발병 원인 중 하나는 단백질 SOD1을 만드는 유전자의 돌연변이다. SOD1은 체내 활성산소를 제거해 세포 손상을 막는 역할을 한다. 그러나 유전자 돌연변이로 결함이 있는 SOD1이 만들어질 경우 오히려 신경계에 독성 작용 등 악영향을 미치게 된다.
토퍼슨은 돌연변이된 유전자가 결함 SOD1을 생성하지 않도록 차단하는 방식으로 루게릭병을 치료한다. 만약 토퍼슨이 허가를 받는다면 특정 유전자를 표적으로 작용하는 루게릭병 치료제로는 처음 상용화에 성공하게 된다.
다만 토퍼슨이 완벽한 치료제라고 보기는 어렵다. 바이오젠은 앞서 토퍼슨의 임상3상에서 1차 평가변수인 루게릭병 기능평가척도 개선을 충족하지 못했다. 위약군과 비교해 환자의 예후 개선이 통계적으로 유의미하게 드러나지 않았다는 뜻이다.
그러나 바이오젠은 뇌내 SOD1 단백질 농도, 신경세포 손상 지표 '미세신경섬유 경쇄(NfL)' 등 2차 평가변수를 분석한 결과 질병 진행을 늦추는 효과가 확인됐다고 보고 허가절차를 밟고 있다. FDA는 바이오젠의 주장을 받아들여 지난해 7월 토퍼슨에 대한 우선심사를 결정했다.
FDA가 신약허가를 내려 토퍼슨의 상용화가 이뤄지더라도 혜택을 받는 환자는 많지 않다. 바이오젠에 따르면 SOD1 변이가 발견되는 루게릭병 환자는 전체의 약 2% 수준에 그친다.
이에 따라 루게릭병 치료제를 개발하는 다른 기업들의 현황에도 세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국내에서는 지엔티파마, 코아스템, 헬릭스미스 등이 루게릭병 치료제 개발에 힘쓰고 있다.
지엔티파마는 퇴행성 질환의 원인인 활성산소를 제거하는 약물 '크리스데살라진'을 발굴해 개발하는 중이다. 크리스데살라진은 동물실험에서 루게릭병을 대상으로 치료효과가 확인됐고 지난해 11월에는 FDA로부터 루게릭병 희귀의약품으로도 선정됐다. 올해 하반기 시작을 목표로 임상2상이 준비되고 있다.
코아스템은 줄기세포 치료제 '뉴로나타-알'을 2014년 국내에서 조건부로 허가받은 뒤 정식 허가 및 미국 허가를 받기 위한 임상3상을 진행하고 있다. 뉴로나타-알은 신경염증을 완화하고 운동신경세포 사멸을 방지해 환자 생존을 연장한다. 코아스템에 따르면 경쟁 약물보다 67개월 가량 생존기간을 늘리는 것으로 분석됐다.
헬릭스미스의 경우 유전자 치료제 '엔젠시스'를 루게릭병과 당뇨병성 신경병증, 샤르코마리투스병 등 다양한 질병을 대상으로 개발하고 있다. 엔젠시스는 루게릭병 환자의 손상된 운동신경의 미세혈관과 신경섬유세포를 재생하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헬릭스미스는 지난해 9월 엔젠시스의 루게릭병 임상2a상을 통해 안전성을 확인했다. 임한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