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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주에도 닥친 주주 행동주의, '만년 저평가' 탈출 기폭제 될까

정희경 기자 huiky@businesspost.co.kr 2023-01-10 16:4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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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최근 행동주의 펀드의 공격적인 움직임이 늘어나고 있다. 코로나19 이후 주식투자 인구가 크게 늘어나면서 주주의 권리를 되찾으려는 주주들의 목소리가 커진 가운데 이번에는 행동주의 펀드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이 은행주 저격에 나섰다. 

은행주를 향한 주주행동은 이번이 처음이다. 때마침 올해 들어 ‘만년 저평가주’인 은행주 주가가 빠른 회복세를 보이는 등 주주환원을 향한 기대감이 더욱 커지는 모습이다. 
 
은행주에도 닥친 주주 행동주의, '만년 저평가' 탈출 기폭제 될까
▲ 1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행동주의 펀드가 주주환원 확대를 요구하면서 ‘만년 저평가주’인 은행주 주가가 오름세를 지속하는 등 주주환원을 향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10일 증권업계에서는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의 국내 은행주 주주환원 확대요구 실현 가능성에 대해 엇갈린 전망을 내놓고 있다. 다만 캠페인에 따라 배당에 명확한 가이드라인이 생길 여지가 있다는 점은 긍정적으로 평가받는다.

이홍재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이날 “은행의 배당정책은 규제 영향을 직간접적으로 받기에 단기적으로 해당 내용을 전부 반영하기는 힘들 것이다”면서 “다만 최근 주주환원 캠페인에 따라 주주환원에 있어 자본비율이라는 명확한 가이드라인이 생길 여지가 생기는 점은 중장기적으로 매우 긍정적인 요인이다”고 분석했다.

전날 이창환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 대표는 ‘국내 은행주 캠페인’ 공개간담회를 열고 “주요 시중 은행들은 보통주자본비율(CET1) 비율을 유지하면서 50% 이상의 주주환원율을 안정적으로 달성할 수 있다”며 주주환원의 필요성에 대해 설명했다.

주주행동이란 주주들이 주주가치와 기업가치 제고를 위해 적극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해 자신들의 이익을 추구하는 행위를 말한다. 앞서 얼라인파트너스는 시중은행 7곳을 대상으로 주주서한을 통해 주주환원 확대를 요구하면서 국내 은행주 캠페인을 시작했다. 

얼라인파트너스의 요구사항은 국내 금융지주가 위험가중자산(RWA) 성장을 다소 제한하고 일정 자본비율을 초과한 잉여 자본을 주주에게 환원하라는 것이다. 더불어 주주환원에 대한 내용을 효력이 있는 공시를 통해 발표할 것을 요구했다. 

얼라인파트너스는 2월9일까지 요구사항이 지켜지지 않는다면 주주제안을 통해 주주총회 안건으로 해당 내용을 올리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이창환 대표는 간담회에서 국내 은행주의 저평가 이유를 지나치게 낮은 주주환원율로 꼽으면서 “국내 은행주는 해외 주요국 은행에 비해 수익성, 자본적정성, 자산건전성 등에서 뒤지지 않아 펀더멘탈(기업 내재가치) 때문에 저평가된 것은 아니다”며 “은행주 저평가 요인은 주주환원율 하나밖에 없다”도 강조하기도 했다.

행동주의 펀드란 포트폴리오에 담아둔 기업을 중심으로 주주행동을 통해 주가를 끌어올려 펀드 수익률을 끌어올리는 방식의 자산운용을 의미한다. 얼라인파트너스의 경우 JB금융지주(14%), 우리금융지주(1%)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몇 년 전까지 행동주의 펀드는  단기 시세차익을 위한 ‘기업 사냥꾼’ 이미지가 강했다. 외국계 행동주의 펀드들이 삼성, SK, 현대차 그룹 등 공격적인 경영개입을 시도하다 단기에 수익을 내고 떠나는 이른바 ‘먹튀’ 사례들이 이어지면서다.

하지만 최근 행동주의 펀드들의 공격적인 행보에는 소액주주들의 호응이 큰 몫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 이후 주식시장에 대한 관심이 커진 개인투자자들이 주주환원에 대해 목소리를 내면서 이들에게 힘을 더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앞서 얼라인파트너스는 지분 1.1%를 보유한 SM엔터테인먼트에 소액주주 지지를 얻어 SM엔터테인먼트 지배구조 개선을 이끌어 낸 뒤 시장의 주목을 받았던 바 있다. 

이수만 SM엔터테인먼트 총괄 프로듀서의 개인회사인 라이크 기획과의 조기 계약종료 소식이 전해진 9월16일 SM엔터테인먼트 주가는 하루 동안 18.60% 급등하기도 했다. 

얼라인파트너스는 지분을 보유하지 않은 은행주에 대해서는 기관투자자, 소액주주 등에게 의결권을 위임받아 주주제안에 나선다는 계획을 세웠다. 현재 DGB금융지주 1% 의결권을 보유 중이며 나머지 은행에 대해서도 위임을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창환 대표는 전날 “폭탄배당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장기적 자본배치와 주주환원에 대한 명확한 ‘정책’을 요구하는 것이다”며 “보수적인 자본비율과 합리적인 범위 내에서 조금 높은 수치의 배당안을 제안하는 것이기에 주주총회 표 대결로 가면 승리를 확신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이 대표는 지금이 국내 금융지주가 배당확대에 나설 적기라고 평가했다. 앞서 ‘배당 자제 권고’를 내리기도 했던 금융당국이 최근 배당개입을 최소화하겠다고 입장으로 선회한 점, 국내 주식이 해외 주식 대비 저평가된 현상을 의미하는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가 금융투자업계의 공통된 화두인 점을 이유로 들었다. 
 
얼라인파트너스는 2021년 9월 설립됐다. 창업주인 이창환 대표이사는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 서울사무소 창립 멤버로 오비맥주 등의 매각을 이끌었으며 이전에는 골드만삭스에서 근무하며 해외 사모펀드와 투자은행에서 경력을 쌓아왔다. 정희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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