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포스코가 자금시장이 경색된 분위기에서도 무보증사채를 성공적으로 발행했다. 사진은 지난달 15일 재가동을 시작한 포항제철소 2열연공장에서 제품이 생산되고 있는 모습. <포스코> |
[비즈니스포스트] 포스코가 자금시장이 경색된 분위기에서도 무보증회사채 흥행에 성공했다.
태풍 힌남노로 인한 포항제철소 침수피해를 조기에 복구하면서 투자자들로부터 신뢰를 이끈 것으로 분석된다.
포스코는 최대 7천억 원 규모의 원화 무보증회사채를 발행한다고 6일 밝혔다.
3500억 원 규모의 무보증회사채 발행을 앞두고 5일 실시한 수요예측에서 모집금액 9배에 달하는 3조 9700억원의 매수 주문이 몰렸다.
이는 2012년도 국내 회사채 발행 수요예측 제도 도입 이후 역대 최대 규모다. 이에 포스코는 애초 계획보다 회사채 발행을 2배로 늘린다는 계획을 세웠다.
포스코는 AA+ 신용등급을 바탕으로 이번 채권발행에서 민평금리(민간채권평가회사 평균 금리)에 -30~+30bp(베이시스포인트, 1bp는 0.01%포인트)를 가산한 희망 금리밴드를 제시했다.
수요예측에는 연기금, 우정사업본부, 은행, 보험사, 자산운용사, 증권사 등 다수의 기관 투자자와 리테일 업계가 참여했다. 그 결과 모든 트랜치(만기·금리 등 조건이 다르게 발행된 채권)에 9배수 이상의 수요가 몰려 각 트랜치별로 민평금리와 비교해 -63~-50bp 의 금리 수준으로 입찰을 마쳤다.
이에 포스코는 애초 시장의 예상을 뛰어넘는 대규모 흥행에 따라 발행금액을 증액할 계획을 세웠다. 최초 신고 물량의 2배인 7천억 원으로 발행해도 개별 민평금리 보다 -60~-50bp 낮은 금리로 발행할 수 있다고 포스코는 설명했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글로벌 기준금리 인상 등으로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심화된 상황에서도 채권발행에 성공하며 포스코 채권이 자금 시장에서 우량채권으로 인정받은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포스코는 지난해 9월 태풍 힌남노로 인한 침수 피해로 1973년 처음 쇳물을 생산한 뒤 49년 만에 처음으로 포항제철소에서 가동하고 있는 모든 고로를 멈춘 바 있다.
포스코는 지난달 15일 포항제철소 생산 제품의 3분의1이 통과하는 '대동맥' 2열연공장을 재가동하는 등 현재까지 2·3전기강판, 1·2냉연, 1·2열연, 2·3후판, 1·2·3·4선재, 강편, STS(스테인리스강)2냉연, 1전기강판 등 15개 공장이 생산을 다시 시작했다.
1월 안에 도금공장과 STS1냉연 공장이 재가동에 들어가면 모든 설비 복구가 완료될 것으로 예상된다. 애초 최소 1년이 넘게 걸릴 것으로 예측됐던 포항제철소 침수 피해복구 기간을 절반으로 크게 줄인 것이다.
이에 포스코가 포항제철소 침수피해를 조기에 복구하고 정상적인 제품 공급체계를 갖춘 시점에서 대규모 채권발행에 성공함으로써 투자자들로부터 향후 실적 반등에 관한 기대를 받는 것으로 분석된다.
증권업계에서는 태풍피해 등으로 지난해 4분기 부진한 실적을 거둔 것으로 추산되는 포스코의 지주사 포스코홀딩스가 올해 1분기 포항제철소 정상화를 통해 실적을 회복할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박현욱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포스코는 포항제철소 대부분의 생산라인들이 정상화하면서 올해 1분기에 판매량이 회복될 것"이라며 "올 1분기 영업이익은 지난해 4분기보다 증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박광래 신한투자증권 연구원도 "2023년 1월 열연 가격 인상과 판매량 회복으로 분기별 실적은 4분기 바닥 확인 후 1분기부터 점진적 회복세가 나타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포스코 관계자는 "세계적으로 불안정한 금융시장 환경과 유동성 축소에 대비하기 위한 선제적 자금조달에 성공했다"며 "비상경영체제 아래 현금 중시 경영을 한층 강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허원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