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3일 김포공항을 통해 귀국한 뒤 눈을 감은 채 취재진들의 질문세례를 받고 있다. |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한달여 만에 귀국한 뒤 '첩첩산중'과 같은 롯데그룹의 상황을 어떻게 돌파할까?
신 회장은 4일 오전 8시43분 승용차를 타고 서울 소공동 롯데 본사 지상 주차장에 도착해 26층의 집무실로 향했다.
신 회장은 시종일관 굳은 표정이었다. “오늘 일정은 무엇이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아무런 답을 하지 않은 채 빠른 걸음으로 엘리베이터에 올라탔다.
롯데 관계자들에 따르면 신 회장은 하루종일 집무실에 머무른 것으로 전해졌다. 외부인사 접견이나 특별한 사내회의 주재도 없었다고 한다.
신 회장은 검찰 수사상황을 점검하고 측근들과 대응책 마련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그룹은 신 회장이 해외에 있는 동안 국내 최대 로펌인 김앤장을 중심으로 변호인단을 구성해 ‘방어태세’를 구축했다.
검찰 안팎에서는 검찰이 롯데그룹의 컨트롤타워인 정책본부 핵심인사들을 먼저 소환한 뒤 궁극적으로는 신 회장까지 부를 것이라는 말이 힘을 얻고 있다.
이에 따라 신 회장은 검찰이 그동안 제기한 의혹들에 대한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대응논리를 구상하는 데 대부분의 시간을 쏟을 것으로 예상된다.
신 회장은 2004년 그룹 정책본부장(부회장) 자리에 오른 뒤 한국롯데의 사업을 주도했는데 지난해 7월에는 한국과 일본 롯데의 지주회사격인 롯데홀딩스의 대표이사로 선임되면서 한국과 일본 롯데의 경영권을 사실상 장악했다.
검찰 관계자는 “그룹 차원의 비자금 조성 등의 혐의가 있는 경우 최종 결정권자로서 신 회장의 진술을 듣지 않고서는 수사가 진척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신 회장은 신격호 총괄회장과 해마다 계열사로부터 각각 200억 원, 100억 원씩 받은 사실에 대해 해명해야 한다. 롯데그룹은 이 돈에 대해 “급여와 배당 수령액”이라고 설명하고 있는데 검찰이 신 회장을 상대로 이 돈의 실체를 직접 확인할 가능성이 크다.
검찰은 신 회장이 가장 아끼는 롯데케미칼을 비자금 조성의 핵심 창구로 보고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특수4부(조재빈 부장검사)와 첨단범죄수사1부(손영배 부장검사)는 롯데케미칼과 일본 롯데물산 사이의 거래 내역을 확보하기 위해 법무부에 일본 사법당국과 형사사법 공조요청서를 제출했다.
신 회장이 검찰수사의 칼끝을 피하더라도 롯데그룹 경영정상화라는 숙제는 더욱 무겁다.
롯데그룹에 대한 검찰수사와 면세점 입점로비 의혹이 불거지면서 롯데그룹이 그동안 중점적으로 추진했던 사업은 현재 ‘올스톱’ 됐다.
신 회장이 야심차게 추진했던 호텔롯데 상장은 무기한 연기됐고 연말로 예정됐던 서울 시내면세점 추가 특허 획득도 비관적이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검찰 수사로 롯데그룹이 창사 이후 최대의 위기에 봉착했다”며 “실질적 오너인 신 회장으로선 어떻게든 이 난관을 돌파할 ‘신의 한수’가 절실해 보인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재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