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조현민 한진 미래성장전략 및 마케팅 총괄 사장이 청사진으로 제시했던 '섹시한 물류' 전략의 퍼즐조각이 하나둘씩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특히 물류와 엔터테인먼트를 결합해 소비자들에게 물류를 친숙하게 만드는 이른바 '로지테인먼트(로지스틱+엔터테인먼트)'의 확장이 눈에 띈다.
▲ 조현민 한진 미래성장전략 및 마케팅 총괄 사장(사진)이 물류와 엔터테인먼트를 결합한 '로지테인먼트'에 속도를 내고 있다. 한진은 카카오톡 이모티콘, 모바일 게임, 메타버스에 이어 단편영화까지 선보이면서 대중들에게 물류를 친숙하게 만들고 있다. |
23일 서울 종로구 씨네큐브에서 한진이 후원하고 사려니필름 홍영희 감독이 제작한 단편영화 '백일몽'의 시사회가 열렸다.
백일몽은 코로나19 시대에 알츠하이머 증세가 심해지고 있는 어머니를 모시고 사는 젊은 택배기사의 애환을 그린 약 30분 길이의 작품이다.
조 사장은 영화 상영에 앞서 "한진의 대표 사업인 택배를 재해석하고 삶의 애환을 담은 이야기로 해석했다"며 "물류가 무엇인지 사람들이 알 수 있도록 올해 게임 등의 콘텐츠를 선보였는데 그 연장으로 단편영화 제작을 후원했다"고 말했다.
한진은 자사의 택배차량을 제공하는 등 영화 촬영을 물심양면으로 지원했다. 한진의 택배차량은 영화 속 주인공 기철의 일터이자 세상에서 환영받지 못하는 치매환자 순자가 유일하게 잠들 수 있는 '삶의 터전'이었다.
단편영화를 통해 조 사장은 무심하게 대문 앞에 놓인 택배 박스가 어떤 이에게는 근근이 삶을 지탱해주는 근본일수도 있다는 '울림'을 대중들에게 전달하고 싶었던 것으로 보인다.
조 사장이 강조해온 로지테인먼트가 이번 단편영화를 계기로 대중들에게 더욱 다가갔다는 말이 나온다. 그동안 선보인 콘텐츠는 물류 체계가 어떻게 운영되는지, 물류체계가 어떤 모습으로 미래에 진화할지 등 정보성이 강한 콘텐츠였다.
로지테인먼트는 대중들에게 물류산업에 대한 친숙함을 이끌어 내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는데 조 사장 개인 이미지 역시 친숙하게 다시 돌려놓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조 사장은 2020년 9월 한진의 마케팅 총괄로 경영에 복귀한 뒤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한진은 지난해 8월 카카오톡 이모티콘을 출시한 데 이어 올해 6월에는 메타버스 플랫폼 제페토에 ‘로지버스 아일랜드’ 를 구축했다. 지난해 5월에는 게임 '택배왕 아일랜드'를 출시했는데 올해 12월13일에 후속작 '물류왕'까지 발매했다.
이처럼 다양한 카테고리로 한진의 로지테인먼트 사업을 이끌고 있는 조 사장이 새롭게 꺼내든 카드가 단편영화였다.
앞서 조 사장은 올해 6월 말 기자간담회를 통해 한진의 '비전 2025'를 발표했다. 이 자리에서 제시한 미래 청사진이 자신의 장기인 마케팅과 광고를 활용한 '섹시한 물류'였다.
한진은 2025년까지 매출 4조5천억 원과 영업이익 2천억 원 달성을 목표로 세웠다. 2021년보다 실적을 약 2배 늘리겠다고 공약한 셈인데 이를 달성하기 위해 상당한 규모의 투자 계획도 함께 내놨다.
한진은 2025년까지 풀필먼트 및 인프라에 8천억 원, 글로벌네트워크에 1500억 원, 플랫폼과 IT 및 자동화에 1500억 원 등 총 1조1천억 원을 투자해 ‘아시아 대표 스마트 솔루션 물류기업’으로 도약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한진이 이런 큰 뜻을 이루기 위해서는 아직 가야할 길이 멀다. 매출의 절반을 차지하는 택배사업의 시장 점유율도 아직 10%대에 그치고 있다.
택배운송분야 유튜브 채널 로지브릿지에 따르면 지난해 매출 기준 택배시장 점유율은 CJ대한통운이 41.9%, 한진택배가 13.2%, 롯데택배가 12.3%, 기타 기업이 32.9%를 차지하고 있다.
올해 6월에는 쿠팡으로부터 위탁받았던 택배 물량이 이탈하면서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기존에 한진은 쿠팡으로부터 매월 700만 개가량의 택배 물량을 받아 처리해왔다.
조 사장은 2021년 1월 부사장으로 승진한 뒤 1년 만에 사장으로 다시 승진하면서 한진 사내이사 진입 가능성이 제기되기도 했다.
조 사장은 이날 시사회가 끝난 뒤 내년 한진 이사회 합류 여부를 묻는 질문에 "아직 인정받아야 하는 부분이 있고 책임영역에 관련한 문제가 있다"며 "현재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한진의 사내이사인 노삼석 한진 대표이사와 주성균 한진 재무 및 투자 총괄 전무는 모두 내년 3월 임기가 만료된다. 신재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