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상유 기자 jsyblack@businesspost.co.kr2022-12-23 12:0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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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SK온 각자대표이사를 맡고 있는 최재원 수석부회장과 지동섭 사장은 ‘2030년 배터리 글로벌 톱티어(Top Tier)’를 목표로 올 한해 외형 확장 측면에서 숨 가쁘게 달려왔다.
최 수석부회장과 지 사장은 외부 투자유치, 모기업 지원 등으로 최근 투자자금 확보에 한숨을 돌렸지만 앞으로도 돈 들어갈 일은 여전히 많다. 그런 만큼 두 대표로서는 수익성을 빠르게 개선해 자체 이익체력을 높여야 하는 과제가 무겁다.
▲ SK온이 올해 외형 측면에서 가파른 성장을 달성했다. 다만 최재원 SK온 각자대표이사 수석부회장과 지동섭 SK온 각자대표이사 사장(사진)으로서는 대규모 투자금이 필요한 상황에서 수익성 개선이라는 과제가 무겁다.
23일 증권업계 분석을 종합하면 SK온은 최근 괄목할만한 매출 성장세를 보여주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SK온은 4분기 매출 2조 원대 후반을 거둘 것으로 추정된다. 2019년 4분기 2250억 원과 비교하면 2년 만에 외형이 10배 이상 급성장한 것이다.
특히 올해 들어 매 분기마다 매출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 1분기 1조2599억 원, 2분기 1조2880억 원으로 소폭 늘어난 뒤 3분기 2조1942억 원으로 껑충 뛰었다.
이는 1분기 문을 연 헝가리 코마롬 2공장(10GWh), 미국 조지아주 단독 1공장(10GWh) 등 신규 공장이 하반기 들어 생산이 안정화하며 가동을 본격화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4분기에는 미국 조지아주 단독 2공장(12GWh)도 가동을 시작해 SK온의 외형 확대에 힘을 보태기 시작했다.
지난 5일에는 포드와 합작법인 블루오벌SK의 첫 배터리 공장인 켄터키주 공장 2곳(각 43GWh)의 착공식을 열고 미국을 중심으로 세계 전기차 시장 점유율 확대를 위한 행보를 가속화했다. 블루오벌SK은 켄터키주에 2곳에 테네시주 1곳까지 모두 3곳, 생산능력 기준으로는 129GW 규모 배터리 공장을 건설한다.
최재원 수석부회장은 캔터키주 공장 착공식 자리에서 “전기차의 미래를 선도할 이곳 블루오벌SK 켄터키 공장에서 세상에서 가장 안전하고 신뢰도 높은 배터리를 생산할 것이다”고 강조했다. 지동섭 사장은 “블루오벌SK는 북미 자동차 시장 전동화의 핵심이 될 것”이라며 “블루오벌SK를 통해 SK온과 포드의 글로벌 전기차 시장 리더십이 더욱 공고해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SK온은 포드와 배터리 동맹의 영역을 미국에서 유럽으로도 넓혀 포드, 터키 완성차기업 코치와 터키 현지에 배터리 생산 합작법인 설립을 추진한다. 국내 배터리3사(LG에너지솔루션·SK온·삼성SDI) 가운데 처음으로 완성차업체와 유럽에서 배터리 생산 합작법인 설립에 나선 것이다.
이처럼 최 수석부회장과 지 사장이 SK온의 글로벌 생산기지 구축에 주력하며 미래 전기차 시장 주도권을 위해 발 빠르게 움직이는 만큼 원활한 투자자금 마련 문제를 놓고 시장에선 우려하는 시선이 여전히 많다.
SK온은 글로벌 배터리 생산능력을 2022년 77GWh에서 2025년 220GWh, 2030년 550GWh까지 확대하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SK온은 블루오벌SK에만 포드와 각각 5조1천억 원을 투자하기로 하는 등 2025년까지 총 20조 원 이상의 자금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SK온은 연초 올 한해 들어갈 자본적지출(CAPEX)을 4조 원가량으로 봤다.
이렇게 투자할 곳이 많은 상황에서 최 수석부회장과 지 사장은 최근 외부 투자유치, 모회사 SK이노베이션의 지원으로 투자금 확보에 당장 급한 불은 끌 수 있게 됐다.
SK온은 11월30일 한국투자PE(프라이빗에쿼티)를 포함한 재무적 투자자와 투자유치 계약을 맺고 신주 발행을 통해 1조3천억 원 이상의 자금을 확보했다.
SK온은 이번 계약 건과 동일한 조건으로 추가 투자자 유치가 가능한 조건을 두면서 향후에도 장기 재무적 투자자 유치를 이어가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21일에는 모회사 SK이노베이션이 SK온 유상증자에 참여해 2조 원을 출자하기로 결정했다. SK이노베이션은 올해 안에 1조 원을 출자하고 남은 1조 원은 내년에 진행한다.
이를 놓고 SK이노베이션은 “SK온이 포드, 현대차 등 확실한 고객사 물량 수주로 사업 확장을 가시화하는 상황에서 차질 없는 투자금 확보로 성장세에 속도를 더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여전히 대규모 자금이 필요한 상황에서 최 수석부회장과 지 사장의 최대 과제는 수익성 개선을 통해 추가 투자유치에 유리한 환경을 조성하고 나아가 자체적으로 현금을 확보할 기반을 다지는 일이 꼽힌다.
SK온은 3분기 EBITDA(법인세·이자·감가상각비 차감 전 영업이익) 기준(94억 원)으로는 분기 첫 흑자를 달성했다. 그러나 여전히 3분기 영업손실 1346억 원으로 온전한 흑자전환에는 성공하지 못하고 있다.
SK온은 4분기에도 분기 첫 영업이익 흑자달성이 쉽지 않을 것으로 추정된다.
증권업계에서는 SK온이 빠르면 내년 1분기에는 영업이익을 내며 흑자로 돌아설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내년 연간으로도 흑자전환이 가능할 것이라는 시선이 많다.
다만 여전히 수익성 측면에서 불확실성이 존재한다는 시선도 만만치 않다. 당장은 4분기 가동을 시작한 미국 조지아주 단독 2공장의 생산 안정화가 중요할 것으로 분석된다.
위정원 대신증권 연구원은 “SK온은 2023년 흑자전환이 전망되지만 리스크도 있다”며 “공장 수율 안정화 및 운전자금 증가는 부담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장상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