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김범수 카카오 미래이니셔티브센터장이 공정거래위원회를 상대로 법적 다툼에 들어간다.
김 센터장 입장에서는 데이터센터 화재 사태 수습이 마무리되지 않은 상황에서 또 다른 악재를 만났다.
▲ 김범수 카카오 미래이니셔티브 센터장이 공정위를 상대로 법적 다툼에 들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
그는 지난해 골목상권 침해 논란 이후 대외적으로 몸을 낮춰왔지만 이번 공정위를 상대로 한 싸움에는 카카오그룹 지배력 유지가 달린 만큼 쉽게 물러서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16일 카카오에 따르면 김 센터장은 공정거래위원회를 상대로 행정소송과 집행정지신청 등 법적 대응을 준비하고 있다.
공정위는 15일 케이큐브홀딩스가 보유한 카카오와 카카오게임즈 주식에 대해 의결권을 행사한 것이 '금산분리 원칙'에 위반된다고 판단해 시정명령과 함께 케이큐브홀딩스 법인을 검찰에 고발했다.
케이큐브홀딩스는 김 센터장이 지분 100%를 가지고 있는 개인회사로 카카오 지분 10.51%를 들고 있다. 김 센터장은 개인 소유 지분 13.27%와 케이큐브홀딩스 보유 지분을 더해 모두 23.78%의 영향력을 카카오에 행사하고 있다.
실제로 케이큐브홀딩스는 지난 2년 동안 카카오와 카카오게임즈 주주총회에서 보유 주식 전부에 대한 의결권을 행사했다.
김 센터장은 앞으로 소송 결과에 따라 카카오에 대한 의결권 행사 지분이 반토막 날 수도 있어 모든 절차를 동원해 공정위 결정에 맞설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케이큐브홀딩스의 주장을 '꼼수'로 보는 시각도 있어 김 센터장은 소송이 마무리될 때까지 어느 정도 비판을 감수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공정위 판단대로 케이큐브홀딩스의 카카오 지분 의결권 행사가 제한되면 김 센터장의 실질적 카카오 지분은 절반 가까이 줄어들게 된다.
현행 공정거래법에서는 대기업집단의 금융·보험사가 보유한 비금융계열사의 지분에 대해 의결권 행사를 제한하고 있다. 카카오는 2019년 대기업집단으로 지정됐다.
공정위는 케이큐브홀딩스를 금융회사로 판단하고 주식의결권 제한 규정을 어긴 것으로 결론을 내렸다. 케이큐브홀딩스가 거둔 전체수익의 95% 이상이 금융투자부문에서 나온 만큼 한국표준산업분류상 금융업을 영위하는 것으로 보는 게 맞다는 판단이다.
케이큐브홀딩스는 카카오, 카카오게임즈 외에도 미국 통신회사 AT&T, 구글 모회사 알파벳A, 아마존닷컴, 애플, 테슬라, 화이자, 넷플릭스, 마이크로소프트 등의 지분도 보유하고 있다.
반면 케이큐브홀딩스는 스스로를 금융사가 아니라고 주장한다. 자기 자금으로 카카오 지분을 취득했으니 제3자의 자본을 조달해 금융수익을 얻는 일반적인 금융사와 본질적으로 다르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케이큐브홀딩스는 2007년 설립 당시 소프트웨어개발업과 임대업, 오프라인교육사업 등을 업종으로 사업자등록을 했지만 해당 분야에서 발생하는 수익은 거의 없는 상황이다.
케이큐브홀딩스는 2020년 8월 임시 주주총회에서 영위업종에 '기타 금융투자'를 추가했는데 이를 두고도 정관상 사업목적은 임의기재가 가능하며 장래 희망업종도 기재할 수 있어 실제 금융업으로 업종을 바뀐 것은 아니라고 주장한다.
일각에서는 케이큐브홀딩스가 스스로를 소프트웨어개발기업이라고 주장하는 것을 두고 지난해 카카오가 내놓은 상생방안에서의 '꼼수'와 비슷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카카오는 지난해 골목상권 침해 논란이 일자 중소기업 및 소상공인과 상생하겠다는 차원에서 △일부 사업 철수 및 혁신사업 중심으로 재편 △5년 동안 파트너 지원확대를 위한 기금 3천억 원 조성 △케이큐브홀딩스의 사회적 가치 창출 기업 전환 등 계획을 발표했다.
하지만 카카오가 철수를 결정한 사업은 카카오에서 매출 비중이 높지 않은 꽃·간식·샐러드 배달 중개서비스 등 일부에 불과했다.
게다가 정작 골목상권 침해라며 갈등을 빚어온 택시나 대리운전, 카카오헤어샵은 계속 사업을 진행하기로 해 여론을 잠재우기 위한 '상생 시늉'에 불과한 게 아니냐는 비판을 받았다.
마찬가지로 케이큐브홀딩스가 거의 대부분의 수익을 금융투자를 통해 얻으면서도 소프트웨어개발 기업임을 내세우며 '금산분리 원칙'을 적용하면 안 된다고 주장하는 것 역시 눈속임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김 센터장이 공정위의 결정에 조목조목 반박하며 법적, 제도적 대응 방침을 밝힌 만큼 앞으로 기나긴 싸움이 예고됐다.
재판에서 케이큐브홀딩스가 공정위를 상대로 이길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지만 김 센터장은 법원 판결이 나올 때까지 또다시 비판 섞인 시선에 직면하게 됐다. 임민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