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를 꼽는 사람이 가장 많을 것이고, 각종 기후위기 관련 ETF를 찾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최근에는 ‘애그테크’ 기업들이 시장의 관심을 받고 있다.
애그테크는 애그리컬쳐(농업)과 테크놀로지(기술)의 합성어다. 기후변화는 필연적으로 식량문제와 이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에 기후위기 상황에서 에그테크 기업은 투자하기에 좋은 테마가 될 수 있다.
그렇다면 주목할만한 애그테크 기업은 어떤 곳이 있을까?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는 잘 알려져있지 않지만 한때 미국 증시에서 ‘스마트팜계의 애플’이라고 불리기까지 했던 앱하비스트가 눈에 띈다.
앱하비스트의 주가는 2020년 상장 직후 10달러 정도에 몇 개월 동안 머물러 있었지만 2020년 말부터 갑자기 치솟기 시작해 2021년 2월에는 35달러를 넘겼다. 하지만 이후 엄청난 하락세를 보이기 시작하면서 현재 주가는 1달러 미만으로 떨어져있다.
그렇다면 과연 투자자들은 이 기업을 ‘줍줍’해도 되는 것일까?
이를 알아보기 위해서는 앱하비스트가 하고 있는 ‘스마트팜’이라는 사업 자체의 비전을 봐야한다.
중요한 것은 상황이 앱하비스트가 몰락했을 때와 비교하면 조금씩 바뀌고 있다는 것이다. 앱하비스트 주가의 폭락은 두가지 요인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매우 좋지 못했던 2021년 실적과 자금난, 그리고 스마트팜이라는 비전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 상실이 그것이다.
하지만 그 ‘관심’이 슬슬 변화하고 있다. 최근 식량안보 문제가 중요한 글로벌 의제로 떠오르면서 다시 스마트팜이 주목받기 시작하고 있다. 그리고 앱하비스트는 세계적으로 몇 개 되지 않는 ‘상장된’ 스마트팜 전문 기업이다.
하지만 물론 여전히 커다란 문제가 남아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앱하비스트는 미국의 스마트팜 기업인데 정작 미국에서는 아직까지 스마트팜이라는 산업의 가치가 그리 크지 않다는 것이다.
생각해보면 간단한 문제다. 스마트팜은 적은 면적에서 높은 생산량을 올릴 수 있도록 해주는 기술인데 이 기술이 주목을 받기에는 미국이라는 나라의 땅덩어리가 너무너무 크기 때문이다.
미국에서 앱하비스트같은 스마트팜 기업보다 디어앤컴퍼니같은 스마트농기계 기업이 훨씬 잘나가는 이유이기도 하다.
포인트는 결국 앱하비스트가 세계적으로 경쟁력을 보유한 스마트팜 기업으로서, 미국이 아닌 해외 스마트팜 시장을 얼마나 개척할 수 있느냐에 달렸다고도 볼 수 있다.
특히 그 중에서도 정글과 산맥이 많은 남미, 기후가 농업에 맞지 않는 중동 등이 스마트팜의 주요 시장이 될 것으로 보인다.
최근 한국에 사우디아라비아 빈 살만 왕세자가 방문하면서 네옴시티에 대한 관심이 상당히 올라갔는데 이 네옴시티를 만드는 데 필요한 주요 기술 가운데 하나가 바로 스마트팜이기도 하다.
앞으로 중동 지역에서 스마트팜이라는 기술의 필요성이 계속해서 커질 것을 짐작할 수 있게 해주는 지점이다.
하지만 역시 장밋빛 전망만 있는 것은 아닐 것이다. 중요한 것은 바로 앱하비스트라는 기업의 펀더멘탈이다.
앱하비스트는 상장 이후 아직까지 흑자를 한 번도 내지 못한 적자기업이다. 보통 적자기업은 PER이 계산이 안 되니까 ‘주가의 하방이 완전히 뚫려있다’는 평가를 받게 된다. 항상 투자에 조심해야 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앱하비스트는 올해 순이익(net income) 기준 1분기에 3060만 달러, 2분기에 2870만 달러, 3분기에는 2400만 달러의 적자를 냈다. 일단 분기 단위로는 적자가 줄어들고 있는 것이 보인다.
2021년 같은 분기와 비교했을 때는 1분기와 3분기에는 적자가 소폭 늘어나긴 했는데, 2분기에는 전년 같은 분기보다 약 10% 적자가 줄기도 했다. 3분기까지 누적적자는 올해가 지난해보다 약 7%정도 많다. 4분기 실적이 어떻게 나오느냐에 따라서 적자 규모가 전년보다 축소될지, 아닐지 판가름이 날 것으로 보인다.
대신 매출이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는 것은 큰 장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 앱하비스트는 스타트업이고, 초반에 공격적 투자를 통해 손실을 감수하고 매출을 올리는 것은 굉장히 정석적인 스타트업의 사업 전개 방향이기 때문이다.
앱하비스트는 2021년 3분기까지 누적 매출 594만 달러를 냈지만 2022년에는 3분기까지 누적 매출 1012만 달러를 거뒀다.
하지만 이런 전략은 앱하비스트가 적자를 버틸 수 있을 때 통하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문제는 앱하비스트에게 남아있는 자금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이야기가 나온다는 것이다.
글로벌 푸드테크 전문 언론인 더 스푼은 최근 “앱하비스트의 자금이 급속도로 줄어들고 있다”며 “다만 베레아에 위치한 앱하비스트의 농장을 지켜보는 것은 꽤나 인상적이기 때문에 회사가 오래 살아남아 결실을 맺기를 바란다”고 분석했다.
조너선 웨브 앱하비스트 창업자는 앱하비스트의 가능성을 두고 여전히 자신감을 내비치고 있다.
조너선 창업자는 최근 한국 언론과 인터뷰에서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에 따른 타격은 없었고 우리는 이 문제로 사람들이 글로벌 식품 시스템의 취약성을 알게 됐다고 생각한다”며 “농업은 기후 변화에 엄청난 영향을 받고 우리는 이런 영향을 받지 않는 환경 제어 농업이라는 혁신을 꾀하고 있다”고 말했다. 윤휘종 기자